웹진 좋은시-귀계(鬼界)/윤의섭

귀계(鬼界)

윤의섭

저렇게 해 지는 풍경은 처음이다

베란다 밖은 서서히 무너진다

아무래도 좀 더 살아야 되겠다

비자나무숲으로 가는 길에 대화는 조금 희미해졌다

고향이 어디냐부터 시작해서 요즘엔 뭐하고 지내냐까지

건조한 선문답이 오가고 나서

문득 최근엔 무얼 죽였냐고 묻는다

표석을 보고서야 비자나무숲인 줄 알았다

기린 같은 목을 세우고 울고 있는 나무

어두운 구석에서는 웅얼거리는 노래가 들린다

나무 중엔 귀신도 있다

재빠르게 어둠이 찾아왔지만 조용히 파묻히기로 한다

오늘은 달도 뜨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웅얼거린다

따라 부르며 귓가에 점점 다가오는 노랫소리

비자나무가 목을 기울이고 얼굴을 내려본다

흠향한다

언젠가는 바닥날 제물

찬찬히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