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필순이 밥을 밀어넣다가 호호, 웃자 어린 것들이 멋 모르고 필순의 웃음을 따라 웃는다.

호호, 헤헤, 후후, 히히. 애들의 웃음소리가 맛있는 반찬이 되는 줄을 필순은 처음 알았다.

헤헤반찬 집어먹고 후후반찬 집어먹고 나니, 어느새 배가 불러왔다. 배가 부르니, 졸음이 밀려왔다. 어린 것들이 조롱조롱 지저귀는 소리가 감미로운 속에 필순은 따뜻한 아랫목에 등을 대고 누웠다. 죄없는 저 어린 것들을 누가 미워할 수 있을 것인가. 저 어린 것들을 추위와 배고픔과 슬픔 속에 빠뜨려놓고 누가 마음 편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그리 못 한다. 나는 그리 못 하겠다.

- 공선옥, <수수밭으로 오세요>, 여성신문사, 2001

그렇지만 지금은 외면하고 편해지는 게 당연한 시대, 투자의 이름으로 차별을 인정하는 시대,

가난은 다시 대물림되고 있으며 소설가 공선옥의 세계는 간신히 떠받치고 있는 세계이거나 이미 무너진 세계다. 그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가난하고 천하며 고통스럽다. 헤어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이를 악물고 불행을 견디는 그들은 청승맞기까지 한데, 그리하여 그녀의 소설을 연이어 읽는 일은 고통의 다큐멘터리스럽기 그지없다. 심지어 청승맞기까지 하다.

그녀의 소설을 연이어 읽는 일은 피하고 싶은 상처, 잊어버린 기억을 눈 앞에 둔 것처럼 괴로운데, 그렇지만 그 괴로움 속에는 어떤 부드러운 포옹, 쓰다듬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읽는 일은

진저리치는 청승

아주 천천히, 그 누군가를 잊어버릴만큼 느리게 연애소설 읽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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