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좋은시-방 하나 주세요/김이듬

방 하나 주세요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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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되돌아오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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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속

보시다시피

난 계속 되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줄 서서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나란히 누워 마취약도 마셨고요 기괴한 전염병이 돌아도 폐허가 될 리 없어요 난 더러 돼지우리에서 잠듭니다 머릿수가 모자다고 날 다그치지 마세요 사랑에 빠진 이들이 자진해서 죽어갈 뿐

모든 게 뻔하고 들리고 찾고 나갈 수 없고 저 너머 무엇인가 있을 것 같지만 없고 수용소는 연결되어 있고 기쁨에 넘치는 식장의 소음 직면하는 호의

앉았다 일어났다 누웠다 했습니다 구령에 맞춰 맨손체조는 하겠는데 운동장 몇 바퀴든 돌겠는데 산책까지는 강요하지 마세요 저녁에 혼자 걷다가 바깥에 있다는 착각은 그만하려고요 그러고 보니 돌아왔다는 말도 웃기지요 난 계속 여기 있었으니

그럭저럭 방송도 위협도 경고 사이렌도 들을만합니다 음악은 간간이 왜 트는 겁니까 현수막을 찢은 건 내가 아닙니다 정기적으로 절규를 하던 때도 있었지만 약도 불장난도 끊었고요 이 볕 좋은 저녁에 분발할 이유도 돌격할 대상도 없지 않습니까 아 돼지끼리 왜 이러시나 잘 알면서 난 사소한 장난을 칠 정도로 어리지 않아요

호소도 지루하고 증언과 고백도 모두 끝냈으니 고문해 봐도 더 이상 불 게 없어요 거짓말을 쓸게요 매일 공동노역이 끝나고 나면 독방으로 보내주세요 혼자 빵 덩이와 물을 먹게 해주세요 작은 책상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아요 난 지금 현실적인 요청을 하는 겁니다 시를 쓰고 있는 게 아니라고요

바지를 벗으려는 게 아니라 흘러내려가는 걸 잡고 있는 겁니다 삽입할 건더기도 없습니다 허리띠를 지급해주세요 목을 매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감독관의 목을 조르지 않겠습니다

독방을 주세요

무한히 전망 없는 창문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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