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흔적은, 그 흔적의 주체가 그 자리에 없음을 이미 그 말 자체에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과거에 무언가 있었던 흔적, 누군가 무엇을 했었던 흔적... 흔적이란 그렇게 과거의 어떤 행위나 움직임의 결과로써 남게된 어떤 자국이나 형태를 뜻하는 말이다. 이 흔적을 통해 고고학 연구를 하기도 하고, 범죄 수사를 통해 범인을 추적하기도 한다. 단서나 증거는 이런 의미에서 흔적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아주 작은 흔적까지 끝까지 찾아내려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 흔적들이 사라져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증거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운 법이다. 아무도 모를 것 같지만, 지워지지 않고 누군가는 어떻게든 알고 있는 것.. 그것이 흔적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사물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도 흔적이 있다. 이 마음 속의 흔적은 두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추억이고, 다른 하나는 상처다. 추억이든 상처든, 마음 속에 남아 자리를 잡으면 쉽게 없어지지 않으며, 어떤 식으로든 자국을 남긴다. 그런 의미에서 '자국'은 흔적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하지만, 마음 속의 흔적은 증거나 단서로써의 흔적과는 조금 다르다. 단서나 증거로써의 흔적은, 시간이 흐른다고 그 의미가 반전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마음 속의 상처나 흔적은 시간이 흐르거나 대상에 따라서 그 의미가 반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이 오늘의 쓰린 상처가 되기도 하고, 오늘의 아픈 상처가 미래의 따뜻한 추억이 될 수도 있는 것은, 그 흔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람.. 그 사람의 마음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한 해를 보낼 때마다 나이테라는 흔적을 남기며 성숙해가고, 아이들이 자랄 때도 부모의 가슴 속에 보이지 않는 앨범을 만들며 그렇게 흔적을 남긴다.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이 오열하는 이유는, 그렇게 가슴 속에 남겨진 보이지 않는 앨범의 흔적이 너무도 선명하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도 더 많이 채워져야할 앨범의 빈 여백이 너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사랑... 너무 흔하고, 그래서 그 진정한 의미가 자꾸만 퇴색되는 말이긴 하지만, 결국은 그 사랑이 추억도, 상처도 모두 싸매어 나이테처럼, 가슴 속 앨범처럼 아름다운 흔적으로 바꾸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독서와 사색, 그리고 글쓰기를 즐기는 19년차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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