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의 이름

상당히 재미있는 기사다. 독일이 처음으로 공화국을 이뤘을 때가 1919년 바이마르 때였는데(즉, 제1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다), 이때 독일은 바이마르 제국헌법(Weimarer Reichsverfassung) 제119조를 통해 귀족이라는 계층 자체를 없애버렸다. 문제는 이름. 공자의 정명(正名)을 다들 기억하실 것이다. 君君臣臣父父子子.

자, 당시 독일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백작이 있었다고 해 보자. 바이마르 이전까지 그의 법적인 이름은 Graf Herbert von Karajan이었다. (Graf가 백작이라는 의미다. ...슈테피 그라프는 뭘까?) 그런데 바이마르 이후부터 그는 Herbert Graf von Karajan이 됐다. 이게 뭘 뜻나느냐? 성씨에만 백작 칭호와 von을 붙이는 것이 허용됐다는 얘기다.

다만 독일어 특유의 문제가 있다. 가상의 인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백작에게 백작 부인(Grafen)도 있기 때문이다. 부인의 경우도 성씨만 따르는, 그러니까 Grafen von Karajan의 이름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줬다. 어떻게 보면 전통(„Ritters Weib hat Ritters Recht“ 참조 1)을 따르는 당연한 조치다.

다만 남녀차별이 있었던 것이, 그 후로 귀족 남자+평민 여자의 아이들은 아버지의 성(그러니까 von이나 zu가 붙는 이름)을 그대로 따를 수 있었지만, 귀족 여자+평민 남자의 아이들은 따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현대의 독일 가족법에서는 성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귀족이든 평민이든 한 쪽의 이름을 택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중대한 함정이 하나 숨겨져 있다. 원문과는 관계 없다. 내가 그냥 사례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존재했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본명, 혹은 법적 이름은... 두둥. 그냥 헤르베르트 카라얀이었다(참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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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Ritters Weib hat Ritters Recht“: 기사의 아내는 기사의 권리를 갖는다는 뜻인데, 이때문에 장군들 사모님은 남편 계급에 따라 위계가 나뉘고, 공관 사모님들도 그렇고... 재밌는 건 저 Weib라는 단어다. 이게 잉글랜드로 건너가서 Wife로 변하기 때문이다. 현대 독일어에서는 잘 안 쓰는 단어다. (그냥 Frau라고 한다.)

2. 오스트리아도 1919년에 공화국이 됐는데, 오스트리아는 독일과는 달리 이름에도 귀족을 뜻하는 칭호를 없애도록 만들었었다. 스스로 뭐라 부르든 상관 안 하지만 실제 주민등록 상으로는 헤르베르트 카라얀이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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