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실패의 기록 ~ 맥스무비 객원기자 체험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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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기자 1기' 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뒤, 혼자 '객원기자' 했던 허XX 평론가는 맥스무비 매거진의 '편집위원'이 되어 있었다. 모 편집장 말마따나 그가 맡고 있는 '객원기자'와 내가 맡고 있는 '객원기자'는 그 의미가 다르다더니, 부랴부랴 직책 하나 만들어서 그렇게 올려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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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나의 영화 월간지 객원기자 체험기다. 회사에 소속된 정규 기자는 (이런 여건에서 일하라고 하면 절대 일하지 못할 거면서) 영화에 관해 글을 쓰고 싶어했던 객원 기자를 향해 저런 발언들을 하고, 노동력을 착취하고 허위 공고를 내거는 영화잡지는 스타 배우의 인터뷰를 앞세우며 서점에, 극장에 잘도 나오고 있다.

내가 겪은 현실은 이런 거였다. 아니면 다른 곳들은 좀 더 나을 수 있는데 내가 하필 유독 저질스러운 곳에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문제는 얘기 들었던 것보다도 더 심각했으면 했지, 덜하지는 않은 듯하며 정신과 지식 노동은 정말 이 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내게 사적으로 달아준 댓글들과 보내준 메일들을 보고 나서 깨달은 것이었다.)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경력이라는 것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내 주린 배를 채워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료, 혹은 급여를 묻는 자신을 속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절대 그러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동을 하고 받는 대가는 정당하기 때문이다.

난 순응했다. 노동을 하고 받는 대가가 정당하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런 건 아니다. 나름대로 그것에 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닥쳐오니 여러가지 환경과 이해 관계에 따라 순응하고 말았다. 아마 맥스무비 매거진 측에서 날짜를 미루지 않고 객원기자들을 향한 일들을 진행했더라면 계속 순응하지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결국 나 혼자만 나오고 말았다. 내가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먼저 묻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내 손으로 남의 코만 풀어주고 만 셈이다.

이후로도 나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 민사를 걸어볼까 했지만, 돈이 없었다. 당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대학생이 무슨 돈인가. 변호사 선임할 수 없으면 혼자 해야 하는데, 이미 그 전에 재판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거의 10만원 가까운 돈이 지출된다고 하더라. 돈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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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야기를 올린 곳은 당연히 내 블로그였다. 이후, 몇몇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다. 내 몫은 받지 못할 것 같지만 이런 사실들을 많이 알려서 조금이라도 이 풍토를 바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론가들은 답이 없이 묵묵부답이었다.

정당과 언론사를 비롯한 몇몇 곳에서 연락이 왔으며, 미국 미시건 대학교 한국학 연구소에서 내 글을 보고 연락을 하여 자료를 보내줬다. 그 즈음 국민들이 아무리 말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정부가 산케이 신문에서 뭐라 한 마디 하니까 바로 성명 발표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아.. 역시 외국 애들이 뭐라고 말해줘야 얘들이 민망하게 여겨서 뭘 고치려는 시늉이라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영화 덕후' 들의 마음과 열정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을 거면서 이용했고, 열정이라는 단어를 더럽힌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후회를 할까 싶어서...

미시건 대학교 측은 심포지엄을 할 때 언급해 줬고, 정당은 그저 열정페이와 임금체불의 한 사례로서 언급해줬을 뿐이었다. 언론사는 인터뷰까지 다 해 놓고는 이후로 소식이 없었다.

내게 남은 건 없다. 이 짓을 왜 하나 스스로도 이상하게 여겼다. 지금 당장 내게 급한 건 돈과 일자리인데. 근데 어찌됐든 하고 있다. 경력을 내세운 착취, 혹은 과도할 정도의 재능 기부 호소 등등이 조금은 자중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정말 슬픈 건 영화에 관해 글을 쓰고 그걸로 입에 풀칠하는게 꿈이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걸 생업으로 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는 점이었다. 맥스무비 매거진 따위가 계속 출간되고, 다른 영화잡지들이,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곳들에서 돈도 주지 않은 채 사람들이 머리를 쥐어짜며 써낸 글들을 아무런 대가도 주지 않은 채 가져갈 수 있는 현실이었다. 그 놈의 잘난 '경력' 이라는 이름 아래서.

예전부터 영화평론 등으로는 절대 먹고 살지 못한다고 들어왔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뼈저리게 느낀 적은 없었다. 김부선 누님은 세상에 직업이 수만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안타깝게도 내 눈이 좁은 탓에 그렇게 많은 직업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누가 내 눈에 점안 좀 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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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21>에서 어떤 자유기고가에 의해 내가 겪은 일이 짤막하게나마 실렸다. 그나마 그 잡지도 전혀 다를 바 없는 곳이기에 처음 읽고 나서는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었다. 기고자가 쓴 글이 내 눈에는 두루뭉술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보다는 알려진 사람이니까 뭔가 더 날 선 비판을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실망했다. 하지만 그를 미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나마 외부 기고자인 그가 아니었으면 은유적으로나마 실릴 일도 없었을 테니까. 써준 그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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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뒤 서울 모 방송국 라디오 부서에서 내게 메일을 보내왔다.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로 일해볼 생각 없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료와 교통비는 줄 수 없다고 했다. 대신 한국의 공중파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라디오국 사람들과 식구처럼 지낼 수 있는 소속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해도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고 답장을 보냈다. 이후로 거기서 메일이 날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이런 조건을 내걸고도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맥스무비 매거진도 저런 말을 당연하게 하는 이유가, '역시..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저러는 거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체감하는 과정이었다. 암만 생각해도 인턴이니, 인턴과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객원기자 일은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어지간히 많지 않고서야 사람 할 일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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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12월 31일경에 씨네 21에서 객원기자를 하고 온 어떤 사람의 메일을 받았다. 그 사람은 자기만 이렇게 생각하는 거냐고, 도저히 남들이 들어주지 않아서 나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가 싶어서 찾던 중에 내 글을 보게 됐고,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찬찬히 내용을 읽어보니 일 하는 중에 받은 부당함은 똑같았다. 나에 비하면 당연히 거기서 오래 일했기 때문인지 고료는 받고 살았지만,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나도 한 0.05초 정도는 '돈 받았으면 됐구만. 뭘 이걸 가지고..'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찬찬히 읽어보니 딱히 나보다 낫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알게 된 많은 것들을 그 사람에게 얘기해 줬다. 졸지에 상담을 해 준 셈인데, 내가 좋은 선례를 남겨서 기분 좋게, 용기를 북돋아 주며 상담을 해 줄 수 없었다는 게 많이 미안했다.

그 뒤로도 2015년이 됐고,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다만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느낀 것은, 결국 나는 까발렸으니 앞으로 다시는 주류에 편입해서 영화에 관련된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없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이후로 좀 더 명확해진 자신을 보게 됐다. 아.. 힘들겠지만 좀 더 자생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봐야 겠구나.. 그래서 좀 더 느긋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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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맥스무비 매거진에서 일했던 나머지 객원기자들의 근황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나마 들은 건 남은 열 명 중 어느 누구도 해당 잡지사에 정식 기자로 채택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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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 어떻게든 뭔가로 승화시키지 않으면 그 동안의 일들이 가치없는 쓰레기로만 남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다 써 놓고 나니, 스스로가 다시 읽어보기 싫었다. 그렇게 해서 블로그 정도에나 올려 놨었는데, 다시 정리해서 다른 웹 사이트에 올려야 겠다고 생각한 걸 보면 이젠 조금 나아진 것도 같다. 현재 빙글에 올린 건 이후에 겪었던 몇가지 일들을 좀 더 짤막하게 추가한 것이다.

이상 나의 영화 월간지, 그러니까 <맥스무비 매거진> 객원기자 체험기였다. 어차피 올려봐야 나보다는 충분히 성공하실 분들이 차고 넘치시겠지만, 그냥 핵폐기물보다는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글을 남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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