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구 표류기-5(파리)

유럽에선 다양한 방법으로 국가간 이동을 하는데, 나는 야간버스를 타고 런던에서 파리로 넘어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루 숙박비를 아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가장 저렴했다. 하지만 중간에 도착시간이 딜레이 되는 바람에 파리에 도착하자 마자 방문하려던 베르사유 궁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당시 두시간 딜레이 된 이유가 파업때문이라고 들었던거 같은데 나중에 들으니 유럽에선 대중교통 파업이 일상다반사라 하더라. 우여곡절 끝에 잔뜩 찌든 얼굴로 맞이하는 파리의 아침은 나름대로 상쾌했다. 런던 떠날 당시에 날씨가 쌀쌀해 옷을 좀 껴 입었었는데 파리는 한국의 6월과 비슷한 따뜻한 날씨였기 때문에 혼자 어색하게 긴팔 옷을 입은 것만 빼면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 찼다.

숙소 체크인 시간도 많이 남은 상태였고 애시당초 베르사유 갈 계획이 무산되는 바람에 시간이 엄청나게 붕 떠버렸다. 버스를 타고 온 터라 마땅한 인포메이션 센터도 없었고 지도를 구할 곳도 없어 일단 예전에 받아놓은 지도 어플로 주변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가장 가까운곳에 개선문이 있었고 지체없이 발걸음을 욺겼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만약 파리를 가보지 않았다면 이곳 파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아마 나처럼 해외여행 경험이 얼마 없는 몇몇 사람은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거 같은데, 나는 사실 파리가 굉장히 넓은 곳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유럽의 수도는 다 서울처럼 넓을거라고 생각했다. 다들 예상했겠지만 파리는 매우 좁다. 다른 유럽의 도시도 마찬가지지만 그 중에서 파리는 특히 정말 좁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맘먹고 걷는다면 1시간 30분 정도만 줘도 돌파 할 수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생각에 개선문까지 걸어갔는데 옷을 껴입어 좀 더웠던 거 빼면 걸을만 한 거리였다. 걸으면 걸을수록 서서히 보이는 개선문의 모습은 웅장함과 승리의 아우라를 품어내는, 에펠탑과 더불어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전혀 손색 없는 모습으로 서있었다. 네개의 벽면에는 나폴레옹 1세의 승리와 공적을 모티프로 제작되었다고 하며 안쪽 벽면 가득한 글자들은 프랑스 혁명부터 나폴레옹 1세의 시대에 걸친 128번의 전쟁과 참전한 장군 558명의 이름이라고 한다. 1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무명 용사들이 개선문 아래에 묻혔다고 전해지는데, 이곳이 단순히 관광지가 아닌 프랑스 근현대 전쟁사의 상징으로써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엄숙해졌다. 외부를 둘러보고 전망대에 올라가려 했으나 대형배낭을 메고 입장은 불가능하다며 입구에서 제지당해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에 야경을 보러 다시 와야겠단 생각을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개선문을 나온뒤 시원하게 뻗어있는 아름다운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에펠탑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하면 '에펠탑'을 떠올리지만, 에펠탑은 사실 파리를 넘어서 프랑스를 상징하는것 같다. 완공 후 흉몰스럽다는 이유로 파리 시민들에게 미움받고 철거 될 뻔 했던 미운오리가 시간이 흐른 뒤 파리를 먹여살리는 관광산업의 대표 랜드마크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많은 기대를 하고 찾아간 에펠탑. 아주 멀리서부터 보이는 에펠탑은 다가갈 수록 실감이 안난다. 단순히 어렸을적 부터 TV, 책 그리고 인터넷에서 사진과 영상으로만 봐오던 건축물을 눈앞에서 본다는 것에 대한 실감이 안난다기 보다는 거대한, 정말 커다란 철근 구조물이 주는 위압감에 이게 실재하는 건물인가 하는 실감이 안난다. 에펠탑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물 답게 수많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나는 비교적 이른시간에 갔음에도 수많은 인파에 치여 사람이 적은 곳으로 밀려나 사진 찍어야 했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본 에펠탑이 오히려 현실감 있고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나중에 다시 방문하고 나서 알았지만 사람이 정말 많은 시간에 가면 온 잔디 위에 사람으로 빼곡히 찬다.

파리는 갖가지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그와 함께 늘 사랑스러운 연인들로 붐빈다. 낭만적인 에펠탑에서도 같은 그림이 연출된다. 로맨틱한 도시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철근 구조물을 아름답고 낭만적인 매력으로 탈바꿈 시키는 마력이 있다.

야경이 아름답다는 개선문 꼭대기로 올라가보았다. 오전에 올라가보지 못한게 못내 아쉬워 피곤하지만 참지 못하고 다시 숙소를 나섰다. 뮤지엄패스를 보여주고 걸어서 올라갔다. 많은 사람들이 개선문 올라가는 계단을 지독하다고 표현하는데, 나는 그냥 올라갈만 했다. 하지만 평소에 운동량이 적은 사람이라면 힘들겠구나 싶었다.

해가 아직 지지 않은 파리의 밤은 도시 전체에 특유의 색을 칠해놓고 보란듯이 펼쳐져있다. 가지런히 정돈되어있는 건물과 도로는 하나의 작품처럼 눈을 즐겁게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밤 하늘은 검푸른 어둠이 깔리고 그에반해 파리의 밤은 빛을 더한다. 색에 조화가 시간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고 파리는 옷을 갈아입듯 자신의 모습을 바꾸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날 밤 , 높은곳에서 바라본 파리의 밤은 마치 런웨이를 걷는 모델처럼 자신의 매력을 온몸으로 발산시키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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