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무서워. 오래도록 바랐던 걸 이루고 나서, 만약 내가 꿈꿔왔던 그런 기분이 아니면 어떡하지? 또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좋은 것 같은데. 다시 새로운 꿈을 찾으면 되잖아."

- 영화 <라푼젤> 중

썸을 탈 때 혹은 갓 시작한 연애 초반, 사람들은 상대에게 지극정성이다. 친구들이 보면 '왜 저래' 할 정도로 닭살스런 짓이나, 평소 같으면 귀찮아서라도 못할 행동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상대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다.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목소리 들으면 보고싶고, 보면 손 잡고 싶고, 손 잡으면 키스를, 키스 다음엔 침대 위를 바라게 된다.

갖은 노력 끝에 상대의 마음을 얻었다.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연인 관계가 되었다. 서로 배타성을 약속하고, 오래도록 사랑하기로 맹세한다. 그렇게 잡고 싶었던 그 사람의 손을 잡았고, 안고 싶을 땐 언제든 안을 수 있다. 바라보기만 해도 떨리는 그 사람의 몸과 마음이 다 나에게로 향한다니, 믿을 수 없을 만큼 좋다. 이쯤 되면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루었다고 말해도 좋을 듯 싶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연인이 반드시 '해피 엔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시작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한 사람이 이성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기까지는 꼭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첫눈에 반한다는 말도 생겨났다. 우연히 눈을 마주쳤는데 유난히 빛나는 눈빛이 아름답거나, 가까이 다가갔는데 끼치는 체취가 싱그럽거나 할 때 상대에게 사랑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연애를 시작하면, 상대에게 가졌던 아름다운 환상 보단 현실적인 모습에 실망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함께 밤을 보내고 난 후, 잠에 취해 살짝 부운 얼굴이나, 화장기 없이 푸석한 모습, 손질하지 않아 까치집이 된 머리. 혹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소심한 성격, 새침한 태도, 어눌한 말투 등.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나의 모습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처음엔 무엇이든 다 예쁘다, 좋다 해주더니 변한 것 같다', '사랑이 식었느냐'와 같은 말들이 그래서 나온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사랑은 변한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정체된 사랑도 상하기 마련이다.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 연인들도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한다. 상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내가 만들어놓은 상대의 환상에 갇혀 혼자 실망하고 속앓이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어쨌든 새로 발견한 모습도 상대방의 일부니까. 처음 나의 설렘을 이끈 건 상대방의 역할이었지만, 일단 연인이 된 후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건 양쪽 모두의 일이다. 그 혹은 그녀와 오래 사랑하고 싶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관계의 모습을 찾아가는 연인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해피엔딩은 결국 죽을 때까지 살아본 후에야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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