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Ⅱ와 경쟁했던 여성 CEO

1977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First West Coast Computer Faire) 기간 중 애플Ⅱ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제품이 발표된 같은 날 그것도 같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어 하프(Lore Harp)와 캐롤 에리(Carole Ely)라는 여성 2명이 애플Ⅱ와 같은 가정용 데스크톱PC를 발표해 PC 산업에서 성공을 거둔 사실은 잊혀져 있다. 이들 여성 2명이 발표한 건 로어의 남편인 밥 하프가 개발한 벡터1(Vector 1) PC다. 벡터1이라는 명칭은 로어와 캐롤이 공동 경영하던 회사인 벡터그래픽(Vector Graphic)에서 비롯된 것. 벡터그래픽은 벡터1의 성공에 힘입어 1970년대 가장 유명한 PC 제조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IBM이 IBM PC를 내놓으면서 가정용 PC 시장에 진입하자 급격히 쇠퇴하면서 무대 뒤로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벡터그래픽은 주부였던 여성 2명이 창업한 데다 한때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성공을 거뒀다. 하프 부부가 캘리포니아로 이사온 건 1970년대 초반. 이들은 전형적인 가족이었지만 호기심이 많고 무슨 일이든 도전적이었다. 로어는 전업주부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고 그냥 집에 있는 걸 참기 어려워했다. 같은 마음이던 이웃 캐롤과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처음에는 여행사를 하려고 했지만 라이선스가 필요한 탓에 중단하게 된다. 일을 찾던 두 사람은 로어의 남편인 밥 하프의 제안을 받는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작아도 냉장고 크기에 가격도 비쌌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인 알테어8800(Altair8800)이 나오면서 폭발적인 성공을 기록했다. 밥 하프도 이 제품을 구입했지만 분해해보니 탑재된 메모리 카드가 별로 놀라운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 그는 스탠포드와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직접 알테어8800에 맞는 메모리 보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이 제품의 판매를 해보지 않겠냐고 아내에게 제안한다. 로어와 에리는 모두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제로였다. 밥 하프는 이들의 지식을 보완하기 위해 현지에서 열린 컴퓨터 전시회에 데려간다. 이들은 컴퓨터를 보면서 직접 개발한 메모리 보드가 다른 제품보다 뛰어나다는 걸 확신하게 된다. 이에 따라 메모리보드 부품 공급사와 계약하고 벡터그래픽을 창업, 메모리보드 판매에 들어간다. 출시 초기에는 매출이 적었지만 통신 판매와 잡지 광고를 게재하면서 매출은 늘기 시작했다. 벡터그래픽은 메모리보드를 팔아 모은 자금을 이용해 다른 메모리보드를 개발, 판매해 높은 평가를 얻기 시작한다. 회사 초기에는 사무실을 빌릴 돈이 없어 집 거실에서 메모리보드를 테스트하고 샤워실에서 제품을 포장해야 했다. 하지만 메모리보드 판매가 늘면서 이들은 메모리보드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한 컴퓨터 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벡터1은 인텔 8080A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다. 조립 세트 기준으로 당시 가격은 849달러였다. 마케팅을 맡은 에리는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여러 판매 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벡터1은 제품이 뛰어날 뿐 아니라 CEO가 당시로는 드문 여성이었다는 점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끈다. CEO가 잡지나 TV 등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벡터그래픽의 지명도 역시 단번에 높아진다. 같은 시기 발표된 애플Ⅱ의 경우 벡터그래픽은 출시 초까지만 해도 애플Ⅱ를 장난감 같은 것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출시 몇 년이 지난 뒤 컴퓨터 트렌드가 스스로 부품을 구입해 조립하는 것에서 올인원으로 전환되기 시작하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다. 벡터1은 비싼 고급 제품이었지만 애플Ⅱ는 저렴한 저가형이었고 세계 첫 스프레드시트인 비지칼크(VisiCalc)가 애플Ⅱ에서 동작하는 디스크로 출시된 것도 영향을 준다. 벡터1의 매출에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IBM이 1981년 IBM PC를 출시한다. IBM은 IBM PC 출시 1년 전 벡터그래픽에 자사의 OEM이 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여성 CEO 2명은 이를 거부한다. 사실 IBM은 벡터그래픽과 계약을 맺은 소프트웨어 회사와 비밀리에 계약을 진행하면서 벡터 시리즈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가 IBM PC에서도 작동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밥 하프는 당시를 IBM이 컴퓨터 소프트웨어 시장을 독점할 생각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했다고 말한다. IBM에 위협을 느낀 밥 하프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IBM PC와 호환되는 제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벡터그래픽 임원에게 조언한다. 하지만 임원진은 IBM이 컴퓨터 시장에 진입하면 큰 타격이라는 점에는 공감했지만 벡터 시리즈를 버리면서까지 새로운 플랫폼을 택하면 기존 사용자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이유로 이 충고를 무시한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밥 하프는 이에 불복했고 결국 1981년 해고된다. 창업 이후 개발을 해온 엔지니어를 잃자 벡터그래픽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를 탑재한 IBM PC가 출시되자 벡터 시리즈 사용자는 단번에 IBM PC나 호환 기종 쪽으로 옮겨간다. 결국 벡터그래픽 역시 MS-DOS와 호환되는 제품을 개발하게 되지만 이 결정은 너무 늦었다. 결국 벡터그래픽은 1987년 파산을 발표한다. 창업 11년 만에 PC 역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반면 벡터1과 같은 시기 애플Ⅱ를 선보였던 애플은 지금도 IT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 http://www.fastcompany.com/3047428/how-two-bored-1970s-housewives-helped-create-the-pc-industry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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