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네 멋대로 밝은 미래를 꿈꾸래?

한창 떠들썩한 도널드 레이 폴락의 소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소문대로 강렬하다. 죽은 트루먼 커포티를 되살려다가 반(反)기독교적 정서와 고딕의 장르로 무장시켜 미국 (중부가 아닌) 남부를 배경으로 진짜 '인 콜드 블러드(in cold blood, 냉혹)'하게 『인 콜드 블러드』를 다시 쓰게 만들면 이런 소설이 나올 것 같다.

누가 얘기했더라, 미국 남부의 이야기 소재는 플래너리 오코너가 싹쓸이했다고. 하지만 가끔씩 이런 패기 넘치는 문학적 사생아들이 자신들만의 하드코어한 인생 경험을 필살기처럼 꼬나쥐고 소설의 영토로 치고 들어와 일종의 문제작들을 하나둘 떨구는 걸 보면 현실을 통으로 커버할 레토릭은 역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악을 단죄하기는 커녕 침묵 속에서 오히려 범죄의 편리한 구실로 전락해 버린 신, 최소한의 정의 구현의 기능마저 마비된 사회 속에서 '복수는 나의 것'을 외치며 사적 폭력의 응징으로 내달리는 주인공. 평소 자신의 행동은 티끌만큼도 반성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반성할 때가 되면 죽음도 함께 맞닥뜨리는 인물들.

일단 이런 류의 소설들이 자주 보여주듯 신이 방관하고 사회가 실종된 작품 속 세계는 작가 본인의 황폐한 내면 한 귀퉁이를 비추는 알레고리다. 쉽게 말하면 내 안엔 (니들과는 좀 다르게) 이런 괴물이 산다 이건데 문제는 이런 작품의 할당량은 작가 1명당 많아야 한두 편으로 끝나야 한다는 거다. 자신만의 어두운 기억과 잠든 자의식을 연료로 태워 가며 시끄럽게 데뷔하는 이런 작가들을 읽을 때마다 일단 롱런할 수 있을지 더 두고 보자는 생각을 항상 하는데 소설이든 영화든 '왜why'가 실종된 스타일(의 반복)은 언제나 뒷맛이 허무한 법이니까. 그리고 그런 작품은 재미가 있다는 거 말고 추천 포인트가 안 보이는 거고. 아무튼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추천할 만한 페이지 터너였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기리노 나쓰오 누님의 말씀 한 구절 읽고 간다.

오늘보다 좋은 내일, 내일보다 좋은 모레, 매일매일 행복한 나. 제멋대로 미래를 꿈꾸는 것도 미망에 홀리는 것이다. 이것이 정도를 넘으면 죄를 짓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이 결락되어 있는 인간은 무력한 사람이 된다. 인생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선』 발문 중에서
콩가루가 펄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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