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내일로, #1. 정선으로 떠나다.

안녕하세요 모노트래블러입니다. 이번에는 아~주 옛날 저의 여행기를 한번 추억팔이 및 비교형식으로 올려볼까 합니다 :) 무려 8년전의 내일로 여행. 저는 내일로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내일로를 했던 1세대랍니다. :) 그러니 참고만 하시고, 점포와 정보는 많이 바뀌었을 수 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지독히 더운 7월의 어느날,

단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항공사 사이트에 접속했다.

" 음, 이번 여름에는 아무래도 유럽여행을 가지 못할 것 같아 "

라고 짧게 읊조린 뒤, 런던 히드로 공항행 타이항공 예약 취소 버튼을 눌렀다.

이제 타의든 자의든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행동에 책임을 질 차례.

그 대체 방안은.... 음, 전국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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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시작되기 전 동아리 MT를 간 '삼탄 유원지'에서 나는 하나의 전단지를 발견하게 된다.

7일 동안 만18세-24세 무제한 열차 탑승이라는 슬로건을 건 철도청의 '내일로' 티켓의 홍보 전단지였다.

처음 그것을 본 느낌은 실로 말할 수 없이 짜릿했다. 약 몇분간을 멍~하게 뚫어져 봤으니까 말이다.

일본의 '세이슌 18킵뿌(청춘 18티켓)'과 비슷한 이 티켓으로 비로소 저렴한 전국일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리는 없는 터.

바로 유럽여행을 취소하고 전국일주의 서막을 시작하려 하는 시발점이었다.

출발하기 하루 전 수원역에서 주민번호 확인이라는 아주 간단한 절차를 거쳐 티켓과 소정의 사은품을 발급받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밤을 지새서 약 보름정도의 전국일주 계획을 짜내었다.

전국일주의 루트는 내가 여행을 했던 곳을 제외하고 '정선->영월->안동->부산->순천->보성->목포->제주도->지리산'을 거치는 대한민국을 8자로 훑는 일정이다.

이제 건강히 즐기면서 다녀오는 것만 남았다.

다음날, 아침 7시경 간단하게 밥을 먹고 배낭을 싸고 아이팟에 여행할 때 들을 노래를 풍족하게 넣고 집을 가출하듯 떠났다 (원체 가족들은 내가 빨빨거리고 잘 돌아다니는 것에 익숙해서 멀리가도 그다지 걱정 하지 않으신다. 심지어 작년 12월 눈이 많이 내리는 날 갑자기 눈에 파뭍히고 싶어 갑자기 떠났던 대관령에서 걸었던 전화에서도 "즐기다 오삼" 이라는 짧은 인사 한마디를 남긴 우리 부모님이다)

청량리행 지하철을 타고 청량리로 출발!

첫날의 미션인 "정선가서 5일장에 하는 공연을 보고 5일장에서 정선 토속음식을 먹고 아우라지로 가서 잠들기".... 는

보기 좋게 완벽한 실패.

항상 설마 그런일이 일어나겠어? 하는 일이 내게 일어났다.

평소에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지하철 연착' 상황.

갑자기 몇정거장을 남겨두고 매섭게 돌진하던 지하철은 순간 시간이 멈춰버린듯 안내방송만 뿜어내고 있다. 나는 마치 오줌마려운 강아지 마냥, 출입문 앞에서 서성였네...

제시간에 정선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10시 차를 타야만 꼬마열차를 타고 정선까지 럭셔리하게 들어갈 수 있는데, 갑작스럽게 종각역부터인가 전력이 공급되지 않느니 마주오는 차를 기다린다니 하면서 굼벵이처럼 전동차가 기어가기 시작했다.

"아 이거 큰일났다. 출발이 분명 10분전인데 이대로는 뛰어도 안될거 같고... 어떻게 하지.."

너무 걱정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맨 앞칸으로 이동, 지하철 문에 코를 비비면서 애를 태우기 시작했다.

"아 이럴꺼면 중앙선을 탈걸 !!!!!!"

..... 후회는 이미 늦었다.

도착한 시간은 이미 9시 58분. 이미 지상청량리역을 바라보니 노란색 무궁화호는 연신 " 굿바이 " 신호를 보내며 유유히 중랑방향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래도 믿져야 본전이니 한번 역으로 가보자 해서 역무원 아저씨께 " 혹시 정선가는 열차나 증산 가는거 있습니까?" 라고 여쭤봤더니 오늘 하루의 정선가는건 없으니 내일 여행하라는 것이다.

나는 쓸떼없이 버럭했다 " 아~ 진짜 아저씨 저 오늘 정선 5일장 가야되요 ~~~!!!"

아저씨 왈 "학생 나물 팔러가? 오늘 꼭 가야하는거야? 근데 정선 가는 것이 없어. 꼬마열차는 2시에 출발한다구.."

아저씨가 그럴거면 차라리 동서울 터미널에서 정선가는 버스를 타라는 것을 극구 거부하고 곧 죽어도 '열차'를 타고 내일로 티켓뽕을 뽑겠다는 일념 하나로 증산행 열차표를 끊고 옆칸 착해보이는 여자 역무원님께

"저기요~ 죄송한데 제가 내일로 티켓 사용자인데 좌석 있는것 좀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라며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착한 역무원님께서는 각 자리의 좌석번호 약 30개 정도와 기차를 예약할 때 어디 순부터 자리 배정이 되는지 알려주셨다. 이 도움으로 앞으로 7일간 계속되는 기차여행에서 노하우가 생겨서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아무튼 증산행 열차는 12시 발.

아직 2시간이 남아 여행 계획서도 뽑을 겸 인터넷도 검색할 겸

' 얘들아~!!! 나 정선 가는 기차 놓쳤어~~ 깔깔깔 " 이라고 자랑도 할 겸 피씨방에 들렀다.

약 1시간 정도 피씨방에서 시간을 떼우고, 칼라프린트를 했다.

웁스!

"심해 심해!!! 피씨방 이용료와 프린트 이용료 합치니 7천원이나 나왔다니!!!"

아줌마는 연신 자신은 깎아주었다고 했지만.. 갑자기 밥한끼에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추가한 정도의 금액이 한시간만에 날아가니

아까웠다. 게다가 피로까지 쌓여버렸으니.. 열차 타자마자 바로 잠들 생각에 그냥 체념하고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뿌~뿌~~~!!!!

청량리에서 강릉으로가는 열차가 출발하고 나는 금방 잠들어 버렸다.

한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일어나 보니 햇살이 비추고 강원도의 멋진 산들이 내눈 앞에 펼쳐졌다.

이야!! 저것도 산이야! 이것도 산이야?!!! 장난없다!!! 멋진 경치에 나도 놀라고, 옆에 있던 사람들도 놀라고 점심부터 한끼도 못 먹은 내 배속도 꼬르륵 거리며 놀랐다.

아.. 진짜 배고픈데... 열차에서 도시락 먹는 것은 중국산 찐쌀의 위험이 있어서 안돼!

나름 웰빙을 리마인드 시키며, 꾹 참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벌써 영월이 지나고 증산역이란다.

이 열차에서 내리는 건 증산에서 사는 주민과 나 하나.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출구로 걸어나가는데, 귀여운 여자 꼬마아이와 엄마가 마치 '여행 즐겁게 하세요~' 라는 느낌으로 연신 손을 흔들었다. 녀석...

나도, '가시는 곳까지 안전하고 편하게 가세요~'라는 마음을 담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뜻하지 않게 증산역에서 만난 사람냄새들, 이곳 산바람에 실려 아름답게 퍼져나갔다.

운이 좋게도 배고파 하시길래 새우깡을 먹다 나눠줬던 상인 아저씨는 '정선'에 간다고 했다.

정선으로 들어가는 차는 많이 않은데 4시 25분 쯔음에 정류장에서 정선가는 버스가 있단다.

요금은 2450원.

열차타고 들어가면 공짜로 갈 수 있었지만, 버스를 타고 정선을 들어가는 것도 크게 나쁠것 같지 않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5일장에 가시는 여러 상인분들과 같이 버스를 탑승해서 정선의 남면을 끼고 정선시내를 향해 출발했다. 굽이굽이 산과 아름다운 햇살이 냇가를 비추고 여물어가는 옥수수 밭 그리고 장대한 협곡처럼 굽이굽이 펼쳐지는 풍경들 하지만 아름다운 산을 막아서고 지어지고 있는 눈살 찌푸려지는 아파트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많은 생각을 들게했다.

주름살 만큼이나 세월의 굴곡이 느껴지는 한 상인아저씨가 개발되고 있는 정선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시며 들리지 않는 말로 혼잣말 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까지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분들이 이고 지고 있는 그 보따리는 점점 한없이 무거워 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인간의 생리는 어쩔수 없는 터, 나는 이것을 받아들이며 즐기기로 했다.

결국은 이것 또한 버스를 타지 않았다면 제대로 느껴볼 수 없는 것들. 버스와 기차의 동선은 약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는 정선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두가지의 동선을 함께 이용해 보는 것을 권한다.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한번 오고 싶은 매력있는 정선. 알고보면 시간에 따라 다채로운 면이 많다.

멀리 보이는 정선 시내에 도착 할 즈음 대충 눈치밥으로 정확히 5일장 터에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5일장보다는 정선 아리랑 공연이 제일 시급한 문제였다.

정선 아리랑 창극은 4시30분 경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서둘러 문화센터에 가야만 했다. 지금 시작은 5시. 최대한 느낌을 살려 왠지 관공서 근처에 있을거 같아 관공서 방향으로 걸었다. 그런데! 역시나 나의 오감은 제대로 맞아 떨어져 목적지를 마주할 수 있었다.

"늦게 오셨네요~" 라는 직원의 인사와 함께 조용히 극장에 들어가는 순간 뿜어져나오는 에너지에 처음부터 소름이 끼쳤다.

아리랑 창극은 정선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무료 공연이다.

아리랑의 발원지 여량(아우라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창 형식의 극인데, 여러 악기를 이용한 극, 그중에서도 최고의 악기인 인간의 목소리 '창'을 통해 삶의 애환과 삶의 희망을 동시에 노래하고 있다.

한 파트가 끝나면서 이어지는 박수 그리고 이어지는 극.

이 안에서 나는 너무나 행복했다.

극 관람이 끝나고 '창'을 하느라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로비로 나와 다른곳으로 나서는 관광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까지, 항상 관광객들을 위해서 수고가 많습니다! 연기자 여러분들.

훈훈하고 굉장히 흡족한 관람었다. 돈을 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공연이 끝나고 장이 파하기 전까지 5일장을 돌아다녔다. 내가 사는 곳에도 5일장이 초등학교때 까지 열리곤 했는데 정말 없는게 없을정도로 동.식물.만물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이곳 정선 5일장은 산간지역이다 보니 산나물과 채소가 많이 눈에 띄었다.

5일장을 둘러보다가 너무 맛있는 모듬전이 있길래 털썩 앉아 모듬전을 시켜먹었다. 팥소가 들어간 듯한 전, 그리고 감자전, 꽃을 넣은 화전 등등 먹는 내내 속이 든든함을 느꼈다. 게다가 나를 더 든든하게 했던 것은 아주머니의 인심.

아주머니 두분이서 운영하고 있는 듯 했는데 전을 부치던 한 아주머니가 "학샹이니까 많이 줘야지" 하며 전을 자르는 다른 아주머니에게 허리를 찔러 서비스로 전을 내주시는 감동 서비스, 그리고 주위에 있던 나물을 팔던 한 할머니께 시장하지 않으시냐며 전을 권하는 모습. 왠지 우리 주위에서는 잊혀지는 모습들이 여기서 되살아 나는 것 같아서 너무나 좋았다.

전을 다 먹고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하며 2000원을 내드리고 뒤로 가면서 자꾸만 힐끗힐끗 보게 되었다. 다시 장거리로 나서 흥정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흙냄새 같은 익숙한 풍채를 느끼고, 서울에서 온 관광객이 "시골사람 인심 좋다든데 좀 깎아줘여"하는 애교도 들으며 6시 무렵 간단하게 무채와 꼬들꼬들한 면발 시원한 육수가 함께하는 정선의 별미 "콧등치기"를 먹고 아우라지를 가기 위해서 일어났다.

"학생 아우라지 버스는 6시 20분이 막차여~" 콧등치기 주인 아주머니가 오늘은 아우라지(여량)에 들어 갈 수 없다고 한다.

"아니 이렇게 차가 빨리 끊겨요?"

"글씨, 나도 아우라지에 살지 않아서 잘 모르겄어~"

정선에는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기에 이리저리 헤메이다 아우라지로 가는 길목에서 그냥 서있었다.

그런데!

눈 앞에 보이는 아우라지 가는 많은 버스들.

알고보니 시외버스는 막차인데 고속버스는 계속 운영하는 듯 했다. 물론 경유지에서 내려주는 형식이었지만...

아무튼 친구와 통화를 통해 잠을 자는 것에 대해 걱정하며 괜찮은 여관을 물었고,

그나마 내일 출발하기 편할 것 같은 위치에 있는 "대왕암 여관"을 무작정 찾아갔다.

여관에 들어서자마자 '지금은 성수기도 아니니까 제대로 쇼부칠테야!' 라는 생각을 굳게 먹고

"계십니까~"라며 주인을 불렀다.

인상좋은 주인 아저씨가 이윽고 나타났고 방을 구한다는 청을 넣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당연히 방이 있다고 말씀해주셨고 나는 이렇게 사정했다

"아저씨 저 혼자서 여행하는 여행자에요! 정선의 관광인프라도 공부할 겸 제 인생도 되돌아 볼겸 여행하고 있습니다.

학생인데 좀 깎아주세요~"

"그럼 2만원!"

" 아~저~씨~~~~"

" 아 더 내려가면 안되는데~" 하시며 옆에 있던 부인에게 어떻게 하냐며 의견을 물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 왈 "학생이래잖아~ 당연히 깎아줘야지!!"

" 알았어 싸게 주마 1만 5천원"

그래 여관비 만 오천원이면 그래도 적당하다는 생각에 여기서 협상을 마치고 나는 에어콘에 욕실까지 깔끔한 시설이 구비된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아저씨가 혹시 팜플렛 필요하지 않으시냐며 군청에서 팜플렛도 공수해 주시고 여러모로 감사했다. 그 팜플렛이 없었으면 정말 그 다음에 효율적인 여행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짐을 풀고나서 동네를 한바퀴 삥~ 돌아보고 깨끗이 씻고 TV를 보며 첫날을 편하게 보냈다.

비록 전초전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정선의 사람냄새는 정말 좋구만.

빙글 관광청장입니다. 청정 클린 여행커뮤니티는 계속됩니다~ 스타트업을 돕는 엑셀러레이터사 매니저고요, 취미로 http://monotraveler.com 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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