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인터뷰] 시(詩)로 말하는 고매한 불화

시인 안덕상을 만나다

KBS 라디오 녹음실에서 3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방송기술인으로서의 인생을 정리하고 시를 쓰며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시인 안덕상. 그의 삶과 그가 생각하는 문학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 최근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 읽거나 쓰는 일, 아니면 세상 잡사를 바라보는 일로 소일하고 있다. - 학창 시절 얘기부터 해보자. 공부는 잘 했는가? ▲ 10대 때는 공부보다는 주로 노는데 빠져 있었다. 공부는 군대 제대하고 나서 열심히 했다. 그래서 공부 열심히 안 한데 대한 후회는 없다. 나는 뭐든지 해보지 않아서 남는 미련이나 후회가 싫었다. 그래서 잘 저질렀다. 그런데 일을 저질러놓고 그 일에 온 몸을 다 바치지 않아서 남게 되는 후회나 미련은 더 싫었다. 그래서 내 인생 전체를 훑어보면 대략 십여 년 단위로 그 시기를 지배하던 내 생각이나 일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 적이 꼭 한 두 번씩은 있었다. 참, 안 좋은 성격이었다. 지금은 그냥저냥 덤으로나 살고 있지만… 그래도 남는 후회나 미련이 마치 수미산 같더라마는.

-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이어진 습관인가? ▲ 그렇다. 공부는 잘 안 했지만 책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게 아마 습관이 좀 됐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문학책을 많이 읽었다. 그 때는 전집이 유행이었다. 세계문학 전집, 한국 문학 전집, 세계사상 전집 이런 식으로. 해방 뒤 단절됐던 일본 교류가 시작된 것은 1960년대 한일회담 무렵부터다. 4.19가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일본 바람이 불었다. 한심한 일이다. 그때 일본에서 전집 출판이 유행했는데, 그 책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출판기획이 일본을 따라간 것이다. 그걸 읽은 거다.

- 최근에는 어떤 책을 주로 읽는가? ▲ 최근에는 인문교양 서적을 많이 읽고 있다.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이거나 가리지 않는다. 서양철학의 계보를 따라서 많이 읽었다. 서양 미시사에 관한 책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됐는데 사람들이 잘 안 읽는 것 같다. 물론 동양 철학과 관련된 책도 읽는다. 불경이나 유자, 노장들도 좀 읽고. 초사나 두보, 명리, 역학에 관한 책도 읽었다. 성경은 어렸을 때 1~2번 읽었다. 우리나라 역사나 시인들에 관한 책도 좀 읽었다.

- 종교가 기독교인가? ▲ 아니다. 그냥 성경을 읽었다. 어렸을 때는 몇 번 시도하다가 실패했다. 당시에는 성경에 나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름을 외울 수 없었다. 이름도 서로 비슷하고… 시간이 지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즈음 두 번 정도 읽었다. 지금은 다 잊어버렸다.

- KBS에서 30년 넘게 방송기술직으로 일했다. 어려서부터 방송국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나? ▲ 어렸을 때는 연극배우나 영화배우가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걸 못하고 어쩌다보니 마지막에는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한 마디로 갈팡질팡 산 인생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니 군대 가기 전까지는 공부 안 하고 놀려고만 했지.

제대한 뒤에 학교를 마치고 취업을 할 당시 닷새 사이에 입사 시험을 네 군데 봤다. 전부 다 합격을 했다. 나중에 혼자 명리로 풀어봤더니 그때 내 운이 참 좋았더라. 내 주변에서는 방송국 취업을 말렸다. 방송국에서는 PD나 기자를 해야지 보조 하는 일을 해서는 아무 소용없다는 거다. 기업에 가길 권했다. 하지만 그냥 별 생각 없이 방송국을 선택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 회사 생활은 어땠나? 사회에 쓴 소리도 많이 하는데, 공영방송에서의 생활이 답답하지는 않았는가? ▲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선배들의 하는 짓거리가 구역질이 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에 미치고 술에 미쳐 살다가 전두환 정권시절에 반항을 시작했다. 사상처음으로 KBS 기술인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를 조직해서 회장을 맡았고, KBS 노동조합을 동지들과 함께 조직했다. 어느 시대든지 간에 누군가는 항상 그 시대에 대해 반항한다. 불화를 일으키는 거다. 그게 진보하는 역사의 아주 작은 씨앗이 된다. 나는 그때 암울했던 현실과 방송 조직을 좀 바꿔보려고 이런 불화를 선택했던 건데, 조금 나아지는듯하다가 다시 회귀해버린 것 같아서 무척 답답하다. 최창집 선생 말마따나 민주화 주체세력들에 의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정말 크게 반성하고 돌아봐야할 부분들이다.

- 시인의 길을 택했다. 계기가 있다면? ▲ 내가 가지고 있는 예술성이나 문학적 감수성은 부모님이나 집안 핏줄의 영향이 라고 본다. 시를 쓰게 된 동기는 주변 친구들이 재능이 있으니까 써보라고 자꾸 권하는 바람에 시작한 게 이렇게 됐다.

- 시를 쓸 때는 그동안 읽은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 많은 도움이 된다. 영혼 없이 문학을 하거나 시를 쓸 수는 없다. 아무리 문장이 아름답고, 지문이 아름다우면 무엇 하나. 정신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이 시에 녹아들어가야 한다. 그 뼈대를 이루는 것이 본인의 신념이고, 생각이고, 철학이다.

- 문학이라는 것이 시대정신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 ▲ 내가 살면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고매한 불화’다. 이게 내 평생 화두다. 과거를 돌아보면 모든 역사의 발전은 문화나 예술이 주도해 나갔다. 그래서 문화나 예술은 그 시대를 앞서가는 등불이다. 이 말은 결국 현실에 대한 끝없는 의심과 질문, 다시 말해서 불화를 통해서만 더 나은 내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늘 하는 얘기지만 ‘고매한 갈등과 불화’ 없이 문화나 예술의 발전은 없고, 역사의 발전도 없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다.

- 본인의 시 한 편 소개해 달라. 시를 쓴 배경도 함께.

청령포 춘설(春雪)

- 본지에 글을 싣는다. 어떤 분야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인가? 또 이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 내가 이제까지 읽었고, 앞으로 읽을 책들도 대부분 인문학적인 책들이라 그런 분야의 독후감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인물이나 시인에 관한 얘기도 자주 할 것 같다. 내 글은 두서도 없고 거칠 것이다. 어떤 것들은 내 개인 인터넷 공간에 올려놓았던 것을 새롭게 다듬고 보완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촉매가 돼서 책 속의 세상을 지금과는 다른 각도로 한 번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그리고 만약에 내 글이 누군가에게 손톱만한 즐거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대체 내가 더 이상 무얼 바라겠는가. 정말 주책없고 한심한 망발이겠지만 말이다.

피플트리.10000-5 최근원 기자 story_bag@peopletre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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