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작은 발견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독특한 손글씨로 적힌 제목, 여기에 우스꽝스러운 일러스트와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 우선 농담부터 시작할까요?”라는 문장이 적힌 표지가 호기심을 무척 자극합니다. 저자 김하나는 ‘아이디어’라는 단어가 무척 필요한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본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여덟 단어>로 잘 알려진 박웅현의 TBWA KOREA에서 활동하기도 했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은 책의 첫 파트 제목이자 다섯 번째 꼭지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사실 농담의 사전적 정의는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농담은 사전에 적힌 의미보다는 진지하지 않고 가볍게, 즐겁게, 그리고 신나게 발상을 전개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표지 일러스트는 영화 <파이 이야기>의 한 장면을 그린 겁니다. 책을 읽었거나 영화를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파이 이야기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한 가지는 벵갈 호랑이,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이 나오는 이야기, 다른 하나는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사건이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파이가 마지막에 기자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어느 이야기가 사실인지 증명할 수도 없지요. 그래서 묻는데요,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나요?”

물론 <파이 이야기>는 픽션이고 극적인 이야기지만, 우리 일상 속 많은 것들 또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독자의 시각을 넓혀주고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길로 이끕니다.

저자는 혁명적 아이디어는 결국 일상에 흩어져 있는 작은 발견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강한 의지도 도전도 필요 없고, 단지 흩어져 있던 얕은 지식을 연결하는 것만으로 지금 그대로의 일상에 약간의 영감이, 지금 그대로의 생각의 은근한 교양이 더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가 유행인데, 저자는 이 팟캐스트와 책이 인기를 얻기 전부터 이미 지인들과 ‘얕은 지식’ 모임을 했다고 합니다. 2013년 여름부터 동네 친구들끼리 일주일에 한 번씩 각자의 관심분야나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을 나누는 일종의 세미나인데요, 책 끝부분에 그동안 진행했던 주제가 나열되어 있는데 ‘가구를 만드는 목재와 가공의 종류’, ‘프로파간다와 대중심리’, ‘클래식 재미있게 듣기’, ‘내게 어울리는 색깔 찾기’, ‘맨손으로 하는 근력운동’ 등 결코 얕은 지식이라고 보기 힘든 것들이지만, 내용이 얕건 두껍건 사람들과의 교류와 나눔이 영감을 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흥미로운 에세이를 읽는 느낌

저자는 단골 팥빙수집이 팥빙수를 만드는 방법에서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하지만 그 순서는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익숙한 순서를 뒤바꾸어보는 것은 때로 아주 강력한 효과를 가져온다’는 통찰을 얻기도 하고, 아주 날쌘 동물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는 고양이의 모습에서 ‘속도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 우리는 속도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통찰을 얻습니다.

바질 페스토와 우리나라의 탑 건축 양식의 역사를 통해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당연한 것들이 꼭 당연하지만은 않으며 재료의 변화만으로도 아이디어의 유연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저자가 살고 있는 북촌의 일상과 배구의 시간차 공격에서 상식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뒤집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발상을 이야기합니다. 장구를 세로로 세워 드럼처럼 연주하는 ‘구장구장’이라는 악기와 전통 한옥의 들장지문 사례에서는 단순한 시도로 얻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아이디어와 창의성. 어쩌면 우리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저자는 우리가 이미 가진 것에서 창의성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막연히 창의성이라고 하면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짠 하고 내놓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창의성은 그렇게 좁은 개념이 아니다. 훨씬 보편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이미 가진 것을 활용하는 것. 이것이 창의성의 출발점이다.

운동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저자의 친구는 어느 날 퇴근시간에 충동적으로 두 정거장 일찍 내려 걸어 본 후 이를 생활화 해 스트레스도 풀리고 생각도 차분해지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습관이 생기며 생활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아마 생각이 차분해지면 또 다른 발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창의성과도 연결될 겁니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경험도 전달합니다. 실연의 상처로 힘들던 시절, 출퇴근 시간에 염불 외듯 들었던 비틀즈의 시적인 가사가 자연스럽게 카피라이팅 공부로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각자의 일상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창의적인 삶이 될 수도 있고 찌든 삶이 될 수도 있겠죠.

사회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분노(읽는 입장에서도 충분히 공감)가 느껴지지만, 저자의 유머감각도 곳곳에 묻어납니다. 미국의 화가 잭슨 폴록을 다룬 부분에서는 말 그대로 빵 터졌는데요. 저만 재미있었는지 모르지만 글을 옮겨보겠습니다.

“그런데 서 있던 캔버스를 바닥에 눕히자 폴록은 이제 캔버스 주위를 폴록폴록 뛰어다니면서 물감을 흩뿌릴 수 있게 되었다.”

‘폴록폴록’이 국어사전에 나오는 말도 아니고 제가 지금껏 잭슨 폴록에게 받은 느낌은 결코 ‘폴록폴록’이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니 잭슨 폴록이 정말 새로운 발상을 얻은 후 그 기쁨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폴짝폭짝’보다는 ‘폴록폴록’이 훨씬 더 잘 어울리지 않나요?

스쳐 지나가는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점에서 역시 작가는 작가고 카피라이터는 카피라이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처럼 되새김할 문장도 많이 발견할 수 있구요.

영어에 에어헤드(airhead)라는 말이 있다. 두뇌가 있어야 할 자리에 공기만 들어찬 머리, 멍청이라는 뜻이다. 우리 속어에도 ‘머리가 비었다’는 표현이 있다. 머리가 빈 것은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분명 머리를 비워야 할 때도 있다... 신중하고 생각이 많은 것이 항상 미덕인 것은 아니다. 머리를 비우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금은 모두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들도 처음부터 그런 모습으로 탄생한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의 발상과 시도가 더해지고 더해져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문득 이런 사실을 깨달을 때 타성으로 굳어 있던 우리의 내부는 좀 더 유연해진다.

창의성은 경직됨과는 친하지 않다. 유연함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끌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디어라고 하면 무언가를 새로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여기던 것들을 없앰으로써 기존과는 다르게 신선하고 새로운 것을 탄생시킬 수 있다.

저자는 저와 비슷한 연배인데다 저처럼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고 있고, 비틀즈를 좋아하는 점에서 훨씬 더 호감을 느꼈고, 또 그만큼 더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생각의 탄생-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라는 책이 ‘발상법’에 대한 쉽지 않은 접근(제 입장에서는)이었다면, 이 책은 어쩌면 제가 저자의 ‘얕은 지식’ 모임에 번외로 참여해 대화 속에서 ‘발상법’을 자연스럽게 접한다는 느낌입니다.

출근준비를 하며 머리를 감을 때, 아무 생각 없이 걷거나 음악을 들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른 경험이 있다면, 진지하게 회의할 땐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가 오히려 점심식사 후 직장동료들과 가벼운 대화 도중에 떠오른 경험이 있다면, 이미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을 함께 하고 있는 셈입니다.

책을 읽으며 책에서 소개된 많은 사례 외에 한 가지 더 떠오른 게 있습니다. 나이키의 공동 설립자 빌 보어먼이 개발한 와플레이서라는 운동화는 그의 아내가 와플을 굽는 걸 지켜보다가 운동화 밑창에 와플처럼 격자무늬를 집어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와플 기계에 고무를 부어넣어 밑창을 만들고 이를 잘라내서 아교로 신발 바닥에 붙였는데 그게 나이키 와플레이서의 원조가 되었죠.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 지겹다고 느껴진다면, 저자의 방법대로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작은 발견을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디어도 떠올릴 수 있고, 일상도 훨씬 즐거워질 테니까요.

책 권하는 냐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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