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연필을 깍았다.
20년 전에 나는 열살 꼬마였고, 아버지는
고사리손으로 카터칼과 씨름하는 아들을 바
라보다 이내 걱정스러운 마음에 건네받아
항상 대신 해주었다.
아버지의 두툼한 손을 보며
"나는 왜 안되지..?"하고 의아했었다. 그리
고 아버지처럼 두툼한 손을 갖게 되면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서는 나는 연필을 직접 깍는 일은 포
기했다. 연필깍는 삼각형 기계가 그것을 대
신해서 굳이 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20년이 지나 연필을 선물받고 그 기계가 있
을리가 만무한 사무실에서 카터칼을 들고
깍았는데, 꽤나 그럴듯하게 깍였다.
가만이 생각해보니 어린 내가 연필을 잘 깍
지 못했던 이유는 손이 작아서도 아니었고,
두툼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 과정을 이
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연필에 칼을 대
었을 때 단번에 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
각났다. 깊게 대어 나무가 많이 베어질 걸 알
면서도 어린 나는 억지로 힘을 주었다.
나는 이제 그 과정을 이해한다. 억지로 한다
고 해서 될리가 없다. 이쁘게 잘 깍인 쓰기
좋은 연필은 힘을 주어 빨리 깍으려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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