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Viewing] 20분 뒤의 나는 그와 사랑에 빠진다는데,(Dear my Mr.663)

1. 시계바늘 처럼 돌아야지. 회전목마처럼 돌아야지.그 익숙한 골목의 막차 위에 올라 앉아 모든 노선들을 섭렵해야지. 그렇게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혹시나 네 이름이 새겨진 간판이 있을까 살펴보아야지. 그러다가 보면.보아버리면.보게되어버리면. 그제야 척추를 꼿꼿하게 세운 나는 어쩌자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침식. 너에게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그 표정으로 침식. 조그맣고 네모난 커터칼 속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연필의 모양으로. 돌돌말린 사다리꼴의 모양으로. 까만 눈물로. 흑연으로. 그렇게 처음으로 돌아가야지. 그렇게 몽당몽당하게 시간을 깎아야지. 시간은 무기력하고 계절도 반복된다면 나는 커서도 부러트리고 자판도 뽑아버리고 비로소 연필로 돌아가 너를 그리고, 쓰고, 끝내 해치워야지.

2. 모든 노선이 다 끝나버리면 나는 버스에서 내려 제일 처음 보이는 회전문 속으로 들어가, 달이 차고 기울 때까지 무수한 밤을 구경해야지. 그동안 양조위의 모든 비행기는 회항하고 나는 결코 우울하지 않다는 듯 내 눈동자를 힘차게 굴려야지. 그렇게 눈이 멀어버려야지. 그리고는 더듬더듬 유통기한이 백년이나 지나버린 통조림을 찾아서 그 안의 모든 것들을 남김없이 먹어치워야지. 햇빛 쨍쨍한 날의 레인코트. 비오는 날의 선글라스. 치직거리는 간판. 거꾸로 흐르는 중력 또는 무중력. 한없이 흐르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반복되는 총소리. 시간 또는 계절. 그렇게 너.너.너.너는. 3. 그동안에도 변함없을 별들을 세듯 머리카락을 세다가, 못내 지루해지면 혓바닥을 오므려 똑,하는 소리를 내어야지. 똑.똑.똑.소리를 내며 어느 한 맨션으로 들어가 물레를 돌려야지. 하염없이 기운 물레로 예쁜 옷을 지어입고 의식을 치루듯 손가락을 골라야지. 경건하게 열 개의 손가락을 접다가 폈다가를 반복한 후, 나는 또 한번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손바닥을 물레의 침에 가져다대겠지. -그래야 나 다울테니-손바닥에서는 철철 피가 흐르고. 나는 그 모든 시간이 부질없었다는 듯 쓰러져 잠이들고. 나를 깨우러 올 네가 없어서, 그렇게 돌돌말려버린 사포의 끝처럼. 까끌까끌한 달팽이의 껍데기처럼. 말없는 암모나이트의 화석처럼. 태고로 돌아가 나선형으로 기울어져, 블랙홀로 다시 태어나야지. 그렇게 모든 걸 집어삼킨 채로 마치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그 골목의 너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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