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축구] 11/8, 로마와 라치오의 '수도 더비'

양 팀의 상징 늑대와 독수리 ⓒ청춘스포츠 해외축구팀


Derby della Capitale


[청춘스포츠 2기 류동현] 이탈리아인들에게 축구는 단순한 여가를 넘어선 경기다. 어느 한 경기도 질 수 없지만, 특히 더비 매치에서 지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그 중 여러모로 가장 치열한 더비는 바로 ‘데르비 델라 카피탈레(Derby della Capitale)’다. 간단하게 한국어로 옮기면 ‘수도 더비’라는 뜻이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를 상징하는 AS로마와 그 로마가 속해있는 주인 라치오 주를 대표하는 SS라치오 두 팀 모두 이탈리아의 수도이자 라치오의 주도인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움을 함께 쓰며 상당히 치열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또한 정치적 문제, 사회적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양 팀은 단순한 축구가 아닌 질 수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항상 사건사고와 이슈가 끊이질 않았던 ‘데르비 델라 카피델레’가 오늘 펼쳐졌다.


양 팀은 주중에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 조별 예선을 치르고 와 꽤나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AS로마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대다수의 주전들이 나왔고 SS라치오는 중앙 미드필더들은 로테이션을 하며 체력을 비축한 상태였다. 또 AS로마는 부상자들이 많기 때문에 제대로 된 로테이션도 돌리지 못하는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AS로마의 루디 가르시아 감독과 SS라치오의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은 준비를 하여 올림피코 스타디움으로 입장했다.

앞 선에 힘을 실은 공격적인 AS로마와 중원에 힘을 실은 수비적인 SS라치오 ⓒserie A tim


1. 모험을 택한 AS로마, 안정을 택한 SS라치오


로마는 선택권이 없었다. 데 로시는 아직 돌아올 수 없었으며 플로렌치는 주중 챔피언스 리그의 피로로 인해 교체명단이었고 피야니치 또한 갑작스러운 명단 제외로 인해 평소에 쓰던 4-3-3 포메이션을 사용할 수 없었다. 앞 선의 공격진 또한 로테이션을 돌리기 보단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주전 선수들이 그대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측면 윙어로 상대를 흔들던 ‘이집트 메시’ 모하메드 살라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의 배치였다. 그가 측면에서 드리블을 통해 많은 기회를 창출하였고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가르시아 감독’은 모험을 걸었다. 그리고 AS로마는 살라와 제르비뉴, 이아고 팔케의 빠른 역습과 패스워크를 컨셉으로 잡고 경기를 이끌어갔다.


이에 비해 라치오는 손에 쥔 카드가 많았다. 라치오는 주중 챔피언스 리그에서 오늘 선발로 나온 빌리아, 파롤로, 룰리치의 세 명의 미드필더들은 아예 출장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팀 공격의 핵심인 펠리페 안데르손까지 휴식을 취했기에 모두 체력적 부담없이 선발 출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피올리 감독’은 경기에서 쉽게 밀리지 않기 위해 안전한 선택으로 빌리아, 파롤로, 룰리치의 단단한 미드필더들을 앞세우고 주중 좋은 모습을 보인 조르제비치와 핵심 펠리페 안데르손과 칸드레바를 쓰리톱으로 내세웠다. 펠리페 안데르손과 칸드레바는 쓰리톱의 측면으로 위치했지만 둘 모두 쓰리톱의 측면으로써 직접적으로 공격적인 자리가 아닌 조금은 낮은 위치에서 공격을 도와나갔다. 그래서 실제로는 4-3-3이 아닌 4-4-1-1 혹은 4-3-2-1 같은 형태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PK골을 성공 시킨 후의 AS로마 선수들 ⓒ UEFA Champions League facebook


2. 로마의 빠른 측면 공격과 라치오의 조직적인 대처


로마는 시작부터 엄청나게 빠른 템포로 라치오를 몰아붙였다. 수비 시엔 엄청나게 전방 압박을 가했고 미드필드나 수비진에서 볼을 탈취했을 때 천천히 빌드업을 하지 않고 곧바로 쇄도하는 전방의 공격수들에게 긴 패스로 빠르게 볼을 연결했다. 공중볼에 강점을 가진 제코와 빠른 발을 가진 로마의 공격진들은 그 볼을 간수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공격해가며 포백라인을 뒤로 위치시키게 했다. 그 빈 공간만큼 중앙 미드필더들도 빠르게 전진하며 공격을 도왔다.


로마는 빠르게 공격했고 라치오는 로마처럼 선수들 간의 간격과 포지션을 파괴하고 달려드는 것에 침착하게 간격을 유지하며 조직적인 대응을 했다. 로마 공격진의 전진엔 1:1로 대인마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비와 미드필더들 사이의 간격을 보다 좁히고 포메이션을 파괴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압박을 넣으며 뛰어난 개인기를 가진 로마의 선수들을 상대로 침착하게 지역방어를 했다. 그러면서도 공격을 위해 스스로 파괴한 로마의 수비 라인의 약점을 중심으로 빠르게 역습을 진행해가는 침착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8분만에 제코가 페이크 동작으로 페널티를 얻어내 골을 성공시키며 데르비는 라치오가 준비했던 흐름에서 180도 달라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로마의 핵심이었던 루디 가르시아와 나잉골란 ⓒgettyimages


3. 로마가 준비한 흐름, 라치오 휩쓸려가다.


제코에게 선제골을 내준 라치오는 조직적인 대응을 버리고 로마와 똑같이 빠른 템포의 공방전을 펼치게 되었다. 칸드레바의 아쉬운 슈팅을 시작으로 라치오도 점점 역습 인원을 늘려나갔다. 하지만 중앙 공격수 조르제비치가 로마의 수비수 뤼디거와 마놀라스와의 공중 싸움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번번이 오프사이드 파울에 걸리며 공격이 계속해서 무산되었다. 그나마 펠리페 안데르손의 중거리 슈팅과 풀백 라두의 크로스 등 많은 기회를 만들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루디 가르시아가 의도한 것이었다. 피올리 감독은 첫 골을 먹고 로마와 같은 템포로 싸우기 시작한 순간부터 언제 또 누구에게 터질지 모르는 골의 러시안 룰렛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런 빠른 템포의 싸움에선 라치오가 준비한 튼튼한 중앙 미드필더들 보다 측면을 파괴할 수 있는 드리블러의 존재가 훨씬 빛나는 법이다. 로마에는 그런 드리블러가 많았다. 제르비뉴와 살라, 팔케 모두는 라치오 선수들의 대인마크에서 볼을 지켜내며 많은 공격을 이끌어냈다. 또한 개인기도 뛰어났기 때문에 1:1 대인마크에서 페이크 동작으로 라치오 선수들에게서 많은 파울을 얻어냈다.


서로 빠른 템포로 한번씩 공격을 했지만 로마는 공격 전환 과정에서 실수를 하지 않았고 라치오보다 훨씬 유효한 공격들을 만들어 냈다. 반대로 라치오는 몇 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긴 했으나 모두 놓쳤으며 로마의 강한 전방압박에 번번이 볼을 내어주며 더 결정적인 기회들을 헌납한다. 또한 평소에 미드필더 중 가장 아래에서 위치하며 포백 보호와 빌드 업을 담당하던 나잉골란이 바인쿼우르에게 그 역할을 맡기고 전진하여 미친 듯이 뛰어다녔는데 그의 움직임은 수비에서부터 공격까지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라치오엔 없었다.

제르비뉴 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getty images


4. 격해지는 데르비, 미쳐 날뛰는 제르비뉴


후반전에도 로마의 흐름 속에서 룰리치의 다소 악의적인 태클에 의해 살라가 부상을 당했다. 살라가 발목을 강하게 밟히며 그대로 실려나가고 그 자리는 플로렌치가 그대로 채웠다. 곧바로 부진했던 조르제비치가 빠지고 클로제가 들어오는데 교체를 통해 양 팀이 어수선하여 제대로 된 수비라인을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나잉골란이 중원에서 길게 찔러준 공을 제르비뉴가 빠른 발로 드리블하여 골을 넣었다. 데르비에서의 그는 흔히 말해 긁히는 날의 제르비뉴였다. 엄청난 속도와 드리블로 라치오를 흔들어댔고 결국엔 골까지 기록하며 로마의 공격을 돌격대장으로서 진두지휘했던 그의 훌륭한 플레이에 방점을 찍었다.


이후에는 빠른 공방전이 펼쳐지지 않고 선수들끼리 강한 파울로 서로의 플레이를 끊으며 몸싸움을 벌였다. 또 더 나아가 신경전까지 펼치며 로마와 라치오의 데르비에서 빠질 수 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양 팀 로마와 라치오 선수들 모두 전반부터 미친 듯한 속도로 공방전을 펼쳤기 때문에 체력이 남아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팀은 이전처럼 멋진 공격의 모습이 아니라 루즈하게 서로를 계속 파울로 끊으며 지쳤지만 팀을 위해 뛰는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

라치오의 공격을 이끌며 분투한 펠리페 안데르손 ⓒgetty images


5. 라치오 피올리 감독의 뒤늦은 대처


피올리 감독은 60분 후반 대 들어 로마 선수와의 몸싸움으로 인해 옐로카드를 받았던 라두를 빼고 측면 공격수 발데 케이타를 투입하며 측면에서의 직선적인 공격에 힘을 실었다. 이전까지는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펠리페 안데르손이 찔러주는 패스에 의해서만 공격을 했지만 발데 케이타를 투입하며 제르비뉴가 라치오의 측면을 쥐고 흔들었듯 라치오도 로마의 측면을 흔들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이 계산은 꽤나 적중했다. 발데 케이타는 투입되자 마자 지친 토로시디스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으며 라치오의 공격기회를 많이 만들어냈다. 또한 80분에 초반에만 좋은 모습을 보이고 부진했던 칸드레바를 빼고 중앙 공격수 마트리를 넣으며 더욱 공격에 고삐를 당긴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회들은 무산되었고 치열했던 경기는 2-0이라는 스코어를 남기며 로마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오늘 경기의 결과는 감독과 팀이 준비한 걸 그대로 이행했느냐에 따라 갈렸다. 로마와 루디 가르시아 감독은 팀이 가장 잘하는 빠른 템포의 측면 역습을 그대로 이어나갔지만 피올리 감독은 처음 준비해왔던 전술을 골을 먹자마자 부수고 루디 가르시아 감독이 원하던 로마의 속도에 맞춰서 싸웠다.


피올리 감독과 라치오는 로마의 템포에 맞춰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평소처럼 템포를 늦춰가며 볼을 장악하고 펠리페 안데르손을 통해 공격을 풀어나갔다면 더 좋은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또한 빠른 템포로 계속해서 골을 노릴 것이었다면 칸드레바를 80분에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른 시간에 빠른 측면 자원과 교체를 하여 발데 케이타와 함께 측면 공격에 힘을 실었어야 했다.


네덜란드와 잉글랜드의 측면 유망주 키슈나와 모리슨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 중 한명에게 30분의 기회를 주었더라면 지친 로마의 뒷공간을 공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싸운 AS로마와 자기 자신을 모르고 싸운 SS라치오의 차이는 데르비 경기 결과 2-0이라는 점수 차를 보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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