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브릿지(Bridge of Spies, 2015) - 보수주의(保守主義)를 보수(補修)하는 정공법

#1. 보수주의(保守主義)를 보수(補修)하는 정공법

어느덧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기는 낡은 역사서의 주석(註釋)에나 등장할 법한 먼 과거가 되어 가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러시아와 미국이 꾸준히 핵무기 감축에 합의해 온 사실을 상기하면, 냉전 시기 핵전쟁의 공포도 현재로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일이다. 견고한 미소 양강 체제가 붕괴된 이후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적들과 씨름하고 있는 지금, 스필버그 감독이 <스파이 브릿지>를 통해 핵전쟁의 공포가 엄존했던 냉전 시대를 되돌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과 달리 확고부동한 수퍼 파워였던 과거의 미국을 그리워 하는 복고주의나 드라마틱한 실화를 손쉽게 영화적 소재로 이용하려는 편의주의는 아니다.

대신, 그동안 그의 영화들이 설파해 온 가족주의, 미국적 보수주의, 휴머니즘이 <스파이 브릿지>에서도 극을 떠받치는 다리를 놓았다. 깔끔하게 마감된 수제 양복처럼 단정한 스필버그의 연출은, 언뜻 고색창연해 보이는 메시지들의 매무새를 바로잡아 <스파이 브릿지>가 고전영화의 향기를 내뿜게 만들었다. 클로즈업이 거의 사용되지 않아 관조적인 샷, 정갈한 편집 리듬, 특히 '적국'과 '조국'의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인상적으로 표현하는 몇 번의 화면 전환과 장면들은 감정의 과잉을 지양하면서 차분히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파이 브릿지>의 주인공은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이라는 변호사다. 미소 냉전의 심화로 핵전쟁의 공포가 모세혈관처럼 미국 사회 곳곳에 퍼져 있었던 시기에 보험 전문 변호사인 제임스 도노반은 간첩 혐의로 체포된 루돌프 아벨(마크 라이런스)의 변호를 맡게 된다. 그는 소련의 스파이를 변호한다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배신자 취급 당하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법에 따라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변호 받을 권리가 있다'는 자신의 신념을 꼿꼿이 붙드는 그는 '법과 원칙'을 목숨처럼 중시하는 인물이다.

'법과 원칙'에 근거해 안정적으로 사회를 유지, 점진적으로 개선한다는 보수주의(保守主義)의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이 바로 제임스 도노반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중요하다'는 그의 신조는 적국과 조국의 냉랭한 구분선을 뛰어 넘음으로써 보편적 인류애를 전달한다. 이처럼 <스파이 브릿지>는 보수주의의 진정한 가치에 주목하며, 국수주의로 변질되기 십상인 보수주의의 함정을 인류애로 보수(補修)하는 정공법을 택한 영화다. 지독하게 원칙을 고수하는 제임스 도노반의 노력이 결국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순간은 영화 <타인의 삶>의 결말에 버금가는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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