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신기한듯 익숙하게 스며들다

* 당신과 나의 첫 번째 만남은, 그저 당신과의 '대화'가 재미있어 알찬 하루였다. 두 번째 만남은, '당신'과의 대화가 즐겁다는 생각을 했고 공원을 걷는 발걸음이 가뿐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말들의 오고감이 마음에 들었다. 세 번째 만남은, 함께 영화를 감상하며 종종 영화에 빠진 당신의 옆모습에 빠졌다. 귀가하는 길에는 한 우산 아래 밤길을 걷는 느낌이 마음을 간지럽혔고, 가까이에서 당신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순간에는 전에 없이 설렌다고 느꼈다. 옷이나 신발이 젖는 것에 개의치 않았다. 헤어질 때 돌아서다 말고 당신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네 번째 만남은, 취향과 개인사를 더 많이 공유하며 서로가 더 익숙하게 가까워지고 교감하고 있다는 것에 그저 웃음이 났다. 나는 어느 틈엔가 당신이 사는 동네에 익숙하게 발걸음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 만남. 보랏빛 밤하늘과 밝은 달 아래 당신이 내 옆에 앉았고 나도 당신 옆에 앉았다. "어느 순간 당신이 좋아졌어요.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당신이 웃으며 "손 잡아줄래요?" 라 답했다. 신기하게도 그 날 처음 손을 잡았는데 마치 전날에도 잡았던 것처럼 참으로 따뜻하고도 부드러우면서 편안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운명을 직감하고 단번에 빠져드는 그런 사랑은 믿지 않지만, '첫만남'이 글자 그대로의 ‘첫만남’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서울 도심 한복판 어디선가 잠시나마 서로를 스쳐갔을 수 있고 때로는 같은 지하철을 타고 있었거나 같은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든가 하는 날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였을 뿐이다. 횟수는 중요하지 않았고 다만 시간의 방향은 중요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거나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하필 왜 나와 당신이라는 두 사람이 이렇게 이어질 수 있었을까?" 라고 묻는다면, 그것이 바로 인연이라고 답할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찰나의 우연들을 지나고 지나오다가 어떤 계기가 찾아왔을 때, 그 찰나가 조금 더 긴 찰나가 되었을 때, 서로가 달려왔던 길이 만나는 지점이 새로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각자의 길을 계속 갈 것이냐, 아니면 하나의 새로운 길을 걸어가느냐를 결정짓는 것이 인연이라는 끈이다. 오늘의 이 하루를 만든 것은, 단지 오늘 하루가 아니라 그간 축적되어 온 무수한 스침들이라 여긴다.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만들어가는 것이 관계다. 찾아오는 줄도 모른 채 찾아온 당신이다. 그동안은 모르는 채로 곁을 스쳐 왔으니, 이제는 아는 채로 더 단단히 끌어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은 여전히 모든 것이 신기한듯, 그러면서도 익숙하게, 내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 영화에 이 세상은 없겠지만, instagram.com/cosmos__j brunch.co.kr/@cosmo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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