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끝

#계절의 끝 봄이 오고 있다는 착각이 들던 2월의 어느 오늘의 밤과 다음날의 아침 사이, 그는 여전히 사무실에서 앉아 타닥타닥, 컴퓨터 자판 소리로 사무실을 가득 채운다. 딸깍딸깍. 마우스로 외장하드에 자료를 옮겨놓고 나니, 이제야 기지개라도 좀 켤 짬이 난다. 뻐근했던 허리를 곧게 세우며 깍지 낀 양팔을 쭉 들어올리는데, 의자에서 지잉, 하는 진동이 느껴진다. 의자에 걸어두었던 가죽베스트에서 핸드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해 본다. 그녀다. 얼굴의 반을 덮고 있던 뿔테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툭, 던졌다.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그의 표정은 덤덤하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한 번 올려다 보고는, 사무실용 슬리퍼를 벗고 아침에 벗어두었던 워커를 슥, 끌고 온다. 워커에 발 뒤꿈치까지 넣고, 워커를 발목까지 끌어올리려 허리를 굽혔는데, 다시 허리를 올리고 싶지가 않다. 깊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긴다. 서류들을 가방에 아무렇게나 쑤셔넣고, 벗어두었던 안경도 가방에 대충 던져넣었다. 건물 현관을 나서며, 건물 앞에 세워두었던 차의 잠금을 해제한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발을 내딛는데, 세차하지 않길 잘했군 운이 좋네, 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은 벌써 워커의 굽높이만큼 쌓여 있다. 가방과 핸드폰을 조수석으로 무심하게 던지며, 운전석에 오른다. 오후까지만 해도 봄이 오고 있구나, 라 생각했었는데. 아니, 봄이 올 거라 생각했었던가. 그래, 뭐, 그건 중요치않다. 오늘 세차를 하지 않았던 게 중요할 뿐이다. 그래, 아직 봄이 아니라, 겨울이었던 것이다. 일주일 전 그녀에게 문자를 했던 그날과 마찬가지로, 일주일이 지난 오늘도 겨울인 것이다. 제설작업이 덜 된 도로 위를 달리며, 그는 세차를 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계절의 끝에서 그녀를 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Copyright ⓒ 2013 by log916(Boram Lee)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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