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7만 년의 연대기,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생각해 볼 문제 <사피엔스>

인류가 가진 큰 수수께끼 중 하나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진화했는가?”일 겁니다. 이 질문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지식을 주는 책이 바로 《사피엔스》입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추천했다고 알려져서 예전부터 출간을 기다려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늦게 출간된 책이긴 합니다.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는데다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저자(와 역자의 번역) 덕분에 600페이지가 넘은 분량임에도 옛날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인류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는 인류의 연대기를 순식간에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통념을 깨주는 책이기도 한데요, 우선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는 종 외에도 같은 시기에 인간에 속하는 다른 종도 존재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이들 종을 단일 계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컨대 에르가스터가 에렉투스를 낳고 에렉투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낳고 네안데르탈인이 진화해 우리 종이 되었다는 식이다. 이런 직선 모델은 오해를 일으킨다. 어느 시기를 보든 당시 지구에 살고 있던 인류는 한 종밖에 없었으며, 모든 오래된 종들은 우리의 오래된 선조들이라는 오해 말이다.” (25p)

2백만 년 전부터 약 1만 년 전까지 지구에는 다양한 인간 종이 동시에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만년 전에는 적어도 여섯 종의 인간이 살았는데, 사피엔스 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아 현재의 인류까지 진화하게 된거죠. 이렇게 보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사피엔스가 아닌 인류와 다시 한 번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사피엔스는 동물적 능력으로만 보면 약한 존재임에도 세상을 정복한 원인은 우리에게만 있는 언어 능력 덕분입니다. 언어로 인해 인류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고, 사회적 협력을 이루었고,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집단적 상상의 산물’이 있었기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이 탄생하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앨빈 토플러가 1만년 전 농업혁명을 제 1의 물결이라 했을 정도로 농업혁명을 문명사의 획기적 사건으로 여겨짐에도, 저자가 제2부에서 다루는 ‘농업혁명’ 이전에 ‘인지혁명’을 제1부에서 다룬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제2부 ‘농업혁명’에서도 제 통념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저자는 오히려 진화로 인해 사람들의 지능은 더 높아지고, 자연을 길들일 수 있게 됐으며, 이로 인해 위험했던 수렵채집인의 생활을 접고 농부의 즐겁고 만족스러운 삶을 즐기기 위해 정착했다는 이야기는 환상이라고 말합니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가용할 수 있는 실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생산했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124p)

물론 농업혁명으로 인해 인류는 풍요와 안전을 누리고 있고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농업혁명과 진화에 대해 한 가지 화두를 던집니다.

“어느 종이 성공적으로 진화했느냐의 여부는 굶주림이나 고통의 정도가 아니라 DNA 이중나선 복사본의 개수로 결정된다. … 만일 한 종이 많은 DNA 복사본을 뽐낸다면 그것은 성공이며 그 종은 번성하고 있는 것이다. … 농업혁명의 핵심이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129p)

인류가 가축화 한 동물들의 권리나 생태계 파괴를 놓고 봤을 때는 진화적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이 시대의 평가는 어떨지 몰라도 긴 시간이 흐른 뒤 후대의 평가는 어떨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제4부 ‘과학혁명’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고,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두 가지 힘이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하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다. 과학과 제국과 자본 사이의 되먹임 고리는 논쟁의 여지는 있을지언정 아마 지난 5백 년간 역사의 가장 주요한 엔진이었을 것이다.” (389p)

저자는 사피엔스를 ‘신이 된 동물’이라 칭하며,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이 거의 없다. 이보다 더욱 나쁜 것은 인류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무책임하다는 점이다. …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어디 있을까?”라고 책을 마무리 합니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책을 “역사와 현대 세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라고 평했다고 합니다. 저도 초반에는 인류 진화와 문명에 대한 역사적, 과학적 궁금증을 해소하며 흥미롭게 읽어나갔지만, 제3부 ‘인류의 통합’에서 다루는 돈, 종교, 제국에 대한 내용과 언젠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미래 예측을 접하며 과연 우리의 진화 과정이 올바른가에 대해 우려하며 읽게 됐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통념을 깨는 주장이 많이 담긴 책이라 논란의 여지 또한 많을 책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농업혁명과 과학혁명에 대한 관점과 평가가 어떻건 저자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반박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미처 다 읽지 못했는데, 제게 인류 문명사에 대한 지식이 더 있었다면 《사피엔스》를 통해 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바를 더 많이 깨우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 대한 정리도 현재 제 수준 정도로 밖에 할 수 없는데요, 평소 이런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분께는 훨씬 더 많은 통찰을 전해줄 책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5백 년은 깜짝 놀랄 만한 혁명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시기였다. … 하지만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지난 5세기 동안 인류가 쌓아온 부는 우리에게 새로운 종류의 만족을 주었는가? … 좀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인지혁명 이래 험난했던 7만 년이 세월은 세상을 더욱 살기 좋은 것으로 만들었는가? 바람 없는 달 표면에 지워지지 않을 발자국을 남겼던 닐 암스트롱은 3만 년 전 쇼베 동굴에 손자국을 남겼던 이름 모를 수렵채집인보다 더 행복했을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농업과 도시, 글쓰기와 화폐 제도, 제국과 과학,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책 권하는 냐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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