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여자

동물의 세계에서는 어떤 상대와 교미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식량이다. 짝짓기 체제가 먹이 공급 체제에 적응한 것이다. … 이런 유대 관계는 남녀 모두가 성공적으로 영양 섭취를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에게 특수한 심리 구조가 진화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당시 형성된 남녀 관계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남자의 심장에 이르는 길은 위장을 경유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단 서양 사회만이 아닌 모양이다.

- 리처드 랭엄 <요리 본능> 중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며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슈퍼 우먼들이 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남성과 동등한, 아니 나아가서 남성을 앞지르는 능력 있고 강인하며 독립적인 여성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진 소녀들도 많다. 사회도 알파걸의 탄생을 독려하고 반긴다. 돈 잘 버는 여자, 똑똑한 여자가 대세가 되며 양성의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 운전 잘하는 여자가, 요리 잘하는 남자가 인정받는 풍조가 생겼다.

하루 사냥해 하루 먹던 시절처럼 육체적 능력이 강한 자가 사냥을 해야만 살아남는 시대도 아니고,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다는 지금 이 시점에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이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고집할 필요는 전혀 없다.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 요리 잘하는 남학생이 요리사를 꿈꾸거나, 신체 건강한 여학생이 군인을 꿈꾸거나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사실 남자의 DNA에는 요리하는 여자에 대한 동경이 새겨져 있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 남자는 사냥, 여자는 요리를 담당하던 오랜 전통 때문이다. 2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이래로 1만년 전 농업혁명이 일어나기까지, 인류는 전체 역사의 95% 이상을 수렵, 채집에 의존해 살았다. 그 긴 시간 동안 생존을 위해 자연스레 여자는 사냥감을 가져올 강한 남자를, 남자는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만들어줄 요리하는 여자를 원하게 되었다. '얼굴 예쁜 아내를 맞으면 3년이 즐겁지만, 음식 잘하는 아내를 맞으면 30년이 즐겁다'는 우리 속담이나, '남자의 심장에 이르는 길은 위장을 경유한다'는 독일의 속담이 모두 그런 무의식에 기반한다.

물론 여자도 요리 잘하는 남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여자가 요리 잘하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운전 잘하는 남자를 좋아하거나, 노래 잘하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 남자의 일반적인 매력에 반하는 것이라면, 남자가 요리 잘하는 여자를 좋아하는 정도는 그보다 더 나아간다. 태곳적부터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에 따라 단순한 이성적 호감을 훨씬 넘어서는 차원이라는 말이다. 남자가 연인으로부터 음식 대접을 받으면 그녀와 결혼을 상상하는 빈도가 잦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니 이번 주말엔 그를 위해 앞치마를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여자라서'가 아니라 '사랑 받는 여자라서' 말이다. 평소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당신이라도 가끔 한번씩 전통적인 여성의 매력을 보여준다며 그의 사랑은 한층 깊어질 것이다. 어쩌면 당신이 주방에 들어서는 뒷모습만 보고도 결혼 후 펼쳐질 둘의 미래를 열렬히 그리게 될지 모른다. 만일 당신이 무슨 요리를 해도 실패하는 흙손이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자. 요리 블로그엔 수없이 많은 좋은 스승들이 계시니 말이다.

사진 출처는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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