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칼 필레머 지음. 토네이도 펴냄. 2014년 12월 15일 씀. 책 읽기는 일상의 즐거움이다. 20대에는 거창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그때그때 눈에 띄는 저자들을 좇기도 했다. 몇 년간 독서 모임에 나가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기쁨도 누렸다. 30대에는 인문 고전에 관심을 갖다 보니 인문학 강좌를 듣기도 하고 교양을 차곡차곡 쌓아서 진정한 지성인이 되겠다는 야심을 품기도 했다. 40대에 접어드니 또 달라졌다. 예전의 관심사가 남아 있긴 하지만, 지금은 심리학이나 행복학 등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분야에 큰 흥미를 느낀다. 지식이나 교양을 쌓는 것도 결국은 훌륭한 인간이 되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을 때도 탐욕이나 야심을 갖기 보다는 음미하고 즐기려고 한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노년을 멋지게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피 끓는 20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주제다. 인생의 절반쯤을 살고 보니 ‘노년’이라는 단어가 아주 낯설지만은 않다. 머리 숱이 점점 줄어 광채는 찬란해지고, 화요일 기사 마감날이면 자정을 넘기는 것이 부담스러운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프롤로그가 너무 길었다. 처음부터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글쓰기를 망치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돌이키기에는 늦었다. 관성의 법칙을 따라 그냥 쭉 가 보겠다. 지금부터 다룰 책은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칼 필레머 지음)이다. 몇 년 전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바로 구입하고 싶었지만, 일단 시간의 검증을 거치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러고 나서 몇 년이 흘렀지만 이 책은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얼굴을 내놓고 있다. 해서 올해 초에 구입해 단박에 읽었다. 책을 덮고 나니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그 감탄사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는데, 하나는 좋은 책을 만난 기쁨, 또 하나는 값진 책을 고른 나의 선택에 대한 칭찬이다. 연말에 즈음해 내가 읽은 ‘2014년의 책’을 선정한다면 이 책은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지은이는 미국 코넬대학교 교수인 칼 필레머.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인간생태학 분야의 권위자라고 한다. 책 표지에 “전 세계가 주목한 코넬대학교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라는 문구가 눈을 사로잡는다. 오늘날 성공과 행복에 대한 전문가나 자료가 홍수처럼 넘치는 속에 칼 필레머는 세상을 더 오랜 산 노인에게서 삶의 지혜를 구한다. 그는 “다양하고 풍부한 연륜과 삶에서 얻은 해답을 기꺼이 타인과 나누려고 하는 노인들은 지혜의 원천” “노인들이 가장 현명한 사람들”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면서 노인을 “인생의 현자”라고 지칭한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서 1,000명이 넘는 노인에게서 지혜를 얻었고, 다양한 삶의 경험이 있는 300여 명을 대상으로 세부적이고 깊이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정리하고 분류해 책을 쓰기까지 5년이 걸렸다고 밝힌다. 그는 인생의 현자들이 말하는 지혜를 결혼생활(‘아름다운 동행’), 직장생활(‘행복하게 맞는 아침’), 육아(‘등을 보고 자라는 아이’), 노년의 삶(‘하강의 미학’), 후회 없는 삶, 나머지 인생을 헤아리는 법 등으로 나누어 전하고 있다. 그 중에서 결혼과 직장, 노년과 관련된 내용을 약간 훑어보겠다. 첫째, 결혼생활을 다룬 ‘아름다운 동행’. 여기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첫 번째 해답으로 ‘배우자와 비슷할 때 더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뜻이다. 인생의 현자들이 내놓은 이러한 해답은 학문적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고 있다. 인생의 현자들은 여기에 덧붙여 “결혼을 하면서 배우자를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결혼하기 전에도 관계가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조언한다.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가치관이 같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 사항이자 지혜로운 일인 것이다. 아울러 기혼자는 평화롭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 배우자를 바꾸겠다는 과욕을 버려야 하겠다. 우리가 행복한 인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자신은 바꾸지 않고 상대방을 바꾸려고 할 때 반드시 불협화음이 나온다. 내가 변함으로써 상대방이 덩달아 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듯하다. 물론 생각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따금씩 상대방을 바꾸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기도 한다. 내 덕이 부족한 탓이다.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사람 모두 상대에게 항상 100퍼센트를 주는 거야.” 이는 63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87세의 노인이 한 말이다. 이 노인은 결혼을 50대 50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유롭게 줄 수 있어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칼 필레머는 이와 함께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려면 받는 것보다 베푸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결혼생활을 위해서 ‘한 팀이 되라’는 지침도 마음에 새겨둘 만하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평소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베풀고 노력했는지 자문해 보았다. 그 답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 앞으로 이 과제를 풀기 위해 더 연구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둘째, 직업을 논한 ‘행복하게 맞는 아침’.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 행복의 토대를 이루는 것은 ‘사랑’과 ‘일’이라고 했다. 우리는 일을 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보람을 맛보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의 현자들은 돈은 조금 덜 받아도 좋지만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젊은 친구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네. 사랑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행복한 일을 찾게.”라는 83세 노인의 말에 크게 맞장구를 쳤다. 또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모든 일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메시지, 직장생활의 목표는 끊임없는 배움이라는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그리고 직장생활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인간관계다. 칼 필레머는 오늘날 대다수의 젊은 사람들이 기술적이 전문성에만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성공적인 직장생활의 핵심인 인간관계를 지나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인생의 현자들의 체험을 들어 “직장에서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타인을 생각해주고, 타인의 말을 잘 듣고, 갈등을 해결하는 기술 등이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고 결론을 짓는다. 평소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잘 느끼고 있지만 더 지혜로운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 늘 배우는 자세를 지키려고 한다. 끝으로 노년을 다룬 ‘하강의 미학’. 여기서는 “젊을 때, 100년 쓸 몸을 만들어라.”는 얘기로 시작하는 장만 살펴보겠다. 인생의 현자들이 지적하는 건강에 대한 잘못된 태도는 다음과 같다. “건강에 해로운 짓을 한다고 해서 일찍 죽는 것이 아니라 몇 년 혹은 몇 십 년을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생의 현자들은 지금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사람들이 60세 정도 되면 평균 20년을 더 사는데 걱정해야 할 것은 그 20년 동안의 삶의 질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 건강관리를 잘 하면 더 오래 사는 것 보다도 건강한 70대, 80대를 누릴 수 있다. 그렇지만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빨리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이 많이 겪는 만성질환인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폐질환 등으로 오랫동안 고통 받다가 사망하는 것이다. 지은이의 장모 또한 “어차피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뭐. 몇 년 덜 살면 그만이지. 지금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장모는 60대에 당뇨병 발병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20여 년간 만성질환들에 시달리다가 82세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와 함께 소개한 “병은 쾌락의 이자”라는 말이 엄청난 무게로 다가온다. 올해 여러 사람에게 선물한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흥미나 재미를 넘어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있다. 다음 내용은 덤으로 추가한다.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5가지 조언 1.비슷한 사람과 결혼하라. 가장 핵심적인 가치관과 배경이 비슷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 결혼 후 배우자의 태도나 가치관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마라. 2.설렘보다 우정을 믿어라. 평생 한 사람과 살다 보면 가슴 두근거리는 열정은 변하기 마련이다. 사랑도 중요하지만 깊은 우정을 느끼는 사람과 결혼하라. 3.결혼은 반반씩 내놓는 것이 아니다. 부부관계가 늘 50대 50으로 공평해야 한다는 태도를 버려라. 내가 준 만큼 정확히 받을 수는 없다. 성공의 비결은 늘 얻은 것보다 더 많이 주려고 서로 노력하는 것이다. 4.대화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길이다. 고집 세고 과묵한 것은 관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 오랫동안 부부로 지낸 이들은 모두 수다쟁이다.(최소한 한 사람이라도 말을 많이 한다.) 5.배우자와만이 아니라 결혼과도 ‘결혼’한 것이다. 결혼관에 충실하고 그 개념을 진지하게 생각하라. 당장 필요한 것보다 결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78쪽) ◈ 만족스러운 직업을 찾기 위한 5가지 조언 1.내적인 보상을 주는 직업을 찾아라. 사람들이 직업을 고를 때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수입만 고려하는 것이다. 일에 대한 목표의식과 열정, 즐거움이 월급보다 훨씬 크고 중요하다. 2.포기하지 마라! 평생 해야 할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비결은 끈기다. 쉽게 포기하지 마라. 3.인간관계가 전부다. 성공하고 싶다면 인간관계 기술을 연마하라. 고도로 전문적인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감성지능이 결핍된 사람은 공격받기 쉽다. 4.자율성을 추구하라. 얼마나 자율성이 있느냐에 따라 직업 만족도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추구하라. 그리고 상사의 지시에 지나치게 좌우되지 말고 관심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라.(118쪽) ◈ 두려움 없이 나이 들기 위한 5가지 조언 1.나이 먹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다. 그러니 쓸데없이 나이 듦에 대한 걱정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노년의 삶은 기회이자 모험, 성숙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나이를 먹는 건 탐험과 같다. 2.100년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몸을 아껴라. 건강에 해를 끼치면서 “얼마나 오래 살든 신경 안 써.”라는 변명 따위 하지 마라. 병은 쾌락의 이자다. 흡연, 형편없는 식습관, 운동부족 같은 것들로 일찍 죽지는 않는다. 몇 년 혹은 몇 십 년 동안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고통 받을 뿐이다. 3.아직 오지도 않는 죽음을 미리 걱정하지 마라. 죽음을 걱정하느라 불안해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대신 그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비해 계획을 잘 세워두라. 4.관계의 끈을 놓지 마라. 중년 이후에 찾아올 사회적 고립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중년에 접어들면 의식적으로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5.노후의 거처를 계획해두라. 주변 노인들이 노인거주시설에 막연한 편견을 갖고 있다면 방치하지 마라. 삶에 제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리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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