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본 불안, 열패감, 기시감, 환호

수원FC와 부산의 승강-강등 플레이오프 1차전을 보러 수원에 다녀왔다. 얼어죽기 딱 좋은 날 굳이 고행길을 다녀온 데엔 이유가 있다.

우선 K리그 클래식을 시즌 내내 지켜본 건 처음이었으므로 물리적으로 갈 수 있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경기를 다녀와야만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또 부산을 '내 팀'처럼 여기는 지인과 함께였다. 쉽게 얘기해왔던 승격-강등 플레이오프를 당사자와 현장에서 지켜보는 건 좋은 경험일 거라 판단했고, 선명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 몇 장을 통해 기억을 더듬어보려 한다. 경기 리뷰는 언론에 많이 보도됐으니 기사를 참고하자.

1. 경기장

1.1. 매표소

원정석에서 경기를 봤음에도 원정석에 가격표를 따로 매긴 방침이 마음에 들었다. 원정팬이 홈석에 앉아 일어날 수 있는 소요사태를 막자는 불문율을 구단이 잘 이해하는 듯해서다. 이 추운 날 수원종합운동장까지 찾아올 의지가 있는 원정팬이 3천원 비싸다고 돌아설 확률은 낮을 것이다. 다만 원정석이 꽉 찰 정도로 관중이 붐벼 구단 자생력을 갖추는 데 기여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1.2. 통천

현장에서 지인과 내 의견이 갈렸다.

나:

- (물론 그걸 만들 예산도 부족할테고, 그만큼 관중이 들어차지도 않지만) 한 층을 다 가리는 게 아니니 관중을 몰아 응원의 몰입도를 높이자는 명분은 충족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크기.

- 그렇다고 저걸 설마 구단 관계자가 간지용로 설치했다고 믿는가? 쟤만 붕 뜬다.

지인:

- (물론 간지는 안 나지만) 중요한 경기 분위기 살리기 및 상징성으로 배치했을 가능성이 있다.

+ 지인의 의견에 대한 사견 첨언: 통천 아래 파라솔이 있는 쪽은 수원FC 응원석이었으며, 구단과 제휴한 베이커리의 빵이나 닭꼬치 등 주전부리를 팔았다. 즉, 저 zone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차원일지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1.3. 화성

이 구조물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구단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화성을 빗댄 건 좋은 시도라 볼 수도 있고, 할 거면 제대로 하지 찔끔해서 보이겠냐?고 볼 수도 있다. 나는 전자 쪽에 조금 더 가까운 입장이다. 돈만 있으면 더 길게 두를 수도 있겠지.

다만 아쉬운 건, 저 화성 구조물이 원정석 뒷편에 새겨졌단 점인데, 원정팀의 등 뒤를 방벽으로 막아주겠다는 건가? 홈석을 두르는 게 어떨지.

2. 경기장 밖

2.1. 시장과의 연계

원정석 뒷쪽으로 횡단보도를 지나 5분 정도 걸으면 탁 트인 전통시장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수원종합운동장이 수원월드컵경기장(블루윙스 홈구장)보다 번화가에 가깝다고 알고 갔는데, 원정석 뒤쪽은 뭔가 우중충한게 전혀 수원스럽지 않아 신선했다. 군소 도시 읍내 시장같달까?

후미진 곳이라 여겨서일 수도 있고, 인력이 달려서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시장 안에서 수원FC 관련 현수막이나 광고물, 인쇄물 등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아쉬웠다.

2.2. 부산 구단 버스

깨끗한 쌔삥이라 청소 잘 했다고 칭찬하려고 올린 줄 아는가? 이 포스트 사진 중 가장 아쉬웠다.

왜 프로팀구단 버스는 팬의 사인과 낙서로 빽빽해야만 모범 사례처럼 읽히는지 의문이 든다.

스폰서 사진을 빽빽히 담은 구단 버스, 혹 스폰서 중 자동차 업체가 있다면 완전히 깔끔하게 만드는 대신 그 자동차 스폰서가 돋보이도록 만드는 버스는 한국에서 볼 수 없을까?

전자와 후자의 예를 각각 아래에 사진으로 담는다.

* 레알 마드리드 버스, 치바스 버스1, 치바스 버스2 사진 출처: ALIVE

2.3. 수원KT위즈파크 버스 정류장

아시는 분 많을 것 같아 사진만 띄운다.

3. 강등과 승격

내게 이 경기는 85분과 10분이 나뉘어진 경기였다. 평소 '냉혈한'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만큼 딱히 '내 팀' 없이 축구팬으로서 축구장을 돌아다닌다. 그래서인지 절박하게 응원하던 부산 팬 지인들을 놀리면서, 즐기면서, 분위기 파악도 적당히 해가면서 멋대로 경기를 즐겼다. 85분까진 그랬다. 수원FC 임하람과 부산 홍동현이 퇴장을 주고받을 때도 그랬다. 수원FC 정민우가 골을 넣기 전까지는.

"월요일에 축구보러 갈란다." "금마들이 사람가? 이젠 바라는 것도 없다."

이렇게 박박 우기면서도 못내 부산의 경기를 찾아보러 다니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수원FC가 대구 상대로 골을 넣을 때 티없이 좋아하던 사람도 나는 안다.

말이 씨가 될지도 모른다는 무게감, 정말 강등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한국 축구계에서 강등된 뒤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는 선임 강등 클럽이 보여준 기시감(본가가 있는 경남 사정을 나도 자주 얘기하고 다닌다).

실은 이 마지막 10분을 조금이나마 겪어보고 싶어 수원을 찾았다는 말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

1차전은 끝났다.

늘 그렇듯 축구 경기는 보기 나름이다. 조덕제 감독의 리더십, 10명이 되어서도 라인을 좀처럼 내리지 않는 수원FC 선수들의 용맹함, 4개월을 이기지 못해 초조해하던 부산의 열패감, 정몽규 구단주의 소홀한 구단 운영, 선수단 경험의 차이, 그냥 존나 추운 날 재미없는 경기...

직관으로든 집관으로든 이 경기를 접한 여러분들에게 2015 K리그 강등-승격 플레이오프 1차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3.1. 부산 아이파크

응원에 열 올리다 클래퍼를 박살낸 지인. 평소엔 점잖은 친구다.

3.2. 수원FC

과연? 2차전은 12월 5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린다.

http://post.naver.com/my.nhn?memberNo=1329641

http://blog.naver.com/csm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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