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미친 큐레이터> by 이일수 : 큐레이터 세계에 대한 생생한 르포

큐레이터(Curator)에 대한 환상과 실제


미술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지만, 한없이 우아해 보이고 고상할 것 같은 겉모습 뒤로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가다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물며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거의 가 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드라마 속에서 볼 수 있는 교양을 갖춘 요조숙녀의 이미지로 고정된 것 같습니다.

제 네이버 아이디는 curatever.. curator와 forever를 합성해서 만든 것으로 큐레이터 혹은 큐레이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지요. 인생의 한 시점에서 직업으로서 큐레이터의 길도 고민한 적은 있었지만, 결국 미술과 관련한 것은 제 커리어 인생 제 1 스테이지에서 메인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길고도 긴 인생길에서 제 2 스테이지에서는 다시 찾아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요..

舊 하나코(하늘을 나는 코끼리, 일본어 아님) 갤러리 관장님이시자 현재는 프리랜서 전시기획감독이자 미술서 저자이신 이일수 선생님의 <즐겁게 미친 큐레이터>는 큐레이터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 궁금한 일반인, 큐레이터를 일생의 업으로 삼고자 하는 예비 큐레이터, 한국 미술계(소위 그 바닥)의 현장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특히 상업 갤러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책입니다.

2014년 서울시 교육청에서 선정한 직업탐색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매우 적절한 선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일방적인 찬사도 아니고 비판도 아닌, 주로 상업갤러리 소속의 큐레이터가 맞이하게 될 현실적 상황에 대해 가감없이 편안한 문체로 현장소식을 들려줍니다. 그녀(성함은 남성틱하지만 두 딸의 어머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큐레이터를 꿈꾸는 후배를 앞에 두고 밝게 웃는 얼굴로 조분조분 조언을 해 주시다가 어느 순간 정신교육이 필요한 부분에는 군기를 꽉 잡는 카리스마 넘치는 선배 큐레이터의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독자의 대상은 큐레이터 지망생 뿐만 아니라 예술경영을 꿈꾸는 예비 갤러리 관장님/사장님도 읽어두시면 좋을만한 폭넓은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얘기했듯 그녀 자신이 피고용자인 큐레이터이기 전에 독립갤러리의 운영자로 수많은 전시기획을 했던 '경영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스펙트럼입니다.

- 큐레이터 하면 떠오르는 대중적 이미지는 이정도? 그러나 실상은...?? -

큐레이터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자질에 대해


이 책에서 얘기하는 핵심 메시지를 요약하면 "기획전시의 운영자와 큐레이터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은 인간관계 50%, 미술지식 30%, 행정수완 20%" 라고 합니다. 그리고 뼈있는 한 마디 "미술현장에서 한 2년 웃는 얼굴로 도를 닦았다면 어느 분야의 어떤 일을 어떤 사람들과 일해도 굶지는 않을 것이다"

흔히 인사가 만사라고 합니다만.. 좁은 바닥일수록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높아지죠. 대기업에서 일해도 당연히 인간관계는 중요합니다만, 시스템이, 조직이 해결해주는 일들도 많기 때문에 개인의 디테일한 역량이나 인간관계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소규모 갤러리나 미술계와 같이 좁은 바닥.. 말도 많고 탈도 많으며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고.. 인력수급도 돌고도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생태계라고 한다면 더더욱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높아질수 밖에 없겠지요.

책을 읽으며 이일수 선생님이 마치 저에게 직접 얘기를 해 주시는 것같은 착각에 빠져들며 몰입할 수 있었는데요. 책 속에는 선생님께서 성공적으로 기획전시를 이끌며 하나코 갤러리의 주가를 높이던 시절의 빛나는 이야기도 있고, 꼼꼼하게 작가를 체크하고 관리하지 못해 아차하는 순간 부끄러운 전시회가 되어버린 실패담도 있습니다.

기쁘고 즐겁고 훈훈한 이야기가 있는가하면 생각만해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정도로 혈압이 오르는 일화지만 꾹꾹 참아가며 보살 미소를 지어가며 쓰신 것이 보이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일방적인 성공기도 아니고 비판하는 내용도 아닙니다. 감정의 고저는 있을지언정 중용을 지켜가는 내용들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큐레이터로서의 정신자세와 사명감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입니다.

큐레이터는 무엇으로 사는가


예전에 저도 고민했던 부분과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제가 고민했을 당시 큰 걸림돌 중의 하나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이미지와는 다르게 매우 박봉이라는 점입니다. 돈이 적다는 것은 불편할 때가 있을 뿐이지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는 아니라고 합니다만, 저는 독신으로 살아갈 인생길을 고려하면 젊을 때는 일단 충분히 벌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네요.

어느 직업인들 그렇지 않겠습니까만.. 저는 큐레이터를 업으로 택하는 분들은 가급적이면 경제적인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면 좋겠습니다. 예술과 항상 함께 하지만 직접적인 창작은 하지 않는 입장에서.. 작가와 콜렉터의 가교로서.. 전시를 기획하고 수많은 관계자들의 이해관계와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같은 위치에서.. 적은 보수때문에 생활에 곤란을 겪고 자존감에 상처를 받을 상황이라면.. 그런 분들은 말리고 싶습니다. 미술이 좋아서 그 안에서 굶어죽어도 행복할 분들이라면 예외겠지만요..

그렇다면 작가님이 얘기하는 큐레이터의 자부심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큐레이터가 일하는 곳이 한국미술사의 현장이고.. 후대에 문화유산이 될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수행자라는 것입니다. 일반 기업에서 일하다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죠.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밤새 일하고 있나. 크게 보면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일조하고 있는 것이고.. 합리적인 경영상의 결정을 통해 내가 돕는 기업의 경쟁력을 보다 제고시키기 위한 것입니다만.. 내가 몇 년 동안 일했다고 해서 후대에 내가 이런 일 했다는 것이 어디 한 줄 남아 있을리 만무하지요.

반면에 큐레이터의 전시기획은 해당 전시의 리플릿으로 도록으로 갤러리의 역사로 남고.. 그것이 모여 다시 한국미술사가 되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즐겁게 미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미친다는 것의 의미는 중의적입니다. 美술과 親해진다는 뜻으로의 미친다는 것도 있고요. 불광불급(不狂不及).. 어떤 분야에서 뭔가를 이루려면.. 미치지 않으면 다다를수 없다는 의미도 담겨있어요. 작가님은 그 중에서도 "웃음"을 많이 강조하십니다. 여러가지 힘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항상 공부하고 웃으며 일할 수 있는, 그래서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그게 바로 즐겁게 미치는... 열정과 프로의식을 갖고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라면 큐레이터 뿐만 아니라 어떤 직업에서든 성공의 열쇠 아닐까요?

※ 쓰다보니 책 내용과 제 주관적인 의견이 혼재된 부분도 있습니다만.. 짧은 독서리뷰에 다 담기 어려운 알토란 얘기들이 한가득입니다. 강추합니다~

※ 제가 읽은 책은 개정판 1쇄였는데 아직(?) 오타가 몇 개 눈에 띄어서 표기해 둡니다.

일러두기 페이지 : 갤러리스트Galleriest → Gallerist가 맞음

54페이지 : 큐레이터Curater → Curator

191페이지 10번째줄 : 기획전시으로 → 기획전시로

209페이지 11번째줄 : 반입이 있을 대 → 있을 때

294페이지 9번째줄 : 나 도한 → 나 또한

- 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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