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 - 현기증

그녀는 달리의 과 동기였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달리는 그 자리에 선 채로 굳어버렸다.

얼굴이 그리 예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친해지고 싶다든가 사귀고 싶다든가 하는 종류의 현실적인 욕망과 전혀 다른, 뜬금없이 그녀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는 불가해한 충동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녀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욕망이 달리를 휩쌌다.

그는 자발적으로 그녀에게 조종당했다.

그녀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그도 따라갔다.

그녀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낚싯바늘을 자신에게 꿰어놓았다고 달리는 믿었다.

그녀가 낚싯줄을 감아당기면 그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기꺼이 끌려갔다.

 종강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달리는 우연히 마주친 척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자연스러운 말투를 연출하기 위해 지나치게 애쓴 나머지 그의 목소리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컸다.

 "너 어제 혹시 우리 동네 오지 않았어?"

 그녀는 대꾸 없이 눈을 크게 뜸으로써 달리에게 다음 말을 재촉했다. 바람이 그녀의 이마 위 머리칼을 흩날렸다. 희고 반듯한 이마가 창문을 열고 나오는 것 같았다. 달리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어제 우리 동네에서 너랑 똑같이 생긴 여자애 봤거든."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 네가 아니더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가 달리 앞으로 한 발 다가섰다. 그는 저도 모르게 차려 자세를 취했다.

 "너 나한테 관심있니?"

 달리도 대꾸 없이 눈을 크게 뜸으로써 그녀의 다음 말을 재촉하고 싶었지만, 외마디 신음이 제멋대로 튀어나와버렸다.

 "아, 아니. 그게 무슨……"

 그녀가 웃으면서 달리의 어깨를 가볍게 쥐었다 놓았다. 인두에 데기라도 한 듯 그의 어깨가 뜨거워졌다. 기왕이면 머리도 한번 쓰다듬어주지 않을래? 그렇게 애원하게 될까 봐 달리는 이를 꽉 물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 닮은 사람이 자꾸 보이게 되는 거야."

 그런가. 그럼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건가. 역시 그런 거였나. 감정을 언제까지나 서랍 속에 숨겨둘 수만은 없다는 걸 달리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들키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를 얼마나 세게 물고 있었는지 턱이 다 얼얼했다. 달리는 혀로 마른 입술을 핥았다. 할 말이 궁했다. 어깨에 그녀의 손바닥 무늬 낙인을 간직한 채 그는 황망히 자리를 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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