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1 - 그들은 여름에 만났다.

폭염이 막 지나간 여름이었다. 그는 한적한 공원을 찾아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거나 홀로 공원에 나가는 것을 즐기는, 그런 부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날은 유독 햇살이 따듯했고 바람이 선선했다. 소파에 앉아 거실로 쏟아지는 햇살을 보고 있자니 그는 문득, 그것들의 감촉이 무척 궁금했다. 거실로 내려앉는 햇살이 피부에 와닿는 감촉이나 선선한 바람이 목 언저리를 훑고 지나가는 감촉. 먼 과거 속에 그의 볼을 자주 쓸어 내리던 누군가의 감촉.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그는 적당한 크기에 돗자리와 제법 두꺼운 책을 들고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그가 사는 아파트단지에서 공원까지 긴 도로가 이어져 있었다. 그는 도로를 따라 걸었다. 도로를 따라 핀 들꽃이 바람에 흔들렸다. 한참을 걸었다. 공원으로 향하는 표지판이 보였다. 공원 한 가운데는 작은 인공 호수가 있었고 높이가 오미터 정도 되는 분수가 나오고 있었다. 그는 공원 안으로 들어서 한적한 곳에 돗자리를 펼쳤다. 바람이 선선했다.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셨다. 그는 돗자리에 누워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가만히. 가만히 있어봐요. 그녀가 그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그는 책을 머리맡에 두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가 그가 누워 있는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발걸음이 신중했다. 그가 몸을 뒤척이자 그녀가 손바닥을 펴보였다. 움직이지 말아요. 뭐예요. 쉿.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발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발을 움직였다. 가만히 좀 있으라고 했잖아요. 그녀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뭔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잠자리가 앉아 있었단 말이에요. 그녀는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그는 그녀를 빤히 올려다봤다. 햇살을 등지고 서있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적포도주 빛을 띄며 바람에 흔들렸다. 그가 몸을 일으켜 세우자 그녀가 다시 그에게 손바닥을 펴보였다. 그는 어정쩡한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왼손으로 바닥을 짚고 오른 손은 허공에 둔 채. 그녀가 서서히 그에게 다가왔다. 그의 머리에 앉은 잠자리를 잡기 위해 그녀가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잠자리가 날아갔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잠자리 대신 그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종일 울던 매미가 조용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붙들린 그의 머리카락을 보고는 깔깔거렸다. 그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햇살이 피부에 와닿는 감촉이나, 바람이 목 언저리를 훑고 지나가는 감촉이나,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던 때의 감촉이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어쩐지 잊었던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았다.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

Select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