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의 사상> 일베.. 그 병신의 미학에 대해

일베에 대해 논할 가치가 있는가


김치녀, 홍어, 보슬아치, 전라디언, 노알라, 좌좀, 민주화, 보빨.. 이런 단어들 중에 하나 이상은 대부분 접하셨을 거에요. 그 시작은 일베였으나 일베를 넘어 인터넷에서 유통되고 있는 일베용어들인데요. 사실 김치녀가 일베에서 시작된 줄은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가? 했어요. 개인적으로 일베는 어쩌다 유머자료를 찾아보다 링크가 일베로 넘어가서 눈팅 몇 번 해본 경험이 전부인데, 책을 읽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일베의 파급력이 상당하구나 싶었습니다.

일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내가 병신인만큼 너도 병신이다

일베짓이란 무엇인가


정제해서 정의하자면 새로운 유형의 젊은 넷우익으로서 인터넷 안에 원래 존재했던 병맛 문화, 관심병 문화, 신상털기 등 인터넷 고유의 문화와 미학을 계승하고 있으며, 상대방 인격의 무시와 부정적인 호수성(=되갚아주기)을 기반으로 한 역설적 평등을 추구하는 집단입니다. 위에서 말한 모두가 병신이라는 것은 이런 만인병신설에서 나온 겁니다. 너나 나나 다 병신이니 병신처럼 놀아보자라는..

이런 병신짓을 굳이 미학적으로까지 분석해야 싶기도 한데요. 저자는 자크 랑시에르의 미학 개념으로 일베를 비춰봅니다. (1) 이질적 감각적 형태의 고독에 가치를 부여하고 (2)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의 공간을 그리는 행위에 가치를 부여한다. 이말을 다시 풀어보면 (1) 일상에서 잘 하지 않는 짓을 하면서 (2) 그러한 비일상을 일상적으로 공유하는 공동성, 집단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바로 미학(p.161)이라고 합니다.

한번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면 (1) 오프라인에서 감히 내뱉지 못하는 표현을 (2) 병신짓인줄 알면서도 일베사이트에 모여 맨날 시시덕거린다로 풀이됩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미시마 유키오의 자기경멸의 미학을 원용하는데요.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 등 유미적인 소설을 썼던 1960년대 유명한 문학가인데요. 갑자기 극우로 전향해서 천황 중심으로 자위대를 궐기해야 한다고 외치다가 1970년엔 자위대 본부를 점거하고 쿠데타를 선동하는 연설을 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할복자살을 한 인물입니다.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는 자신의 대의를 아이러니한 형태로 제시스스로를 희화화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함으로서 자기 자신마저 초월

고인에 대한 모독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위악스런 병신짓이라고 해도 더러운 병신짓

일베충의 병신짓거리... 기원은 어떻게 될까

이 책에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일베의 대척점에 서 있는 자칭 '좌파' 인물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일베에 대한 감정적 표현은 일체 삼가고 냉정하게 써내려간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동의하지는 않을지언정 이해는 할수 있다는 스탠스를 취합니다. 저자 박가분이라는 사람을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에 이 사람이 진짜 좌파인지 진보인지도 아는 바는 없습니다.

일베충들의 행태는 상대방에 대한 혐오(특히 여성혐오, 호남, 진보 혐오)의식을 깔고 가는데요. 나름의 원칙은 "가식없는" "팩트 중심의" "애국보수" 라고 합니다.

가식이 없다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그런 걸 자기들은 대놓고 얘기하니깐 가식이 없다는 것이죠. 이런 사고가 참 오만한 생각인 것은.. 예를 들어 극단적 여성혐오에 대해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여성은 김치녀이고 남자 등골 빨아먹는 보슬아치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주로 현실에서 여성들에게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정상적인 연애경험이 없거나 안좋은 경험을 했던 루저에 가까운 남자들의 생각이겠지요. 이렇게 끼리끼리 모인 병신들의 생각을 일반화하고 가식없고 쿨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오바하는 거죠..

팩트 중심이라는 것은 주로 진보정치인의 과거행적이나 주장의 모순점을 찾아내서 논박할 때 쓰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팩트 중심으로 접근하는 자세 - 논리실증주의자에 가까운 - 는 저도 공감합니다. 감성팔이에 휘말리지 않고 정확한 자신의 견해를 갖추기 위해선 팩트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죠. 하지만 일베충의 팩트 중심이라는 원칙은 남을 공격할 때는 지켜지지만 자기 주장할때는 지키지 않는 병신스러움을 보여주는게 한계입니다.

애국보수라는 말은 글쎄요. 진짜 얘네들이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진짜 일베 안에 들어가 활동해 보기 전까지는 알수 없는 것 같아요. 진보를 싫어하니깐 보수? 그건 아닌거 같거든요. 암튼 확실한 것은 일베충들 중에 상당수는 과거 노사모 였으나 집권후의 행보에 실망하여 보수로 전향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2000년대 초반 촛불시위, 광장의 축제에서 시작된 정상국가(이상국가)의 열망이 노무현 정권을 낳았는데 막상 현실권력이 된 진보정권은 꿈꾸었던 이상국가를 만들기엔 역부족이었음에 실망하고 반동적으로 삐뚤어졌다는 겁니다.

그리고 일베충들의 혐오의식의 기원은 일베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기원은 한층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강준만 교수의 우상파괴적 글쓰기, 위악성을 지닌 비판(비난), 진중권의 까대기, 비아냥 등이 처음엔 진보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었지만 그것을 발전(?)시켜 극단적으로 밀고간 것이 오늘날의 일베들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자의 분석은 과거 촛불시위의 정신과 일베의 사상을 연결짓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에는 하버마스의 사회학과 아즈마 히로키의 정치학 이론이 접목되는데,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ㅎㅎ 읽는 도중에 상당히 지루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내린 성급한 결론과 한계


저자에게 일베는 "현실의 국가, 현실의 시민사회에 대한 요구를 단념한 나름의 이상주의자"들로 파악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들을 분석해 놓고 딱히 비판하기 보다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에) 오히려 타산지석으로 삼아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진보측)이 어떻게 해야 할까에 촛점을 맞춰 나름의 결론을 맺습니다.

그런데 일베충들은 진화합니다. 온라인에서의 병신짓이 오프라인으로 새어나옵니다. 세월호 가족들 앞에서 폭식투쟁하는 짓부터 무슨 살인인증에 이르기까지.. 오프라인으로 새어나오는 범법행위는 단호히, 법적으로 엄단해야 할 것입니다. 주변에서 일밍아웃하는 병신이 있으면 멀리하시기 바랍니다. 사상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고 똘레랑스를 갖고 포용하고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이지만, 패륜을 기본으로 하는 인간성을 포기한 집단에는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는 것이 호혜, 호수적이겠지요.

인간은 어느정도의 이중성이 있고, 여기서 말 못 하는 것을 저기에서 말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풀지 못하는 것을 온라인에서 풀수도 있구요. 저도 제 블로그나 카드에서 쓰는 말투와 다른 블로그/커뮤니티에서 쓰는 말투가 다릅니다. 디씨에서 활동할 때는 상대를 다 형(횽)이라고 부르기도 했었구요. 온라인이니까 가능한 소소한 즐거움이었죠. 일베충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구요. 온라인의 일베충이 현실에서는 일반인 코스프레하고 지낼수 있습니다. 거기까지는 저도 인정. 다만 오프라인에서 하는 병신 짓은 용납 못하겠다는 겁니다.

※ 참고로 이 책의 네이버 평점은 3점대입니다. 이 책 나오고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일베충들이 한번 평점 테러를 했더군요. 제대로 이 책을 읽은 일베충이 있었다면 무작정 별점테러 하지 않았을텐데요. 이 책에서 일베는 제가 혐오하는 만큼의 혐오감을 전혀 드러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베를 차분히 이해하려는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어요.

※ 일베충 중에 고학력자, 전문직들도 상당수 있다고 인증을 한 일베인증대란이 있었죠. 그런다고 병신이 병신이지..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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