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 여행 #10. 가자 코타키나발루로! 키나발루 등정기 (2)

초반부터 5백미터 정도는 완만한 구간이기 때문에 즐기면서 갈 수 있다. 이때는 그래도 말수가 좀 많았었는데 우리형은 이제 1키로가 지나자 마자 땀이 차는지 자켓을 벗어버렸다.

한 1.5키로 쯤 가다보니 비가 엄청나게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각자 준비한 우비를 꺼내서 입기 시작한다. 우리도 우리가 준비한 우의를 꺼내서 입는다. 근데 이 우의가 참 괜찮아 보이겠지만 우림지역에서는 굉장히 걸리적 거리는 것 중에 하나다. 땀은 땀대로 차고 찝찝함은 그대로 남으며 그나마도 비를 그렇게 효과적으로 막아주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1회용 우비의 단점이다. 더 큰 문제가 뭐냐면 나뭇가지에 잘못 긁히기라도 하면 쉽게 찢어지고 만다.

갑자기 가파라지는 산행에 지친 우리둘은 마이킨에게 여기서 좀 쉬자고 제안을 했다. 쉬는시간에 마이킨은 지나다니는 청설모에게 먹이를 주거나 꾀어내는데 정신이 없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중에 나쁜사람이 없다는 말처럼 마이킨의 심성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사실 포터, 그러니까 가이드와 함께 산행을 해본건 처음이었다. 마이킨은 우리를 앞뒤에서 보살펴주며 여러가지 질문에 곧잘 대답해줬고 점심을 자신의 배낭에 이고다니며 우리를 끝까지 책임져줬다. 우비를 사용할 때도 사실 혼자서 착용하기엔 굉장히 힘든데 마이킨은 항상 이부분을 신경써 도와주었다.

산 중턱까지 와서 형은 금새 녹초가 되었다. " 아 진짜 힘들다 도저히 못가겠다 " 라고 우리는 결론내렸다. 급속히 몰려오는 허기를 먼저 해결하기로 하고 공원에서 준 계란과 바나나, 샌드위치가 든 점심을 먹기 시작한다. 사실 그렇게 맛있는 점심은 아니지만 산을 오르다 먹게 되는 음식들은 왠지 모르게 꿀맛이다. 우리가 점심을 먹으면서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오는 다른 등산객들과도 얘기하며 즐겁게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온 부부와 영국 아저씨, 그리고 필리핀에서 온 2명의 여행자 믹코이, 링고와 사바주에서 태어난 로컬 가이드겸 카우치서핑 호스트 친구까지 그룹지어서 산행을 왔다. 유창한 영어와 알아들을 만한 발음을 구사해줘서 우리가 많이 의지하고 친하게 인사하며 함께 산행을 한 친구다.

난 나름 산행을 꽤 많이 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진짜 비까지 동반한 이 산행은 왠지 모르게 힘들었다. 저 표정이 보이는가? 정말 맘같아서는 다시 내려가고 싶었다. 만만하게 보고 올라갈 산은 아니다. 가파르기 때문에 짧은 일정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고 그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말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이 보여주는 열대우림의 모습은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하는 식물들도 볼 수 있고 다양한 곤충까지, 새로운 체험을 맘껏할 수 있는 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힘내서 산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비가 내려서 엄청나게 찝찝하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신선한 공기와 피톤치드는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다.

라반라타 산장이 어드메요 하며 계속 표지판을 보고 걷는다. 7키로가 가까워올 때 쯤 이제 산장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를 직감하게 된다. 그때 마침 엄청나게 비가 내렸다. 폭우가 내리면서 마이킨은 과연 내일 정상까지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라반라타 산장 근처에는 굉장히 큰 규모의 폭포가 있다. 멀리서 그 폭포가 보이는데 폭포의 수량이 많다. 그말인 즉슨 정상에서 꽤 많이 비가 왔다는 뜻이라는데 걱정이다.

서서히 눈에 보이는 대규모의 산장 단지. 바로 라반라타 산장이다. 이 산장은 규모가 꽤 크다. 나는 이 산장까지 가지도 못하고 그 밑에서 다시 한번 주저 앉았다. 한 10분은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넉넉잡아 3분만 더 오르면 될 것 같았는데 뒤에서 오는 독일 아저씨가 여기가 산장인데 왜 머뭇거리냐는 말로 내 등을 밀어주었고 조금 더 힘내서 산장에 도착했다.

우리가 산장에 도착했을 때는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산장에 도착한 뒤였다. 우리는 뒤늦게 도착한 우리는 일단 가방을 벗어놓고 털썩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너무 피곤하고 간만에 무리를 해서일까 몸이 많이 쑤셔왔다. 그래도 곧 나오는 밥을 먹고 힘을 내야하니까 체크인을 서둘러 한다음 자리를 배정받고 다시 부페식 밥을 먹으러 나온다 반찬을 가지러 가는 그 작은 움직임도 이렇게 힘든데 내일은 어쩔까 참 걱정이 된다.

다행이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우리와 함께 온 필리핀 친구들도 있어 함께 합석하며 얘기도 나누고 연속셀카도 찍고, 하하호호 잠에 들 줄 모른다. 그곳에는 산악회에서 오신 한국분들도 있다. 어떻게 알고 오게 되었냐는 질문에 즉흥적으로 오게 되었고 패키지가 아니라 직접 컨텍해서 왔다고 했더니 정말 대단하단다. 알고보니 총 비용도 우리가 한 40만원이나 절약해서 왔던 것이다. 이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우리 부모님같이 정말 잘 챙겨주셨다.

내일 기상은 새벽 2시다. 방을 배정받고 오니 정말 추웠다. 감기에 걸렸는지 기침도 계속나오고 머리에 두통이 가시질 않는다. 아마도 고산증이 오려나보다. 현재 라반라타의 고도는 3600m. 당연히 그럴만도 하다.

샤워를 해야하는데 따듯한 물은 커녕 찬물로 샤워해야한다. 그래도 우리는 정상을 가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제발 내일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상의 날씨도 화창했으면 좋겠다.

(전)빙글 관광청장입니다. 청정 클린 여행커뮤니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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