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한 가운데
부슬부슬 내리는 비 한 가운데
차갑게 부는 바람 한 가운데
산에서 이어져 오는 듯한 바위 한 가운데
난 저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한다.
“그리운 그 아이는 어디로 갔는가?
하늘로 올라갔나?
바닷속에 잠겼나?
마음속에 숨었나?”
뼈 한 조각, 살 한 점을 만지고 파도
만질 수 없는 그 아이.
남아 있는 사진, 영상으로밖에
기억할 수 없는 그 아이
수평선 너머 어딘가에 그 아이는 잘 있을까?
이렇게 떠나보내지 말았어야 하는데
이대로 가슴 속에 묻지 말았어야 하는데
차가운 빗물 젖은 얼굴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
잊으려고 하면 떠오르고
그리움이 가슴에 사무치는 그 아이
기어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거친 파도, 냉혹한 바람, 차가운 빗물
난 기어코 따뜻한 마음을 감싸 안은 채
그 아이의 이름을 목놓아 불러본다.
산에 메아리가 울리듯
그리움과 한의 목소리가
수평선 너머 육지까지 갈까?
하지만 바람과 파도에 묻혀 멀리까지 못가네.
손에 들린 리본을 움켜쥐며 눈물을 쥐어짜네.
내가 그 아이에게 해준 게 없어 미안한 마음.
‘그 아이를 왜 잡아갔나?’
따지고 싶은 분노에 찬 기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진 몸뚱이
리본을 움켜쥔 주먹을 바람에 날리네.
기운이 다해 쓰러질 때까지
힘껏 주먹을, 힘찬 외침을, 넘치는 눈물을
담아 보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