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바로 근처에 서울시가 운영하는 '친환경 주말농장'이 있다.
작지 않은 규모고, 시민들에게 얼마 정도 돈을 받고 다닥다닥 분양해
간단한 채소꺼리를 재배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반응이 꽤 괜찮다.
얼마 전, 두물머리에 산책 온 김에 농장 구석구석을 거닐어 보았는데
서울시가 운영하는 것이라 그런지 시장과 부시장, 각종 단체장 이름으로
가꾸어진 텃밭이 꽤 있었다. 나무로 된 흰색 푯말에 '부시장 OOO' 등
붓글씨로 이름이 선명히 박혀, 위세라도 하듯 농장 입구를 점령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높은 지위를 자랑하는, 전 시장이었다가 지금은 전 대통령이 된
'4대강' 주창자의 푯말이 있어 보는 순간, 발로 냅다 찼다.
그것은 데굴데굴 굴러 텃밭들 사이에 거꾸로 쳐 박혔다.
나는 주위를 살펴보고, 안심한 뒤, 다른 텃발들 구경을 다녀왔다.
입구로 다시 나온 10여분 뒤, 그 푯말은 내가 발로 찬 곳이 아닌
한참 떨어진 곳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다.
이심전심 以心傳心. 교외별전敎外別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