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우리가 뜨거웠던 순간과 또 순간이 지나온 세월 만큼이나 길다고 하여 흐려졌었던 점들의 나열이었지 당신이 가고나니 비로서 점은 굵은 선으로 이어져 더욱 그리운 우리들의 밤이었음을 화선지에 먹물이 스미듯이 나의 마음에 남겨진다. 우리 그렇게 사랑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