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이 너는 혼자 그렇게 아름다워졌구나

우리는 서로 깊이 사랑했고

많은 날들을 사랑에 잠겨 보냈다.

당신은 무척 행복했지만 나는 밤마다 당신이 떠나는 꿈을 꾸었다.

시간은 흐르고 당신은 나로 인해 가끔 불행했다.

나의 눈이 자꾸만 그것을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당신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나는 당신이 잊고 있었던 것을 찾기 위해

혹은 잊고 있었던 것을 영원히 잊기 위해 떠나는 길을 막지 못했다.

당신이 잊고 있는 것이 나의 사랑이라고 끝내 말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따듯한 이별을 원했을 뿐이다.

따듯한 이별 속에 잠겨 영원히 너를 잊으려고 한 것 뿐이다.

잘자라 내 사랑, 내가 너를 단단한 땅에 묻는다.

갈라진 땅에라도 튼튼한 뿌리를 내려라.

너에게 이제 슬픔은 없다,

슬픔은 지상에 남아있는 나의 몫

너를 휘감고 있는 따듯한 흙과 함께

너는 편안히 깊은 잠 속에 빠져야 한다.

혹시 스쳐가는 이들의 즐거운 발자국 소리가 너를 깨워도

눈뜨지 마라, 다시는 지상으로 오르지 마라.

투명한 나의 눈물이 너의 마음을 두드려도 믿지마라.

그 날, 너를 남겨둔 채 내가 서둘러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너를 버렸다. 내 사랑.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될 줄 몰랐다.

흐린 먼지들이 공중을 떠돌다가 가만히 내려앉는다.

나는 눈을 비비며 추억을 잊지 않으려고 눈물을 참는다.

이렇게 오래 참아야 하는 건지 몰랐다.

처음 너를 만나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내 마음 깊은 곳에 너를 위한 빈자리 하나 만들던 그 때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간다, 알고 있다.

추억들은 눈물에 씻겨 간다, 아직은 참을 수 있다.

너 한 번도 앉지 않은 빈자리에 말간 햇살들이 잠시 머물다 간다.

먼 세월 흘러 너를 우연히 다시 만나니

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너도 변하지 않았구나

그러니 우리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못하겠구나.

사랑을 하여도 금세 이별이겠구나.

수 천 번의 봄이 되풀이되고 수억의 꽃봉오리 피고져도

내가 있는 풍경 속에서 너는 늘 그렇게 슬플거구나.

먼 세월이 흘러 너를 우연히 다시 만나니

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너는 변하였구나

그러니 우리 처음으로 돌아갈 수가 없는거구나

갈기갈기 찢어진 그리움을 너는 이제 모르는구나

수천번 네 이름을 부르며 그토록 긴 시간을 통과했는데

나 없이 너는 혼자 그렇게 아름다워졌구나.

글 / 황경신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음악 / 이소라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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