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호젓한 세기의 달을 따라 알 듯 모를 듯한 데로 거닐고져! 아닌 밤중에 튀기듯이 잠자리를 뛰혀 끝없는 광야를 홀로 거니는 사람의 심사는 외로우려니 아… 이 젊은이는 피라미드처럼 슬프구나 ―‪윤동주‬, 「‪비애‬」, 『‪별 헤는 밤‬』, ‪세계시인선‬

「투르게네프의 언덕」 나는 고갯길을 넘고 있었다…… 그때에 세 소년 거지가 나를 지나쳤다. 첫째 아이는 잔등에 바구니를 둘러메고, 바구니 속에는 사이다병, 간스메통, 헌 양말짝 등 폐물이 가득하였다. 둘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셋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텁수룩한 머리털, 시커먼 얼굴에 눈물 고인 충혈된 눈, 색 잃어 푸르스름한 입술, 너덜너덜한 남루, 찢겨진 맨발, 아아, 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이 어린 소년들을 삼키었느냐! 나는 측은한 마음이 움직이었다. 나는 호주머니를 뒤지었다. 두툼한 지갑, 시계, 손수건……있을 것은 죄다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줄 용기는 없었다.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다정스레 이야기나 하리라 하고 "얘들아" 불러 보았다. 첫째 아이가 충혈된 눈으로 흘끔 돌아다볼 뿐이었다. 둘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셋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너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기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하면서 고개로 넘어갔다. 언덕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짙어가는 황혼이 밀려들 뿐.

E D I T O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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