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구 표류기-30(1)#스페인 산티아고

29일차, 아르카(페드로우소)-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Finaly, Santiago. 산티아고를 걷기 시작한지 29일째 되는 새벽. 이곳 '아르카'의 새벽은 여느 도시의 알베르게완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이 전편들에서 자주 언급한 '밀키웨이(이른새벽 산티아고를 향해 은하수를 따라 걷는 길)'를 걷기 위해 순례자들이 이르면 자정부터 산티아고를 향한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제 예정했던 시각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준비를 마치고 출발했다. 전날 우리가 묵은 알베르게는 까미노에서 아주 약간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왔던 길을 조금 되짚어 돌아갔다. 매우 이른 새벽시간 이었지만 이미 거리에는 많은 개인 순례자들, 단체 순례자들이 몇시간 전까지 고요했을 거리를 하나, 둘 채우고 있었다. 까미노로 올라서기 전 따뜻한 불빛으로 순례자들의 마지막 걸음을 배웅해주는 마을 어귀의 가로등 아래서 기념사진을 남기기로 했다. 아르카를 벗어나면,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도시의 미세한 가로등 불빛도 사라지고 울창한 유칼립투스 나무가 이룬 숲을 들어갈 때 쯤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칡흙같은 어둠이 시작된다. 자, 이제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나뭇잎들 사이사이로 어두운 하늘을 가득 채운 쏟아질 듯 한 별들이 당신의 마지막 아름다운 발걸음을 비춰줄 것이다.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이 사진은 'google image'에서 얻어왔다. 안타깝게도 똑딱이 카메라로 여행중인 나는 아름다운 밀키웨이를 사진에 담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분에게 소개해줄 수 밖에 없는것을 이해 해주었으면 한다. 밀키웨이는 사진으론 담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다. 눈으로 직접 봐야만 비로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나의 허울 좋은 핑계일 수 있지만, 여러분의 눈 만큼이나 화소수가 높고 화각이 넓은 뛰어난 렌즈는 없으니 말이다. 포근하게 머리위를 덮어주는 아름다운 하늘과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상쾌한 대지의 공기, 그리고 자칫 외롭고 두려울 수 있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을 함께 걸어주는 동료들과 함께 고요하지만 바늘 들어갈 틈 없이 모든 것이 가득 채워진 듯한 느낌을 주는 길을 걸었다.

서서히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이 물러날 무렵 이제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지켜주는 일은 자신이 할 차례라는 듯, 저멀리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방향도, 내가 서 있는곳도 어딘지 모르며 그저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걷고 있을 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어렴풋이, 저쪽이 동쪽임을 느낄 수 있었다.

부족한 수면량에도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한 우리지만, 처음 도착한 작은 마을에선 모두가 이젠 언제 마시게 될 지 모를 스페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따뜻한 아침의 커피가 간절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일찍 출발하는 바람에 문을 열고 순례자들을 맞이해주는 바르는 한군대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을을 조금 더 둘러본 뒤, 아직 단잠에 빠져있을 마을 주민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기 위해 조용히 마을을 벗어났다. 터널과 공항을 지나 한참을 고요함 속에 걷고 있으니 물에 물감 한방울 떨어뜨린듯 우리 주변의 대지가 서서히 밝게 물들어간다. 쾌적하고 상쾌한 오솔길을 몇군대 지나치고 유동차량이 많은 도로도 몇군대 지나친다. 한걸음 한걸음 산티아고에 다가갈 수록 길 위에서 마지막 여정을 만끽하고 있는 순례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조산'에 도착하기 전 중간에 만난 한 마을에서 다함께 간단한 조식을 함께 하기로 한다. 그날따라 유난히 마시고 싶던 '카페 콘 레체'여서 그런지 특별할거 없는 커피가 더욱 깊은 맛을 내는 듯 했다.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있자니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 바르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아마 우리와 비슷한 시간에 출발해 우리처럼 아직 아침을 하지 못한 순례자들 이거나 어젯밤 이 마을에서 묵고 늦은 시간에 출발한 순례자들인것 같았다. 순례자들은 하나같이, 피곤할테지만 다들 표정이 밝다. 아침식사를 마무리 하고 다시 까미노 위로 올라섰다. 라바코야 강을 지나 '기쁨의 산'이라 불리는 '고조 산'을 향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이곳은 비가오지 않을 때 산티아고 대성당의 탑들이 보인다 하여 중세 순례자들이 '기쁨의 산'이라 이름 붙였다 한다('gozo'는 갈라시아어로 '기쁨'). 고조 산을 기점으로 정말 많은 순례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새벽 출발할 때의 고요함은 사라지고 소란스러운 인파에 정신이 없을 수도 있다. 나처럼 고요하고 정돈된 마음으로 산티아고를 맞이하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안전하게 이곳까지 왔다는 것에 감사하며 축제를 즐기는 마음으로 크게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의 남은 순례길을 축복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여러분이 준비하고 있는 산티아고와 다른 방식에 마음이 불편해 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껏 수십일 동안 걸으며 보고, 느끼고, 배움을 얻었던 것들을 상기시키고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자. 그러고 나면 불편한 마음은 온대간대 없이 더욱 마음이 평안해 질 것이다.

고조 산 정상에 오르니 과연 저 멀리 산티아고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 정상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문 기념비가 우뚝 솟아 있으며 그 벽면에는 각각의 스토리가 담긴 조각이 남겨져 있다. 고조 산 정상에선 몇군대 순례자를 위한 상점이 있고 하나같이 순례자 여권을 위한 도장이 준비되어 있으니 도장을 모아오던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고 찍고 가도록 하자. 이제 이 언덕을 내려가면 산티아고에 입성하게 된다. 모두들 설레임과 기쁨으로 벅찬 가슴을 안고 고조 산 정상에서의 휴식을 마친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언덕을 내려가며 이제 코 앞으로 다가온 산티아고에 실감하며 원은 한사람 한사람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진부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껏 순례를 해온 이라면 누구나 나누고 싶은 것. '산티아고를 걸으며 느낀점'

산티아고는, 이 길을 걸은 저마다의 마음속에 다 다른 모습으로 자리잡은 듯 했다. 나 역시 나만의 산티아고를 느끼며 배우고 걸어왔으니. 언덕을 내려가며 마지막 힘을 내기 위해 활기찬 포즈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제 언덕을 나려와 좀 더 걸어 다리를 지나고 서서히 대도시의 혼잡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여러분은 드디어 '그곳'에 도착한 것이다.

이제 여기서, 앞으로 산티아고를 걷게 될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아마도 첫 배낭여행을 하는 여행 초보자인 나보다 몇번은 먼저 여행을 해 봤을 여러분의 멘탈이 더욱 강하겠지만 산티아고에 입성하는 순간은 그 강한 멘탈도 쉽게 무너져 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말이냐, 까미노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언젠간 꼭 걸으리라 다짐하며 버킷 리스트 최상위에 올려놓았다면 이곳의 '성스러움'과 '정신적인 분위기'를 기대하며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에서도 나는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며 내가 마치 야고보의 현신인냥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나에게 내리쬐이는 한줄기 햇빛을 봤다는 거짓 헛소리로 이 여정의 대미를 장식 할 수도 있다. 하. 지. 만! 이 글은 단 한치의 거짓도 없이 여행 초보자가 여행 초보자를 위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려주고자 시작 한 여행기! 그리하여 사실을 말하자면, 산티아고에 대해 이미 많은 조사를 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갈라시아 서쪽 끝부분에 위치한 이 도시는 여러분의 생각보다 거대하다. 산티아고 대성당은, 여러분이 나와 함께 걸으며 봐왔던 사진에서 처럼 중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며 과거와 함께 호흡하고 당장이라도 마을 어귀의 한 낡은 오두막에서 야고보 성인이 걸어나올 거 같은 정겨운 마을 위에 기적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떡 하니 서있는 것이 아니다. 그 거대한 규모의 대성당이 응당 있어야 할, 거대한 규모의 대도시에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도 대도시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러분이 노란 화살표를 따라가는 한은 마을 중심부의 그런대로 중세 분위기가 간직되어 있는 산티아고의 구시가지 보다, 모던한 건물들이 즐비하고 최신식 편의시설을 갖췄으며 유동인구와 차량 이동량이 많은 신시가지에 먼저 입성하게 되고, 그 순간부터 산티아고 대성당 까지의 길이 오늘 아침 여러분이 기대한 성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며 혼잡한 대도시의 소음이 성당까지 걸어가는 동안 여러분의 마음속을 뒤집어 흔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오히려 순례를 하는 동안보다 산티아고에 입성 한 뒤에 마음에 여유를 잃는 순례자들이 발생하기도 하며 자신이 생각한 모습의 산티아고가 아니라는데서 오는 실망감에 속이 쓰라린 경험을 하는 순례자들도 있다고 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며 고대하던 산티아고에 대해 너무 안좋은 이야기만 했는가? 아직 속단은 마시길. 첫째로,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어느정도 정보와 마음의 준비로 산티아고 입성 후 생각관 다른 모습에 여러분이 실망하질 않길 바라며 조언을 해 줬을 뿐이고, 둘째로, 산티아고의 모습관 관계없이 맨탈이 강하고 있는 그대로의 성지 순례를 마친 상당수의 순례자들은 도시의 모습이 어떻고 간에 대성당 앞에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과 타인의 순례를 진심이 담긴 축하로 축복해 주며, 셋째로 이 도시에선 누구나, 정말 누구나 기적같은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자, 무슨 말인지 다시 차근차근 하기 위해 우리가 산티아고 신시가지로 입성한 순간으로 되돌아가 보자.

분량 조절 실패!! 한번에 마무리 할 수 있지만 호흡이 길어져 가뜩이나 지루한 글 더 지루해질까봐 나눴습니다! 흐름이 끊기기 전에 조속히 나머지 뒷 이야기를 풀어 내겠습니다! 늦었지만 모두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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