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에서 만난 '이탈리아 친구들' 이야기

카미노 데 산티아고(산티아고의 길) 북쪽길을 걸으면서 유독 자주 마주쳤던 친구들. 그들과의 첫 만남이 지금도 생생하다. 크고 작은 돌들 사이로 생겨 난 넓고 좁은 틈. 그 틈을 타고 흐르는 물 줄기 소리에서 그들의 웃음소리가 묻어 나온다. 누군가에게 쉼표를 선물 할 수 있는 미소가 있다는 것을 그들이 가르쳐 주었다.

오후 다섯시가 넘은 시간.. 보통 이 시간이면 대부분의 친구들은 알게르게(순례자들의 숙소)에서 쉬고 있을 시간이다. 저녁 준비를 위해 장을 본다거나 낮잠을 잔다거나 다국적 친구들과 담소를 나눌법한 이 시간에 그들을 다시 만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낮은 시멘트턱에 한 친구가 주저앉아 있다. "Are you OK?" 그들은 가까운 호스텔 또는 호텔을 검색하는 중이고 자신들을 픽업해줄 수 있는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인사를 나눈 뒤 들어선 길은 양쪽으로 키가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다. 흐린 날씨에 겹겹이 층을 이루는 나뭇잎 아래를 걷는것은 으슥한 골목길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 곳을 벗어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뭔가 좀 다른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소리를 느낀순간 얼음이 되어 뒤를 돌아 보았다. '어? 아까 그 친구들 이잖아! 다행이다..' 혹시 배가 고픈건 아닐까? 가방에서 복숭아를 꺼내들고 그들이 내 앞을 지나기를 기다렸다. "Are you hungry?" 한 친구가 미소를 보이며 뒤를 돌아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방을 가리켜 먹을것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언어로 대화를 나눌때 상대방의 눈을 중점적으로 보곤 했다. 하지만 카미노에서 영어실력이 부족한 덕에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주의깊게 살피는 눈을 배웠다. 그들은 곧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숲을 헤쳐 나아갔다.

숲을 헤쳐 나온 후, 그들이 걸음을 나란히 했을 때 곧 마을이 나오리란걸 예감했다.

같은 마을에서 머무르지 않아도 같은 알베르게(순례자들의 숙소)에 머무르지 않아도 자주 마주치는것이 신기했다.

일단 카미노 어느 지점에서 누군가를 만났다면 난 어김없이 그들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걸음이 느린 내가 만나는 그들의 뒷모습은.. 때로는 혼자 아니라는 안도를 주기도하고 때로는 다음 마을의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되기도 하고 더 없이 멋진 풍광이 되어주기도 한다.

뙤약볕 아래 다시 만난 그들. 저 멀리부터 보여준 하얀 치아가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예쁜 미소로 인사하고 지나간 그들의 뒷모습은 어김없이 멋진 풍광이 되어 주었다.

'날이 흐리다..'는 표현을 쓰는게 맞는걸까? 그 날의 바람.. 안개.. 변덕스러운 빗줄기.. 모든것이 그들의 미소와 함께 있으니 그.냥.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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