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 - 응답하라 1977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신화(myth)'는 다소 생뚱맞은 위의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가 사라진, 광대한 우주의 한 부분으로 관객을 던져 놓는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스크롤업 되는 경사진 자막들은 해당 에피소드의 전사(前史)를 요약해준다.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로 관객들을 빠르게 인도한다. 평소 까만 밤 하늘의 하얀 점들로만 생각했던 별들의 세계가 이토록 강력한 SF액션과 드라마의 배경이 될 수 있다니. 게다가 그 별들의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딱딱한 과학적 사실들이 아니라 '포스(force)'라는 불가사의한 힘이다. 'May the force be with you(포스가 당신과 함께 하길)'가 인사말로 통하는 멋진 신세계.

<다크 포스 자랑 중인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

그리하여 우주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은막 위의 리얼리티로, 아니 눈앞의 현실로 실체화시킨 이 우주 대서사시는 등장 자체가 신화였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 가장 처음으로 1977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이하 '에피소드 4')>는 지금 봐도 제법 그럴싸한 시각효과를 자랑한다. 1977년 개봉 당시 관객들이 <에피소드 4>의 레이저 건, 우주선 전투, 광선검 결투를 보며 느꼈을 전율을 나는 감히 짐작도 못하겠다. 그 전율은 마치 도색잡지를 처음 본 소년들이 느끼는 흥분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었을 것이며, 연애소설이나 순정만화의 주인공이나 하는 것인줄 알았던 첫 키스를 직접 경험하게 된 소녀들의 떨림처럼 강렬했을 것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에서 다스베이더가 "I'm your father."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과 비슷한 처지가 되어버린 루크 스카이워커를 보며 가슴 아파하지 않을 이 있었겠는가.

<건재함을 과시하는 밀레니엄 팔콘 호>

이처럼 <에피소드 4>의 대성공으로 <스타워즈>는 에피소드 4, 5, 6로 이어졌으며 에피소드 4의 프리퀄 격인 에피소드 1, 2, 3까지 제작되기에 이른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가 개봉한 2005년 이후 꼬박 10년이 지나 마침내 에피소드 7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이하 '깨어난 포스')>가 관객들과 만났다. 1977년 <에피소드 4> 개봉 이후 약 4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를 동안 <스타워즈> 시리즈가 쌓아 올린 '신화(myth)'의 탑은 더욱 높아졌고 튼튼해졌다. 그러니 <깨어난 포스>를 세상에 내놓는 감독, 배우, 제작사, 배급사의 마음이 얼마나 큰 두려움과 설렘으로 가득 찼을지 나는 감히 짐작도 못하겠다. 지난해 개봉한 <쥬라기 월드> 관계자들은 <깨어난 포스> 관계자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그렇다면, <스타워즈> 신화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영화 <깨어난 포스>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최소한 미국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절대 다수의 열렬한 팬층을 확보한 시리즈도 드물다. 그래서인지 <깨어난 포스>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수많은 <스타워즈> 시리즈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민한 작품처럼 보인다. 한 솔로(해리슨 포드), 레아 공주(캐리 피셔), 츄바카(피터 메이휴) 등 <에피소드 4>부터 출연하여 팬들에게 친근한 캐릭터들을 소환했고, R2-D2와 3-CPO는 물론 팔콘 호까지 나타나 추억을 자극한다. <에피소드 4>에서 제국의 핵심 무기인 '죽음의 별(Death Star)'과 유사한 '스타 킬러'라는 가공할만한 행성 파괴 무기가 등장한다. 팬들을 매료시킨 우주선 전투와 광선검 대결도 여전하다. 이 정도면 가히 '응답하라 1977' 전법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깨어난 포스>는 <에피소드 4>와 유사하다.

<R2-D2와 3-CPO>

<츄바카(츄이)와 한 솔로. 츄바카는 늙지 않는다. 한 솔로는 늙는다ㅜ>

<레아 공주도 늙는다ㅜㅜ>


<스타워즈>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 신화적 시리즈가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깨어난 포스>가 반가운 영화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레이(데이지 리들리)와 핀(존 보예가)을 등장시켜 세대교체를 하고,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는 것 외에 도대체 <깨어난 포스>가 새롭게 제시하고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응답하라 1977' 전법을 통해 관객들을 추억에 빠지게 함으로써 소중한 추억을 뛰어난 완성도로 착각하게 만드는 영화, <에피소드 4>를 자기 복제한 인상을 주는 영화를 과연 좋은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세로 광선까지 장착한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브)의 붉은 광선검>

<달려라 레이, 핀, 귀여운 BB-8>


'신화(myth)'는 긍정과 부정의 뜻을 모두 가지고 있는 단어다. '신화'는 신성한 이야기이거나 누구도 넘볼 수 없을만큼 대단한 성취나 업적일 수도 있지만 그릇된 믿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깨어난 포스>가 <스타워즈> 신화에 기대어 안전함을 추구해도 괜찮다는 그릇된 믿음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즉, <스타워즈> 신화에 대한 신화의 결과물이 <깨어난 포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스타워즈>는 '아주 먼 옛날(A long time ago)'로 시작하지만, 다음에 이어질 <스타워즈 에피소드 8>은 옛날 <에피소드 4>가 개봉 당시 그러했듯 영화의 '아주 먼 미래'를 제시하는 선구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 그동안의 모든 '절찬 상영중' 영화 리뷰를 보고 싶으시다면 클릭!http://blog.naver.com/kimkimpdpd


IT ・ 헐리우드영화 ・ 한국영화 ・ 영화
기술이 예술을 촉진하고, 예술이 기술을 촉진한다 ↓ 영화 리뷰 브런치 매거진 '김태혁의 절찬 상영중' brunch.co.kr/magazine/intheater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