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난한 아가씨에게

 훔쳐가는 노래 / 진은영

 

 

 

 지금 주머니에 있는 걸 다 줘 그러면

 사랑해주지, 가난한 아가씨야

 

 심장의 모래 속으로

 푹푹 빠지는 너의 발을 꺼내주지

 맙소사, 이토록 작은 두 발

 고요한 물의 투명한 구두 위에 가만히 올려주지

 

 네 주머니에 있는 걸, 그 자줏빛 녹색주머니를 다 줘

 널 사랑해주지 그러면

 

 우리는 봄의 능란한 손가락에

 흰 몸을 떨고 있는 한그루 자두나무 같네

 

 우리는 둘이서 밤새 만든

 좁은 장소를 치우고

 사랑의 기계를 지치도록 돌리고

 급료를 전부 두 손의 슬픔으로 받은 여자 가정부처럼

 

 지금 주머니에 있는 걸 다 줘 그러면

 사랑해주지, 나의 가난한 처녀야

 

 절망이 쓰레기를 쓸고 가는 강물처럼

 너와 나, 쓰러진 몇몇을 데려갈 테지

 도박판의 푼돈처럼 사라질 테지

 

 네 주머니에 있는 걸 다 줘, 그러면

 고개 숙이고 새해 첫 장례행렬을 따라가는 연인들의

 경건하게 긴 목덜미에 내리는

 

 눈의 흰 입술들처럼

 그때 우리는 살아 있었다

(사진 : Manon Vacher)

지금 주머니에 있는 걸 다 줘 그러면

사랑해주지, 가난한 아가씨야, 나의 가난한 처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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