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연출과 서사의 불협화음, 정환이의 첫사랑 실패기

남편은 택이로 확정덕신이의 '끝사랑'은 최택일까

덕선이는 확실하게 택이를 좋아한다

- 초반 독서실씬에서 덕선이는 무려 '대사'로 택이에 대한 마음을 드러낸다. - 공주님 안기는 여주인공의 각성 장면이다. 이 씬은 그 자체로보다, 덕선이가 밤에 생각할 때 무려 화면으로 다시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덕선이의 마음을 연출이 확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 1989년 후반, 4인방이 대학가요제에 가는 장면에서 덕선이는 택이도 간다는 말에 작게 미소짓고, 다음날 미니스커트를 입고 택이를 설레는 표정으로 돌아본다. 덕선이가 수개월이 지나도록 택이를 향한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힌트이다.

뿐만 아니라, 친구가 "너를 호구로 보네"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그려지는 택이를 향하는 덕선이의 마음은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찾으라"는 응답하라 1988의 끝사랑 서사를 완성시켜 간다. 그렇게 1980년대와 주인공들의 10대가 끝난다.

여기서 덕선이가 다시 정환이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서사의 붕괴다. 즉,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덕선이가 진정한 사랑을 찾았는데, 게다가 택이는 완벽하게 응답시리즈 남편의 조건을 갖춘 인물인데, 왜 시청자들은 여전히 남편을 찾고 있을까. '어남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연출이 지금까지 응팔이 일관되게 정환이의 시점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17회에서 덕선이의 마음을 접한 시청자의 반응은 드디어 끝사랑을 찾은 환희가 아닌 혼란이었다.

지금까지 신원호 감독은 너무나도 분명하고 친절하게 '이 인물에게 이입하라'고 알려주었다.

10화 택이가 고백을 할 때는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배경음악이 깔리고(이 음악은 무려 정환이가 선우네 집에서 덕선이의 사전을 발견할 때 깔렸던 것과 같은 배경음악이다), 15화 택이가 덕선이에게 기대는 장면에서 연출은 두 남녀가 아닌 쓸쓸히 닫히는 정환이네 대문에 시청자를 이입시킨다.

연출자의 의도를 따라 정환이의 눈을 통해 덕선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덕선이와 사랑을 이루지 못해 마음 아파했던 시청자는 첫사랑에 대한 응답을 바란다.

상식적으로, 남편 찾기를 하는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남편이 아닌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응답하라 시리즈는 주인공의 첫사랑이 '응답'받는 시리즈가 아니였던가.

이우정 작가는 덕선이가 '끝사랑' 최택과 이루어지는 서사를 썼고

신원호 감독은 정환이의 '첫사랑'을 연출했다.

그렇기 때문에 응팔의 남편 찾기는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이 혼란스럽다. 덕선이의 마음이 이미 택이를 향했다고 극이 쐐기를 박은 이상 이를 되돌릴 수 없는 것도 맞지만, 연출은 분명히 응팔의 남자 주인공은 분명히 정환이라고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답은 간단하다.

<응답하라 1994>가 이우정 작가의 판타지가 녹아든 나정이의 사랑 이야기였다면

<응답하라 1988>은 신원호 감독이 그린 정환이의 첫사랑 실패기다.

가족극에서 남자주인공이 남편이 아닌 말도 안되는 일을, 응답하라 제작진이 정말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진짜 복선은 소품이 아닌, 1회 시청지도서의 높은 시청률을 두고 신원호 감독이 한 말에 있었다.

“조용히 망하긴 글렀다. 망해도 크게 망할 것 같다.”

남편은 처음부터 택이로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이우정 작가가 설정한 택이와 덕선이의 관계성은 완전하다. 그러나 신원호 감독은 이 둘의 서사에 힘을 싣기보다는, 정환이의 첫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자신의 역량을 집중시켰다. 응팔을 뜯어보면 정환이의 감정은 섬세한 연출을 통해, 택이의 성장은 상황과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각각 어디에 집중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연출과 서사의 불협화음은 응팔을 덕선이의 끝사랑 찾기가 아닌 정환이의 첫사랑 실패 고문극으로 만들어버렸다.

남은 19화와 20화는 택이와 덕선이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해줄 것이다. 덕선이의 자각이 이루어졌기에 가장 중요한 회차 중 하나였지만, 너무나도 성의 없게 보여준 1989년(17화)에 대한 상세한 플래시백을 포함해서. 한 때 애정을 가지고 지켜본 드라마였기에 신원호 감독이 남은 두 화라도 최선을 다해 이 결말을 설득력 있게 그려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봐야할 정환이가 불쌍해서 밥이 안 넘어간다.

후반부 작품성에 대한 부분을 논외로 하더라도, 판타지를 기대한 시청자에게 20부작 가족드라마를 통해 실패한 첫사랑을 전달한 제작진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드라마는 영화가 아니고, 응팔은 망해도 크게 망했다.

young wild and free
Follow
4.7 Star App Store Review!
Cpl.dev***uke
The Communities are great you rarely see anyone get in to an argument :)
king***ing
Love Love LOVE
Downl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