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흡연자를 고객으로 잡는다 ⇨ ‘흡연환영 커피숍’ 일본서 등장

Fact

▲흡연자를 환영하는 커피숍이 일본 도쿄 긴자(銀座)에 등장했다. ▲‘란즈(和蘭豆)’라는 이름의 이 커피숍은 빠른 재즈 풍의 음악을 배경으로, 흡연자들이 마음껏 담배를 피우며 대화하도록 해준다. ▲JSI 파트너스 장상인 대표가 현장을 스케치했다.

View

“담배와 커피는 잘 어울립니다. 전 좌석 스모킹 오케이입니다.”

흡연자를 환영하는 커피숍이 일본 도쿄에 등장했다. 흡연을 죄악시하는 요즘 풍토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해 헤매는 흡연자들을 고객으로 흡수하려는 일종의 ‘틈새 마케팅’이다.

도쿄 긴자(銀座) 거리에 있는 이 커피숍 이름은 화란두(和蘭豆). “담배와 커피는 잘 어울립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전 좌석 스모킹 오케이”라며 흡연자를 유도하고 있다.

커피숍 안으로 들어서자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 아니, 자욱했다. 옛날, 우리의 다방과 같은 분위기였다. 디자인도 과거와 현대가 조화롭게 버무려져 있었다. 30~40석 정도 되는 좌석이 거의 차 있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담배 연기를 내품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비흡연자인 필자는 다행히 창가 쪽에 자리가 비어 있어서 문을 살짝 열고서 앉았다. 겨울바람치고 그리 매섭지 않아서 안도했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서 주문을 하러 왔다. 기왕에 담배 연기를 각오하고 앉은 김에, 비싸다는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을 주문했다. 블루마운틴의 가격은 한 잔에 1500엔(15000원). 우리나라에서 마시기 쉽지 않은 커피라서 과감(?)하게 주문했던 것이다.

"화란두는 한자로 봐서 네덜란드 콩이라는 의미 같군요. 맞습니까?"

필자는 오타 마사토시(太田雅俊·22)라는 젊은 종업원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한 때 일본에서 커피를 '란즈(和蘭豆)'라고 발음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쓰고 있습니다."

잠시 후 그는 필자를 커피숍의 카운터로 안내했다. 벽면에는 커피 색깔의 오래된 액자가 있었다. 액자에는 커피의 '다른 이름(異名) 숙자(熟字:숙어와 단어) 일람표'가 있었다.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글자가 많았으나 가우히이, 코피, 란즈(和蘭豆), 고히(可非), 또 다른 고히(珈琲) 등 무려 54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일본의 커피는 이렇게 각기 다른 이름표를 달고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던 것이다.

일본의 커피는 네덜란드로부터 전해져

일본은 세계 3위의 커피 수입국이다. 일본에 커피가 전해진 것은, 1690년경 네덜란드 사람에 의해서 나가사키(長崎)의 데지마(出島)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사람들은 나가사키의 데지마(出島)에 출입이 허용된 공무원이나 유녀(遊女)들이었던 것이다.

"홍모선(紅毛船)에서 커피라는 것을 권한다. 콩을 검게 구워서 가루로 만들어 흰 설탕을 섞기도 하고, 타서 눌었지만 견디지 못하고..."

에도시대의 풍속소설 광가(狂歌)의 작자로 유명한 '오타 난보(大田南畝,1749-1823)'는 1804년 나가사키의 봉행소(奉行所)에 파견되었을 때, 커피를 마신 소감을 이렇게 썼다.

뒤이어 필자와 합류한 도미타 가즈나리(富田一成·62)씨도 "그 당시 일본과 무역거래를 하고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 밖에 없었기 때문에, 커피를 자연스럽게 '란즈(和蘭豆)'로 명명했을 것이다"고 했다.

아직도 사이폰 방식을 선호해

커피가 나오기 전에 젊은 종업원이 고급 커피 잔을 테이블 위에 엎어놓고 갔다. 아주 폼 나고, 비싸게 보이는 도자기 잔이었다. 주방에서 여성 바리스타가 그라인더(grinder)로 원두를 갈더니 사이폰(siphon)에 커피를 내렸다. 15분 쯤 후 남자 종업원이 사이폰을 들고 와서 놓고 갔던 커피 잔에 커피를 부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세계 1위의 커피라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역시 제왕적 냄새를 풍겼다.

사이폰은 1840년 경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네이피어(Robert Napier)가 개발한 진공 식 기구다. 이를 1924년 일본인 '고노 아키라(河野彬)'가 '사이폰'을 상품화했다. 사이폰 방식은 커피의 향이 좋고 또 시각적인 효과가 있어서 산뜻하고 깨끗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커피 인사이드, 유대준). 일본은 아직도 이 방식을 고수하는 커피숍들이 많다.

오타 마사토시(太田雅俊)씨는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나, 장래 훌륭한 비리스타가 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뭐든지 질문하면 성의껏 답변했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임자에게 묻고 와서 답변했다.

필자는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고, 껄껄껄 웃으면서 대화하며, 커피 향에 취하도록 배려하는 커피숍이 너무 좋았다. 음악은 활력이 넘치는 빠른 재즈 풍.

커피숍도 맛으로 승부해야

커피숍 화란두(和蘭豆)는 1965년 문을 연 커피숍이었다.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50년 커피숍이라?'

필자는 커피 하나로 50년을 이어가고 있는 커피숍이 부럽기 그지없었다. 물론, 도쿄에 100년 넘은 카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커피 열풍에 빠져있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온통 커피숍이다. 하지만, 이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얼마나 살아남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면?' 품질과 맛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다.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의 저자 '마크 펜더그러스트(Mark Pendergrast)'는 "쉽게 푹 빠져들고 한번 빠지면 헤어나가기 힘든 것일수록 사람들의 주목을 더 많이 받기 마련이며, 이렇게 의존성이 큰 음료들은 대개 악마 취급을 받기도하고, 찬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논쟁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역설했다.

'커피가 몸에 좋을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커피를 정확하게 알고 마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듯싶다.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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