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원단으로 나만의 수트 장만하기

지난 번에 남성 수트에 대한 카드를 올렸었다. 의외로 이곳 빙글에서도 호응해 주는 분들이 계셔서 내친김에 맞춤 수트에 대한 것도 올려 보겠다. 우선 개인적인 맞춤 수트의 경험을 토대로 경제적이고 질 좋은 나만의 수트를 장만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 보기로 한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처음으로 수트를 맞췄습니다. 잡지를 보다가 너무도 멋진 수트 사진이었기에 핸펀으로 사진을 찍었죠. 그리고 맞춤 양복점을 찾아가서 그 사진과 최대한 비슷한 원단을 골라 될수 있는한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잡지에서 본 수트는 네이비 핀스트라이프 더블 브레스트 수트였습니다. 브랜드는 팔질레리였고, 잡지책에 나온 정가는 250만원 짜리 수트였죠.

첫 맞춤 정장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하지만, 저는 그래도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양복점 사장님은 약간 사이비 기질이 있었는데, 그걸 간파하지 못한 것이 유일한 흠이었습니다.

하지만 원단 갖고 장난칠 분은 아니었고, 시청 내에 있는 양복점이었기에 어느 정도 믿음은 있었지요. 당시 제일모직 vip원단으로 맞춤 수트를 한 가격은 46만원이었습니다. 나중에 이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안 사실이, 나름 꽤 경제적으로 맞춤 수트를 장만했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2년 후인 2011년 12월. 동대문 원단 시장에서 원단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원단이 있길래 어디꺼냐고 물으니, 팔 질레리 신상이라고 합니다.

양모 90에 캐시미어 10의 혼용율을 보인 원단은 겨울 원단 중 색감과 디자인 면에서 발군이었습니다. 당시 그 많은 원단 중에서 제 눈을 사로잡은 유일한 것이었죠.

가격도 두루마기 하나(3야드 반)에 25만원 선이었습니다. 원단집 사장님이 좀 싸게 준 거 같았어요. 저는 거기서 2만원을 깍아 23만원에 데리고 왔습니다. 그게 바로 아래 사진입니다.

왼쪽 위에 보이는 택이 원단의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원단이 어디에서 왔으며 혼용율과 넓이 등 원단의 상세 스펙을 담고 있는 택 입니다. 원단 무늬는 격자가 좀 큰 윈도 페인. 차콜 그레이에 오렌지 라인이 무척 인상적인 원단입니다.

이 원단으로 몇 곳의 맞춤 하는 곳을 알아보다가 그냥 예전에 맞춘 양복점에 가서 맞춤을 했습니다. 마지막 한 곳과 저울질 하다가 예전 하던 곳에 갔다 줬는데, 이게 제일 후회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는데요, 예전 맞춤 양복점은 반맞춤으로 양복을 해 주는 집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몰랐지요. 여기서 반맞춤 양복점에 대해 잠깐 부가할까 합니다.

일단 양복점에 들어가면 걸려 있는 샘플 양복을 입습니다. 사장님은 핀으로 입은 사람의 핏을 가늠하죠. 그게 가봉입니다. 얼추 잡은 다음 원단을 고르죠. 원단 고른 후 디테일을 정하면 가격이 나옵니다. 지불하고 2주 후에 가면 완성된 수트를 입을 수 있죠.

중요한 건 그 맞춤 양복점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디자인된 패턴을 공장으로 보냅니다. 해당 공장은 주로 동대문이나 광장 시장에 있습니다. 전부 기계로 박음질 되죠. 주문한 사람의 이름이 바지와 자켓에 쓰여 있습니다.

맞춤 양복점은 해당 기일에 공장에서 거의 완성된 옷들을 받는 것이죠. 단지 자켓 안의 내피와 단추 등 부자재 정도만 손바느질로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반맞춤도 아닌 것이죠.

해당 양복점이 완전 맞춤(비스포크)이냐 반맞춤이냐 하는 기준은 쉽게 라펠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스포크로 재단된 자켓의 라펠을 뒤집으면 수많은 손바느질 자국이 있지만, 반맞춤한 자켓은 라펠 안에 심지를 넣고 접착제로 붙이기에 아주 깨끗합니다.

비스포크 전문점은 가봉을 적어도 3번은 합니다. 처음 양복점을 갔을 때 한 번, 그 다음 보름 후에 한 번, 마지막 완성 직전에 한 번. 5번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야 몸에 아주 잘 맞는 나만의 수트가 완성되는 것이죠. 샘플 옷을 입고 핏으로 잡는 곳이면, 100% 반맞춤입니다.

어쨌든, 제가 고민하던 곳은 완전 비스포크식으로 맞춤해 주는 곳이었지요. 당시 공단비는 거의 비슷했습니다. 이전 양복점 사장님에게 제가 속은 것이죠. 저 좋은 원단이 거의 기계식으로 재단이 되었던 걸 뒤늦게 안 것이죠. 맘이 쓰리고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뭐, 어쨌거나 제게 맞는 수트는 만들어 졌습니다. 평면적인 원단이 입체적인 수트가 된 느낌은 매우 신선했습니다. 원하던 대로 베스트가 나오지 않아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베스트는 라펠이 있는 베스트.

하지만 당시에는 원단이 입체화된 사실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던 때라 완성된 수트가 모든 단점을 커버했습니다. 위 사진은 원단으로 재단된 수트입니다. (당시 몇번 입고 나갔다 온 후의 사진이라 암홀 있는데가 쪼금 구겨져 있습니다.)

원단으로 볼 때와 수트로 입체화 되었을 때의 미적 차이는 완전 천양지차였습니다. 입체화된 원단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도톰하고 따뜻하니, 영하 5도까지는 수트만 입어도 하나도 안추웠습니다. 캐시미어의 위력이 느껴졌다 할까요..ㅎ

맞춤을 하고 나서 대충 1년 정도 지난 때였습니다. 백화점 팔질레리 매장을 가서 보니, 저 원단으로 기성복이 나와 있더군요. 쓰리피쓰가 아닌 투피쓰였고 디자인도 많이 달랐습니다.

저는 소매버튼도 리얼버튼으로 했습니다.ㅎㅎ 거기 수트 매장 직원이 제가 입은 수트를 보고 어디서 샀냐고 묻더이다. 매장의 택 가격은 350만원이었습니다.

저는 원단비 23만원에 공단비 35만원을 줬으니 총 58만원에 질 좋은 팔질레리 수트를 장만한 셈이 된 것이죠. 완전 비스포크로 맞춤을 했다하더라도 비슷한 돈이 들었을 것입니다.

당시 팔질레리 고가 라인의 수트였으니, 백화점에서 사는 것보다 맞춤을 하는 게 어느 정도 경제적 이점이 있는지 알고도 남겠죠. 사실 백화점 가격의 1/5가가 정상가임을 감안하면 백화점 수트 가격은 비싸도 너무 비싼거 같습니다.

어쨌든 제일모직 최고급 원단이라는 슐레인 급으로 맞춤을 해도(팔질레리 원단은 슐레인 급 아래) 100만원 안 쪽에 맞춤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타임 옴므나 시스템 옴므에서 비싼 돈 주고 수트를 사는 것은 낭비 중 낭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몸에 꼭 맞는다는 보장도 없구요. 뭐 브랜드의 패턴 때문에 구매한다면야 어쩔 수 없겠지만요.

개인적인 맟춤 수트 경험을 언급한 이유는 수트 스타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하나의 사안을 알려 드리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수트를 입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몸에 꼭 맞게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1600만원 짜리 키톤 수트를 입고 있어도, 그 옷이 자기에게 꼭 맞지 않는다면 폴리에스테르로 자기 몸에 꼭 맞게 재단된 수트보다 못하다는 것입니다.

예,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1인 입니다. 브리오니, 휴고 보스, 아르메도 질도 제냐...다 필요 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원단으로 자기 몸에 꼭 맞는 수트를 입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명품 수트 스타일이 될 수도 있고, 후질근한 수트 스타일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맞춤을 할 때에는 수트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재단사에게 이것 저것 주문을 많이 넣어야 하지요. 실력이 조금 딸리는 재단사여도, 구매자가 원하는 요구를 많이 할 수록 수트의 완성도는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맞춤 수트를 구할 수 있는 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경제적'이라는 것은 각자의 구매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만, 저는 적어도 백화점 각격 대비 1/3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백화점에서 팔 질레리 100% 울 신상품이 300만원이라면 , 자신의 맞춤 수트는 100만미만 선에서 그 이상의 질을 담보받아야 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원단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경제적 합리성을 갖춘 맞춤 양복점을 찾아야 하겠지요. 자신이 구매한 원단으로도 공단비만 받고 맞춤을 해 줄 수 있는 실력있는 양복점 말입니다.

참고로 많이들 맞춤하는 강남의 많은 맞춤 양복점(예컨대 오델로)과 소공동 양복점은 비추합니다. 왜냐하면 강남의 이름 좀 알려진 맞춤 숍들은 바가지가 많고, 수트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저도 2번 정도 맞춤을 해봤는데 완전 헬이었죠.

반면 소공동 양복점들은 좋긴 하지만 너무 비쌉니다. 평균 300 정도는 줘야 기본 수트를 맞출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양복점 안에 비치돼어 있는 원단 값이 비싼 편입니다. 종류도 별로 많지 않구요.

동대문 원단시장 가면 정말 엄청나게 많은 원단 중에서 고르고 골라 싸고 좋은 원단을 고를 수 있는데, 양복점에서는 그게 안되죠. 동대문이나 광장 원단 시장 가면 짜투리 원단은 말도 안돼는 가격에 데려올 수 있습니다.

제일모직 vip원단보다 좋은 수입 원단도 야드 당 1-2만원에 데려올 수 있죠. 물론 짜투리 원단이지만 수트 한 벌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양을 팝니다. 이게 결정적으로 맞춤 수트 가격을 낮추는 요체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요즘 공단비는 3-4년 전보다 많이 올라 수트 1벌 당 약 40만원 정도 합니다. 여기에 원단이 3야드에 20 만원이면 양복점에서는 이를 40만원+알파의 가격을 책정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맞춤 양복점들의 일반적인 가격인 듯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이라 일반화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대문 원단 시장에 단골이 있기 때문에 보통 야드당 5천원(짜투리 원단) 정도의 울 소재를 데려옵니다. 템테이션 급이 아닌 100% 울입니다. 제일모직도 있고 경남모직도 있습니다. 백화점 신사복 라인 원단보다 절대 밀리지 않더군요.

3야드 정도면 베스트까지 나옵니다. 1만5천원 정도의 원단으로 맞춤을 하면 쓰리피스 수트를 55만원 수준으로 맞출 수 있습니다. 이게 백화점의 유명 신사복 라인의 200만원 짜리 수트와 거의 질이 비슷하다고 확신하는 1인입니다~

어쨌든, 맞춤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으면 기성복을 거의 살 수 없습니다. 다양한 원단으로 차별화된 나만의 수트를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입을 수 있기 때문이죠. 나만의 수트는 오직 세계에서 1벌 뿐이니까요.

빙글러분들도 이 세계를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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