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남자(3)

남자는 천천히 자신의 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왠지 모르게 무거운 듯한 걸음으로 보이기도 했다. 사무실 옆에 차를 세워두었기에 불가피하게 카운터가 보이는 창문 곁을 지나가야만 한다. 일부러 창의 안쪽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지금 순간 만큼은 그녀를 말없이 쳐다 본다는 것이 일종의 두려움 처럼 다가왔다. 무심한 듯 스치던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오빠야~" 남자의 가슴이 갑자기 고동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심장 소리가 밖으로 새 나오는 것만 같았다. 남자는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남자의 감각은 이 모든 것이 슬로우비디오 처럼 약간은 비현실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남자를 불렀는데 남자의 모습이 뭔가 어색하다고 느꼈다. 괜히 부른 것은 아닌지 후회보다는 걱정이 섬광처럼 그녀의 눈앞을 지나갔다. 그녀는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서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나 미소는 남자의 이성에 일시 마비를 가져다 주었기에 약간의 어색한 느낌이 순간의 정지를 가져오고 말았다. 이 정지의 순간인 영점 몇 초 때문에 남자는 첫눈에 반한다는걸 체험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사실을 모를 것 이다. 그녀는 내친김에 ...라듯이 남자를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마이 젖었네..." 닦으라는 의미로 마른 수건을 건넸다. 유자차도 슬쩍 소파 테이블에 놓으며 권하는 눈짓을 했다. 남자는 수건으로 머리 한 번 스윽 훑어내고는 당연한 것 처럼 소파에 앉았다. "주유소가 한가해서 그러나, 사람이 없네요" "일요일엔 그래예. 배달 갔다 오면 저도 가야지예." 아 그래서 사람이 없었구나 하고 남자는 납득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어데로 가예?" 남자는 무슨 의미인지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대답 대신 그녀의 얼굴을, 아니 눈을 쳐다봤다. "아빠가 못오신다캐서 ..." 이제야 남자는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어디까지 차 좀 태워 달라는 의미였고 그래서 수건이며 유자차의 친절을 베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건 하늘이 돕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면서 잠시 진정되었던 남자의 심장은 급가속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럼에도 남자는 그런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짐짓 농담으로 포장된 말을 재치있게 꺼내려했다. "글쎄요...아가씨같은 분과 함께라면 달나라에라도 모셔다 드리죠." 아차. 남자의 말이 너무 길었다. 요란한 펌프질의 심장과 굳어진 혀와 메마른 입술은 결국 매끄럽지 못하고 어눌한 소리를 겨우 전달했을 뿐이었다.

그 주유소에서 포항을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살고있는 집 근처를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를 태우고 달린 10여분의 시간은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서로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남자한테 필요한 정보는 그녀를 서울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필요한 온갖 것이었고 그녀의 이름이나 나이나 직업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남자가 서울의 K대에 다니고 있다는 것 만으로 호감도는 급격히 상승했다. 서울 말씨에 대학생에 품위있고 격조있는 태도는 쉽게 보지못했던 매력이었다. 그녀 나이 30살에 제대로 된 연애 경험도 없었던 탓으로 이 남자에게서 설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놀랐지만 어차피 또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서 남자 나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의심의 여지없이 20대 중반 혹은 그보다도 어리게 보였고 남자는 동안임을 감안하고 20대 중반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릴 무렵 그녀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지만 그 뿐이었다.대신 인사치례 비슷하게 서울에서 보게되면 데이트하자던 남자의 말에 "눈 오는 날에 서울에서 보게되면" 이라고 얘기하고는 차에서 내리게 되었다. 그녀를 내려준 후 남자의 머리는 정교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들어 내야만 그녀에게 다시 접근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를 더 못보게 된다는 것은 안될 일이다. 서울 잠실의 성내역에서 가깝다고 했으니 그녀가 언니네로 갈 경우 버스를 타던 기차를 타던 결국 전철로 성내역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서울 갈 채비를 하러 간 것이니 서둘러서 올라가서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서울까지 태워다 준다고 얘기할까 숱하게 망설였으나 어찌 받아들일지 몰라서 용기를 못냈다. 하지만 서울에서 어떻게든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남자는 기어코 그날 밤 성내역 출구에서 만났다.어떤 시간과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않았다. 그녀를 만나기 전 까지 남자는 그녀 생각만 했고 그 남자를 만나기 전 까지 그녀는 두 사람에게 공통 분모가 될 어떤 생각도 하지않았기 때문에 만난 사실과 그 이후가 중요했다. 그리고 서울의 밤은 또다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인생,그래도 살아봐야 되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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