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결

고깃덩이나 삼겹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를 때, 고기 굽는 실력은 판가름됩니다. 같은 고기라도 적당히 익히고 잘 자르는 일은 연애부터 사회생활에까지 어느 정도 필요한 일입니다.

고기의 살결의 반대로 자르면 단면이 거칠고 상당히 씹기 어렵지만 결대로 자른 고기는 부드럽게 씹히고 별다른 저항감없이 다른 음식과 입안에서 하나가 됩니다.

한국말에는 결이 참 많이 쓰입니다. 고기에도 살결이 있듯, 비단도 비단결이라 하고 심지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물결, 바람결도 있고 아예 눈에 보이지 않는 꿈결, 잠결 등도 있습니다.

마음결이 비단같다고도 많이 말합니다.

결의 뜻이 무려 15가지에 달하지만 보통 어떤 물체의 표면에 있는 무늬나 바탕을 생각합니다. 헌데 2번째 뜻은 사람의 성품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결이 바르다는 성미가 곧고 바름을 의미하고 결이 삭다고 하면 성난 마음이 풀려 부드러워짐을 의미합니다.

서양에서는 grain이라 하며 나무의 결만을 한정적으로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한글에는 수많은 결이 있고 더 생겨나고도 있습니다.

한 단어가 아니더라도 수식어로서 '삶의 결', '결이 있다' 등으로 쓰입니다. 이 때의 결은 일이 잘 흘러가는 원활하고 순리에 맞는 길을 의미합니다. 결을 반대로 하면 좋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결을 찾아 거기 맞는 방법을 찾으라는 충고들도 아주 많습니다.

결이란 단순히 표면만이 아니라 그 대상이 가진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순리적 속성입니다.

종이 한 장을 잘라도 결을 따르지 않으면 마음데로 찢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말에 모든 것에 결을 붙일 수 있듯이 어떤 일과 사물에 결이 있습니다. 일을 꾀하는 것은 언제나 혼자일 수 없습니다. 공부를 하더라도 지식과 내가 하는 것이요, 종이 한장을 잘라도 종이와 나입니다.

최근 말씀드린 거북선의 독창성에 대한 카드가 있습니다. 거북선은 일본의 안택선을 상대하는 일의 결에 따라 만들어진 함선입니다. 해적의 전술이 주된 일본을 상대하는 결을 아는 장군이 사용하니 적수가 없었지만 결을 모르는 장군이 사용하니 3척이나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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