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의혓바닥>. 심야식당.

컨디션이 안 좋은 일요일이다. 어딘지 모르게 우울감이 몰려들기도 하고, 머리 속이 한없이 복잡해지기도 하고, 생각이 정리가 안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방학이라서 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감정이 실타래처럼 엉켜서 풀리지 않는다. 평소에 애들이 있을 때는 잘 틀지 않던 텔레비젼을 틀었다. 큰 애는친구네 집에 공부하러 가고 작은 애에게는 아이패드를 던져주었더니, 주구장창 그 이름도 유명한 터닝매카드를관람한다. 에라, 나도 숨 좀 쉬자. 신경줄이 팽팽해 질 때는 교육이고 나발이고, 생각하는 것도 다 귀찮고지겹다. VOD서비스를 연결해서 캐치온 영화를 뒤적여보았다. 전에포스터를 보고 참 간지나게 찍었군, 정서가 좋아 라고 생각했던 '심야식당'이라는 영화를 연결하였다. 영화속 배경은 열대야가 무르익은 한여름. 영화 속 공기, 열대야의 열기가 훅 하고 끼쳐오는 기분이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영업하는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모두 맥주를 시켜서 먹고 있다. 그래, 여름밤에 먹는 맥주 한 잔, 그 맛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7, 8월, 뜨거운 태양이 아스팔트에 내리쬐면 한낮에 잔뜩 달구어진대지는 밤이 되면 식으면서 반대로 선들한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그 바람,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한여름밤의바람은 도저히 곧장 집으로 갈 수 없게 만드는 주범이었다. 회사 앞,혹은 학교 앞, 포장마차 혹은 이자카야에서 닭똥집 꼬치,노가리 등을 시켜놓고 홀짝거리던 맥주 한잔. 소주 한잔.사람은 사람에게 더듬이가 뻗쳐, 매력있는 년놈들 사이에는 하늘하늘한 전류가 흐르고 여러사람들이 나누던 이런저런 이야기, 그냥 그 목적없이 건들거리는 시간이 그리워진다. 내가 엄청 사랑하는 가수 김진호의 노래 중에 '북촌고백'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의 가사를 듣고, 김진호에게 홀딱 반했다. 연애 좀 해본 놈이로군, 어디서 연애를 해야 분위기가 잡히는지 귀신같이 알아가지구는... 이라고생각했다.) '바람이 차니까, 웃옷을챙겨와. 너와나 일곱시, 북촌에서 만나 안국역 3번 출구야." 저 노래에서도 나는 '심야식당'영화처럼 북촌 거리 바람의 냄새를 맡았다. 아담한 상점들의 주황색 불빛이 마냥 마음을 설레이게 하고, 나즈막한 한옥들 사이로 하늘이 올려다 보였다. 구불구불한 골목을돌아, 귀퉁이의 오래된 술집을 찾아가는 동안 선들선들한 바람에 소매없는 옷을 입은 팔에는 오소소 소름이돋았다. 인사동, 북촌, 서촌이어야만했다. 그곳의 술집은 대체할 수 없는 분위기깡패였으니까. 날씨가 오라지게 추워서 그러나, 여름밤의 맥주가 생각나는 건. 아니면, 역마살이 꿈틀거려서 그러나, 아니면 회식이 그리운건가, 단순히 술이 마시고 싶은 건가. 피에 워낙 난봉꾼의 기질이 숨어있어서 얌전하게 살기 힘들다. 이래저래심난해 지는 밤이다.

짧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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