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의 추억

문득 깬 새벽. 아이가 내 품에 안겨 잠들어있다. 두 살인 딸아이는 한 침대에서 자더라도 베개만은 같이 베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피곤했는지 한 베개에서 품에 안고 재워도 가만히 있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국민학교 3학년때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까지는 아버지, 어머니, 형과 내가 한 방에서 함께 잤다. 정해진 자리 배치는 없었는데 어떤 날은 아버지 품에서, 어떤 날은 어머니 품에서 잠들곤 했다. 아버지 품에 잠들 때에는 낮 동안 자란 아버지의 까칠한 턱수염과 피곤할 땐 더 길어지고 커지는 코고는 소리 그리고 숨결에서 느껴지던 그 고단한 내음..... 그 매일 만나지만 매번 낯선 것들에 밤새 조금씩 적응해가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포근한 꿈나라 여행을 했다. 내 품에 안겨 내 턱밑에 이마가 닿은 딸아이를 보니 문득 그때 내 아버지의 턱수염에서 느껴지던 촉감이 떠오른다. 잠을 청하는 상황에서 그런 까칠한 촉감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데도 크게 싫은 내색은 하지 않았었다. 내가 이미 잠든 후 늦게 귀가하신 아버지께서 옆에 누우시면 잠결에 느껴지던 아버지 턱수염에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 그 아파트로 이사하고 나의 방을 갖는 것이 뛸 듯이 기뻤는데 사실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홀로 침대에서 느끼는 어둠과 적막은 그 뒤로 몇 년은 더 나를 괴롭혔다. 이사하며 어머니께서 사주신 거북이 인형 없이는 잠을 청하기 힘들 정도로 그것에 집착하기도 했다. 그 인형과는 고등학교를 기숙사 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작별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여기저기서 무슨 육아법,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 이건 하지 말라, 이건 꼭 하라 따위의 정보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문득 ‘아이의 독립심을 키우기 위해 몇 살 이후로는 아이를 아이 방에서 따로 재우라’ 라고 한 어느 문구가 생각난다. 사실 난 ‘아이가 스스로 따로 자기를 원하기 전까지는 가능한 한 오래 한 방에 자고, 아이가 원해서 따로 자더라도 안방 문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항상 열어두라’고 얘기하고 싶다. 돌이켜보면 내 방을 갖게 되고 부모님과 다른 방에서 자게 되면서 난 많은 것들을 잃은 것 같다. 함께 이불을 펴고 이불을 개고, 서로의 살결과 숨소리를 느끼고 하루를 정리하는 대화를 나누고, 한 밤중에 누군가 악몽을 꾸다 깨어도 곁에서 안아주고 위안이 되어주는 것. 조금은 뒤로 미뤄도 되었을 상실이 아닐까? 물론 둘만의 오붓한 밤이 좋으신 부모님들 입장에선 너무 이기적이게 들릴 수도 있지만. ----------------------------

에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어느 밤

Leo

지극히 평범하고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미성숙하고 우유부단하고 무식한 사람. 시 쓰는 것을 무척 좋아했던 사람. 노래하고 음악 듣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던 사람. 사람들을 좋아하는 사람. 사람들이 나로인해 기쁠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 삶이 내게 주는 기쁨을 더 감사히, 더 알차게 누려보고 싶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 사람. 그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고 영원히 사랑할 사람. 딸 아빠. 2016년 3월이면 딸 아들 아빠.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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