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소년의 이야기_예전만큼, 선명하게_20160128

글 쓸 때는 서른 살. 사회에선 그보다 많은 서른한 살. 구차하게 만 나이를 들먹이지 않는 한 빼도 박도 못하는 나는야 30대. 19금은 물론이요 29금이라 할지라도 아무런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나이이고, 이성 관계란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결국엔 어느 정도 섹스파트너를 의미하는 나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섹스파트너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그랬다. 어렸다. 순진했다고 해야 할까. 지금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섹스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게 된 것도 있지만, 반대로 성(姓)이라는 금기를 깨부수게 되면서 조금은 더 어른이 된 것은 아닌가 실감할 때도 있다.

지난 경험들을 떠올려본다. 내가 가졌던 모든 잠자리가 기억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렇지 않은 점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어느 시점부터는 대개 비슷한 패턴의 애무와 체위를 반복했음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기억나는 섹스는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마치 천 개로 흩어놓은 퍼즐 조각들 같았다. 다른 하나는 내가 처음으로 벗겼던 속옷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름 역사적인 순간이었을 텐데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 아마 정신이 없었겠지…. 그때는 모든 게 서툴러 두 눈 뜨고 보면서도 어디가 어딘지 찾지 못했었으니까.

기억이 오래된 탓일까. 장면들 보다는 기억나는 말들이 더 많다. 무조건 세게만 하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날 조용히 타이르던….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겠다던 굴욕적인 말부터 시작해서…. 이건 도대체 언제 벗겼느냐고 놀라며 했던 말, 넌 도대체 못하는 게 뭐냐는 말까지. 나중에는 둘 다 숨 몰아쉬느라 바빠 아무 말도 못 하는 경우가 많아 딱히 기억할만한 게 없긴 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일까.. 가르쳐 주는 사람 하나 없는데 이런 건 참 빨리도 늘었다.

경우에 따라 미안한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돌이켜 보건대 어릴 적 했던 섹스는 야동을 통해 학습한 것을 실습해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어릴 적 이래 봤자 얼마나 됐을까. 섹스를 통해서 정말 우리가 교감하고 있구나…. 라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오해가 있을까 봐 한 가지 덧붙여 말하자면, 나는 교감을 나누는 섹스가 쾌락만을 추구하는 것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겪었던 변화와 개인적인 경험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을 뿐이다)

신음소리보다 그 사람의 숨소리와 심장 뛰는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 나를 만져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위안이었다. 고마웠다고 하면 지나친 걸까. 나 또한 그를 위로할 수 있어 기뻤다. 내 손짓을 따라 그 사람은 반응했고 내 몸도 그에 응답했다. 우리는 몸을 통해서 많은 말을 하고 또 들었다. 대화였고, 춤이었다. 섹스가 더는 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춤은 끝없이 이어졌다. 중간중간 쪽잠을 자면서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밤을 넘기는 것도 모자라 모텔 시간까지 연장해가며 서로를 탐하는 사이에 해는 솟고 다시 한 번 떨어졌다. 그제야 서늘한 밤공기를 맞으며 밖으로 나와 뭐 먹을까 고민하던 그때가 지금 생각해도 내 생에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행복이라는 게 거창할 필요는 없으니까. 날 만지던 너의 손길과 함께 나눈 이야기와 보드라운 살결, 엉켜버린 숨소리, 작고 귀엽던 발가락까지…. 그 모든 것들이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남았다.

어느 날엔 이 사진들도 색이 바래고 예전만큼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그제야 아 이제는 멀어지는구나….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는구나….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가끔은 이렇게 아쉽고 서글픈 일이구나…. 실감하게 될 것만 같다.

86년에 태어난 대한민국 보통 남자. 작년에 가출 겸 독립을 했다.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만 하루를 채우려고 노력한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읽기와 쓰기. 가장 노력하는 것은 내 삶의 주인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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