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에서 뜬 ‘K뷰티 선구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당신은 이미 아름답습니다 저는 발견할 뿐입니다

그의 손은 미인을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이라기보다는 ‘마이너스의 손’에 가깝다. 본래 자신의 모습에서 더께 앉은 군더더기를 털어내고 그만이 지닌 고유의 선과 색, 질감을 찾아낸다. 가장 나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는 진리, 이 진리를 전파하는 아티스트 정샘물을 만났다.

글 | 유슬기 톱클래스 기자

정샘물 원장과의 인터뷰가 있던 날, 포털에는 ‘마리텔 정샘물 80년대 화장’이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전날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그의 ‘컬러풀 라이프’ 방송이 화제를 모은 것이다.

정샘물 원장은 SNS 언어에도 능통하다. 네이버 TV 캐스트에서는 그가 제안하는 아이브로, 볼터치, 입술 메이크업 방법이 연재되고 있다. 정샘물 원장은 지난 25년간 최정상 스타의 메이크업을 담당해왔다. 현재도 가장 앞선 메이크업 방법을 가장 최신의 채널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제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이고 싶은데 매순간 부족함을 느꼈어요. 안 풀리고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죠. 그걸 극복하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깨우쳐지고 해소가 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K뷰티의 선구자’라는 식의 말을 들으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아요. 제 작업은 한계에 대한 스스로의 도전이었을 뿐이거든요. 다소 과대포장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웃음).”

그는 90년대 이미연, 고소영 등의 메이크업을 담당했고 2000년대에는 전지현, 김태희, 송혜교와 함께 작업했다. 이들과의 교분은 현재도 두터운데 최근에는 원더걸스, 탕웨이 등의 메이크업을 맡으면서 화제가 됐다. 이들은 정샘물의 메이크업을 받은 뒤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를 ‘갓샘물’ ‘금손’이라 부르기도 한다. ‘신의 손이 함께한다’는 뜻이다.

“SNS나 새로운 채널에 도전하는 건 소통에 대한 욕구 때문이에요. 처음 아이디어는 남편이 냈어요. 제가 4년 동안 미국에 있을 때 저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유튜브 계정을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개인 홈피를 통해서도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하고 쪽지를 보냈어요. 간절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저도 강의나 특강을 하다가 느낌이 오는 경우가 있어요. 거기에서 해답이 나오기도 하고요. 새로운 질문을 좋아해서 함께하는 동료들과 끊임없이 토론을 해요. 덕분에 더 뾰족해질 수 있었어요. 한 번 이해가 된 부분도 더 나아질 방법을 계속 고민하죠. 그럼 더 간결해지고 명료해져요.”

마르지 않는 샘처럼

그는 커리어의 절정을 이루던 30대 중반,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유학을 다녀왔다. 그가 전공한 것은 파인 아트(fine art, 순수 미술)로, 색과 선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파인 아트와 해부학을 공부한 게 지금도 큰 도움이 돼요. 매일 사람 그림만 그렸어요. 풍경이나 건물은 안 그렸어요. 제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으니까요. 20대에 유학을 갔으면 그렇게 못 했을 거예요. 해부학 과목에서 제가 1등을 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용어는 다 잊었지만 지금도 그 구조와 골격은 손이 다 기억하고 있어요. 아티스트에게는 손이 제2의 뇌예요. 머리가 계산하기 전에 손이 움직여요.”

해부학은 사람의 얼굴과 신체의 구조, 근육과 골격, 그러니까 ‘고유의 선’에 대해 알게 해주었고, 색채 미술은 한 사람을 이루는 ‘고유의 색’을 더 면밀히 분석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제 눈동자는 녹색이랑 빨간색이 섞인 적갈색이에요. 그러니까 저는 빨강이 어울려요. 브라운 컬러의 눈동자는 오렌지와 블루가 섞여야 해요. 그 색깔이 어울리죠.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안에 정보가 있어요. 그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이죠. 그걸 알면 패션에서도 답이 나와요. 어떤 옷은 왜 나한테 안 어울리는지도 알게 되고요.”

긴 탐구 끝에 얻은 결론이지만, 그는 이 비법을 널리 공유한다. 열 살 이상 어린 친구들과 부대끼고 밤을 새워가며 한 공부인데 배운 것들을 기꺼이 나누고자 한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바로 ‘정샘물 아트 앤 아카데미’를 세웠다.

“제가 깨달은 것들을 바로 공유하고 퍼내려고 해요. 하나도 제 안에 남기지 않으려고요. ‘나만 알고 있어야지, 간직하고 있어야지’ 하는 부분이 조금도 없어요. 그럼 변질되고, 새로운 게 안 생겨요. 제 영감의 건강함과 제 삶의 건강함을 위해서도 유익해요.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다 흘려보내는 거죠. 그런데 놀라운 건, 바로 그 순간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긴다는 거죠.”

아카데미의 첫 강의 시간, 그는 수강생들에게 과제를 내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적어 오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타인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제가 멘토링하며 느낀 건,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도 내 얼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거예요. 매일 삶을 살면서도 나에 대해 모른 채로 그냥 사는 사람들도 많고요.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 그걸 아는 게 나와 주변을 함께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에요. 주변의 기대에 맞춰 살면 함께 불행해져요. 저는 어릴 적부터 그 두 가지를 구분했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걸 수시로 써봐요. 걱정거리도 막상 써보니까 몇 줄 안 될 때가 많아요. 적으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지 않게 되죠.”

나답게 예뻐지세요

정샘물 원장이 처음 대중에게 알려진 건 ‘투명 메이크업’을 통해서다. 자신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덧칠하던 메이크업 기법이 그의 역발상으로 뒤집어졌다. 파운데이션을 좁쌀만큼 쓰면서도 공들여 펴 바르면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피부가 표현된다. 투명 메이크업이 대세가 된 지금, 정샘물 원장은 또 다른 도약을 꿈꾼다.

“제 메이크업에 대해 말할 때 대표적으로 ‘내추럴 메이크업’이라고 표현하는데 여기에 오해가 있어요. 얇고 투명하게 바르는 게 전부가 아니에요. 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결과 질감과 색감을 훼손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 사람의 가장 예뻤던 순간으로 되돌려주는 개념이죠. 그럼 어떤 부분은 굉장히 두껍게 커버해줘야 할 때도 있어요. 여러 겹이 겹쳐져야 할 때도 있고요. 이 과정이 제법 복잡해요. 세월의 흔적이나 상황으로 변질된 부분을 복구하는 거니까요. 예를 들면 저는 파운데이션을 바를 때 어두운 23호를 써요. 제 피부가 노란빛이 많이 나거든요. 고유의 색에 잘 맞으니까 피부가 밝아 보이는 거예요.”

누구에게나 맞는 화장법은 없다. 모두가 다르기에 모두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그의 눈은 항상 반짝거린다. 매일 새롭고 긴장되는 삶의 연속이다.

“메이크업 아트는 다른 아트와 다른 점이 많아요. 살아 있는 대상에 직접 아트를 하잖아요. 다른 아트는 재료를 사러 가는데, 우리는 재료가 우리에게 와요. 그들이 오지 않으면 성립이 안 돼요. 거기에 대해 깊이 감사해요. 제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도 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니까요. 사실 10년, 20년 메이크업을 하게 되면 기술은 거기서 거기예요. 월등히 잘하거나 못하기는 어려워요. 대부분 노하우와 테크닉이 있어요. 그런데 얼굴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 수 있어요. 함께 작업하는 그 시간 동안 어떤 감정을 주고받는지가 남아요.”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다르지 않다. 자신을 발견하는 메이크업을 통해 그 사람의 태도가 달라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밝고 따뜻한 기운이 흐른다. 정샘물 원장에게는 그 모습이 기적 같다.

“누구나 예뻐지고 싶어 하지만, 나답게 예뻐지는 게 중요해요. 메이크업은 한 사람의 매력을 포착해내는 게 핵심이에요. 그걸 발견하는 순간, 메이크업을 받는 사람도 눈빛이 달라져요. 어깨가 펴지고, 표정이 고혹적으로 바뀌고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콤플렉스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내가 가진 걸 파워풀하게 만드는 게 지혜로운 거예요. 각자가 가진 차별화된 아름다움을 찾아야 해요. 메이크업은 한 사람의 삶을 메이크(make) 업(up) 해주는 일이니까요.”

※ 원문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5&mcate=M1006&nNewsNumb=20160119283&nidx=1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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