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아픔속에 울고있는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다 최근 성경의 호세아서를 모티브로 한 장편소설 <구원의 사랑>을 읽었다. 출판사에서 같이 일했던 디자이너 동생이 참 인상깊게 읽었다는 얘길 듣고 이끌려 그즉시 구입했던 책이다. 하지만 그때 바로 읽지 못하고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몇년이 지난 얼마전에서야 문득 그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꺼내 들었다. 사실 그책을 그동안 선뜻 읽지 못했던 이유 중 7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껍고 무거운 책이라는 것도 한몫~ 읽는 속도도 느리고 별로 진득하질 못해서 시리즈물이나 그리 두꺼운 책을 잘 읽지 못하는데 큰맘 먹은 셈이다. 게다가 봄희와 있는 요즘 같은 나날에~ㅋ 출산 전과 출산 후 얼마동안은 육아서만 읽다가 뭔가 마음에 파장을 일으킬만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의 명령으로 창녀 고멜과 결혼한 호세아 선지자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땐 줄거리가 어느정도 예상이 되어 큰 기대가 들진 않았다. 끊임없는 밀어냄과 도망에도 그녀를 계속해서 용서하고 품고 한결같이 사랑하는 한 남자, 미가엘 호세아는 세상에선 찾아보기 힘든 너무나 이상적인 모습으로 이상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이다.(세상에 이런 사랑이 존재할까 싶은) 하지만 소설을 점점 읽어나가면서부터 그의 완벽한 사랑보다, 과거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끔찍한 악몽을 가진 주인공 여자의 아픔과 깊은 슬픔에 시선이 옮겨가게 되었다. 누구도 건질 수 없는 어둠 속에 살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모든 감정을 차단시키고 얼음처럼 차갑게 무장시킬 수밖에 없었던 여자 엔젤.. 빼어난 미모로 모든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매음굴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창녀로 살아가면서 일말의 소망은 커녕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 없는 어둠의 그림자 속에서 자포자기하며 살아온 그녀..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던 시궁창 같은 굴레 속에서 그녀를 일방적으로 건져오고, 그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치지 않고 그녀를 끝까지 사랑하는 미가엘.. 전폭적이고 조건없이 우리를 성실하게 사랑하시고 다시 그분앞에 돌아오게 하시는 하나님과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신의 아픔 속에서 울고 도망치는 우리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책을 읽는 중 불쑥불쑥 올라오는 감정은 안타까움과 분노였다. 한 여자의 삶이 그렇게 철저하게 망가뜨려지고 짓밟혀지게 된 과정들이.. 자신의 원래 이름인 사라를 잃고(이름뿐 아니라 사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잃어버린) 원치 않았던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자의 삶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녀와 같은 혹은 비슷한 사연을 지닌 이들이 실제로 이땅에 얼마나 많이 존재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씁쓸한 아픔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동안 나는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아픔 속에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무관심했던가. 혹은 비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가. 그녀가 살아오면서 받은 것은 단 두가지 시선뿐 남자들의 육체적 욕망의 대상이거나, 보통 사람들의 멸시와 손가락질의 대상이거나. 그러한 가운데 자신에게 끊임없이 걸었던 주문은 절대로 희망을 품지 않을 것,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말고 절대로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을 것. 미가엘의 변함없는 사랑으로 그녀는 조금씩 변화되고 그렇게 꼭꼭 걸어잠그고 있던 마음문을 열어 미가엘을 사랑하게 되는데, 얘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생각지 못한 인상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가 전하려고 한 메세지, 소설의 정수가 이 결말 부분에 다 들어있는 것 같다. 꺼내어 놓을 수 없는 과거의 아픔에 신음하는 여자를 끈질기게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한사람을 온전히 알아가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평생 전심을 다해도 모자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만큼 우린 마음을 열고 선입견을 지운다 해도 자기경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한계적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튼 한 존재를 좀더 깊이 사랑하고, 또 그렇게 사랑받고 싶단 갈망이 생긴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다 적을 수 없어 아쉽지만 이정도로 마무리~ 다음 읽을 타자는 존 번연의 <천로역정> 책장에서 정말 오랜시간을 묵혀둔 책이다. 라디오에서 한 청취자가 요즘 읽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왠지 끌려서~ <구원의 사랑> 몇배로 묵혀놨던 책이니 책을 읽은 후의 감동도 몇배일까.. 봄희와 함께 있으니 읽는 속도는 무지 느리겠지만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