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추억, '캐롤'을 보고.

'추억은 기억을 잠식한다.'

얼마전 '캐롤'을 관람하고 너무도 당연하던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라져버린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1)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필카. 어릴 때에는 필름을 새로 사서 갈아끼우고 동네 사진관에 가서 출력해오던 게 당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디카로 바뀌고 그나마 현재는 디카도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핸드폰 카메라로 대체되어버린지 오래이다. 필카에는 이틀 정도의 간극이 있었고, 디카에는 집에 컴퓨터에 연결하여 하드에 옮기는 몇시간에서 하루 남짓의 텀이 있었지만,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엔 그런 시간적 간극이 없다. 그저 찍힐 뿐, 소유되진 않는다. 2) 또 하나의 추억은, 아지트이다. 블로그가 일상화되고, sns 의 태그 및 체크인 기능이 일상화된 시대에 '나만의 공간'이란 단지 사치일 뿐이다. 이제는 누구나 즐기고, 누구에게나 공유되고,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그런 유명한(혹은 만만한) 공간일 뿐이다. 나만의 레서피는 블로그와 뚤팁이 되는 시대에 독창적인 공간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명제일 지도 모르겠다. 그럴 바엔 어차피 그래서 잘 갖춰진 프랜차이즈와 마일리지가 더 매력적일 것이다.

내가 어릴 때 자주 가던 대학로 한 귀퉁이의 까페가 있었다. 학전 다방만큼의 공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학로 스타벅스(이대점 이후 2호점)처럼 대로변의 접근성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성대로 넘어가는 골목 귀퉁이 그 어딘가에 위치했던 그 자그마한 까페. 오렌지쿠키가 맛있었고, 주인장들의 사진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던 내공있던 공간.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 장시간이 필요했고, 못만남조차도 하나의 추억이 되던 그런 공간, 그런 장소.

구글지도와 네이버블로그, 그리고 페이스북 시대엔 사치에 지나지 않을 그 공간이 문득 그리워졌다. the Table. 인스타 시대는 그 인스타함이 매력이지만, 인스타함이 가질 수 없는 먹먹함이 가끔은 목마르다,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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