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가게> -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본 듯한 기분

"또 오세요 고객님" 이라는 인사 대신에 "명복을 빕니다. 손님"이라고 고객을 배웅하는 가게, 그 곳은 바로 "자살가게"입니다. 절대 직접 살인은 저지르지 않지만 대대로 다른 사람들의 '성공적인' 자살을 돕는 용품을 판매하고, 자살 컨섩팅까지 해주는 집안. 튀바슈 가문의 이단아로 태어난 막내아들 알란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 최근에 읽은 프랑스 소설의 공통점은 발랄한 상상력과 허를 찌르는 비유, 뒤통수를 치는 반전 등이 공통점이었구요.  <자살가게>는 거기에 블랙유머까지 한 가득이랍니다.

자살이 일상적이고 자살용품을 생필품 구매하듯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이 널린 세상. 뭐 이런 괴상한 세계가 있을까요? 책 후반부에 보니 시간적 배경은 최소한 22세기..  환경문제로 인해 지구는 사막화와 되어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고, 황산비가 내리는 디스토피아의 모습입니다. 밤이면 자살자들이 마그리트의 작품처럼 우수수 빌딩에서 몸을 던지고, ​남녀노소할 것 없이 자살이 일상화된 풍경입니다. ​ 웃음이 없고 언제나 효과적인 자살 도구나 방법을 생각하는 튀바슈 부부 사이에는 두통으로 머리에 항상 붕대를 감고 있는 장남 뱅상과 자신이 끔찍하게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딸 마릴린, 그리고 구멍난 콘돔을 테스트하다 덜컥 생겨버린 주인공 알란이 있습니다. 온통 회색빛으로 음울한 소설의 전반부에 오로지 알란만이 애기때부터 웃음이 떠나지 않고, 커가면서 너무도 긍정적인 아이이기에 부모의 속을 썩입니다. <자살가게>에 어울리지 않는 발랄한 인사와 경쾌한 음악이라니.. 부모는 속이 터집니다. ​ 알란은 긍정 바이러스 그 자체. 알란으로 인해 왜곡된 자화상을 가졌던 가족들이 점점 변화되어 갑니다. 18살 생일을 맞은 마릴린은 알란이 선물해 준 스카프를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여체의 아름다움과 육체의 쾌락의 비밀을 깨우칩니다. 이 부분은 참 아름답고 에로틱하게 묘사되어 있어 감탄했었네요 ^^ 뱅상은 알란의 격려로 예술가로 거듭나고, 엄마도 아빠도 차례로 한 줄기 빛과 같은 알란의 화사함에 녹아들어 버리지요.  급기야 <자살가게>가 어느덧 희망과 미래를 얘기하는 카페같은 분위기로 바뀌어 버리고 맙니다.

그냥 이렇게 얘기가 끝나버렸다면 아하하~ 그렇구나~ 역시 무한긍정의 힘은 세상을 바꿀수 있네~ 좋은 얘기군. 끝.  이랬을 텐데요.. 이 소설은 마지막 한 줄이 엄청난 뒤통수를 쳐버립니다. 결말 한 줄을 얘기하면 이건 마치 <식스센스> 보러 들어가는데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 스포일러를 알려주는 격이기에.. 공개하지 않으렵니다. ㅎㅎ 마지막 반전으로 인해 소설 전체가 다시 부조리해져 버립니다. 이 소설의 구도는 마치 알란으로 대표되는 긍정적인 이성과 그를 둘러싼 부조리한 세계와의 대립, 그리고 궁극적인 이성의 승리라고 볼수 있었는데요... 반전으로 인해 진정한 부조리함이 완성되었다고나 할까요.  ​사실 부조리함이란 우리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밖의 세계에 있는 것도 아니죠. 존재의 이유가 부재한 실존적인 존재로 던져진 인간이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는 종착지 없는 여정에서 부조리가 탄생하니까요. 합리성을 희구하는 이성과 비합리성으로 점철된 세계 사이에 부조리는 존재합니다.  앨런은 자살가게를 하나 하나 교묘하게 바꿔나갔어요. 비합리적인 세상을 조금씩 자신만의 방법으로 개선해 나갔다고 할까요? 마지막 한줄을 제외한다면 이성의 승리를 외칠 수 있겠지만, 결국 이 소설은 케이아스.. '혼돈의 카오스(Chaos)'입니다. ​ 블랙유머에 피식거리며 점점 밝아지는 내용에 흐뭇해하다가 마지막에 똥을 밟는.... 마지막 한 줄로 독자에게 빅엿을 선사하는 작품이지요. ​ 그럼에도 찜찜한 마음이지만 작품 전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었으므로 9점은 투척하기로~ ^^​ - 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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