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안보와 직결된 법 통과에 여야 모두 찬성”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월간조선 3월호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1&mcate=M1001&nNewsNumb=20160219500&nidx=19501&dable=50.1.1

⊙ 15년째 국회 계류 중인 테러방지법, 끝까지 반대하는 한국 야당

⊙ 美 애국자법, 정보개혁 및 테러예방법 연이은 안보법안 통과

⊙‌《와이어드》, “미국은 선거 앞두면 안보 관련 법안 통과에 여야 모두 혈안”

⊙ 한국의 보안관련법, 신생 통신수단 통제할 수 없어

⊙ 의원 간 개별 회의가 여야 합의의 核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노동개혁법 등 2015년 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이 무더기로 남아 있지만, 새해가 밝았어도 달라진 것은 없다. 야당은 각종 법안 통과를 청와대와 여당의 탓으로 돌리며 입법을 미루고 있다. 2014년 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14년 말, 경제활성화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의 종지부를 찍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이렇게 법안이 해를 넘기도록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자 매년 데자뷔(Deja-vu)를 보는 듯했다.

지난 1월 15일 김포공항에는 정체불명의 외국인이 전국 공항터미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를 걸어왔다. 그로부터 약 보름 뒤인 29일에는 인천공항 화장실에서 폭발물 의심신고가 접수, 부탄가스 등으로 만들어진 폭발물 설치 용의자를 경찰이 체포했다. 이미 국내는 각종 테러 시도와 협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테러방지법은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않고 있다.

입법이 지연되는 가운데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였던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불발되면서 당 안팎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미국 의회에선 다른 법안보다 안보 법안 통과가 쉬워

과연 미국 의회는 여야가 어떻게 법을 입법하고 있을까. 미국의 야당도 안보 법안에 끝까지 반대표를 던질까. 이에 대한 답을 듣고자, 미국의 입법 전문 분석기관인 ‘거브트랙(GovTrack)’에 연락을 취했다. ‘거브트랙’은 비정부 기관으로 미 의회의 모든 입법 과정을 추적 및 분석하는 기관이다. ‘거브트랙’의 취지는 모든 의회활동을 공개해 국민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다. ‘거브트랙’의 도움으로 국민들은 특정 법의 상정 및 시행이 어떻게 추진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거브트랙’을 만든 조시 타우버러(Josh Tauberer)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미국의 경우 안보 관련 법안은 쉽게 통과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참전용사 처우 개선법(Veterans Affairs bill), 정보개혁 및 테러방지법 등은 미국의 여야 모두 동의했습니다. 왜 이런 안보 관련 법안은 잘 통과됩니까?

“그렇습니다. 안보(National Security)와 관련된 법안은 다른 법안에 비해 쉽게 통과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인 모두는 국가의 안전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에 다른 법안보다 쉽게 통과되는 거죠.”

미국의 이러한 입법사례는 국내에서 테러방지법이 수년째 통과되지 않는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익명을 요청한 한 전직 정보 분야 고위인사는 “종종 무력시위 등을 지지하고 참가하는 야당의 입장에서 테러방지법이 포함하고 있는 도·감청 부분이 두려운 탓”이라며 “야당이 켕길 게 없으면 떳떳하게 통과시키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자, 미국 의회는 곧장 대북제재안을 발의했다. 상원과 하원 모두 전례없는 속도로 대북제재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월 10일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키자, 하원도 단 이틀 만인 12일 통과시킨 것이다. 역시나 안보와 직결된 사안 때문에 법안 통과가 빨랐다는 게 미국 내 여론의 분석이다. 여야 모두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국의 공화당 대선 주자이기도 한 테드 크루즈(Ted Cruz) 상원의원은 기존 테러방지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을 공격하는 데 일조하거나 테러집단을 도운 미국 시민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법안(Expatriate Terrorist Act)도 발의한 상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테러집단 IS 등에 가담해 미국을 공격한 미국인은 향후 미국 시민에게 부여된 모든 권한이 법적으로 박탈된다. 이렇듯 미국은 안보와 직결된 법안이 끊임없이 상정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여야 동의로 통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월 9일, 미국의 테드 크루즈 법안과 유사한 테러범의 국적 박탈 법안이 찬성 162, 반대 142로 통과됐다. 이번 프랑스의 법안 통과는 파리테러 이후 나타난 안보적 보완책들이다. 한국도 프랑스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땜질식 법안 처리를 막으려면 조속히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Wired)》는 디지털보안정책과 관련된 논평에서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가리지 않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평했다. 최근 사이버보안에 관한 법안 통과를 두고 여야가 서로 먼저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안보는 미국의 최우선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동일한 논평에서 “특히 테러집단 IS의 위협이 강해지면서 이번 대선에서 안보는 분명 중요한 주제”라고 강조했다.

기술개발 속도보다 빠른 미국의 법

미국은 2001년 9·11테러 발생 직후인 10월 발의된 애국자법(USA Patriot Act)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상원에서 찬성 98, 반대 1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이 법안은 우리가 입법을 기다리고 있는 테러방지법보다 강력한 사법기관의 수사권을 내포하고 있다. 이 애국자법 안에는 민간업체의 업무기록 등을 사법당국이 유사시 검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애국자법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통신수단에 능동적으로 사법기관이 대처할 수 있도록 보장한 부분이다. 최근에는 아날로그 시대의 전화 이외의 다양한 VOIP(인터넷 기반 전화) 방식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등이 주요 통신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애국자법은 사법권이 신생 통신기술도 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애국자법의 제정 이후 파키스탄에서 살해된 다니엘 펄 《월스트리트저널》 특파원 살인사건을 조사할 때, 미국의 사법당국은 이 법을 적용해 수사한 바 있다. 애국자법의 2편에 규정된 감시 절차의 강화(Title II:Enhanced Surveillance Procedures)서는 미국 정부기관이 테러방지를 위해 도·감청은 물론 신생 통신의 감시도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현재 국내의 도·감청 관련 법안은 미비점이 있어 수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2014년 10월 13일 카카오톡 메신저에 대한 검찰의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이어 다음 이메일에 대한 감청영장도 거부했다. 이런 전례 없는 다음카카오의 행동에 대해 당시 검찰은 적용할 만한 마땅한 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았다.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오래된 법

이후 다음카카오는 이메일에 대한 부분은 검찰의 요구에 응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카카오톡 메신저에 대한 부분만 지속적으로 불응하겠다고 했다. 당시 다음카카오가 이메일과 카카오톡 메신저에 왜 일관되지 않은 대응을 했는지 궁금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위관계자 A씨는 “지난 다음카카오의 감청불응은 법의 공백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평했다. 카카오톡 메신저에 대해서만 영장을 거부한 것은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에 제정된 감청이라는 법의 범주에서 카카오톡과 같은 신생 통신 기능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미국의 경우는 한국과 달리 2001년 9·11테러 이후 제정된 정보개혁 및 테러예방법(Intelligence Reform and Terrorism Prevention Act·IRTPA)은 공권력의 범위를 확대 해석할 수 있어 사법권이 강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법 적용의 기본원칙에 따르면 “국민의 통신 비밀에 대한 침해가 최소한에 그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내용의 주요 골자는 “수사기관에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정한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만 통신제한 조치나 대화의 녹음·청음·청취를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법무법인 ‘오늘로’ 변호사인 B씨는 “현재 감청과 관련된 부분의 법이 강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인권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어 입법 과정에서 분명 야당의 반대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도 이러한 법적 공백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다음카카오가 이메일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의 영장에 응하면서도, 카카오톡 메신저에 대해 불응하는 것은 법의 공백만을 노린 처사라는 것이다. 이런 공백을 무기로 다음카카오와 유사한 사례가 추가적으로 나올 수 있다.

2001년 미국 의회는 사법권을 보장한 애국법이 통과되었음에도 2004년 정보개혁 및 테러예방법을 통과시켜 국가 안보와 관련된 법안의 미비점을 보완했다. 2007년 FBI(미 연방수사국)의 논평에서 존 피스톨 FBI부국장은 “2001년 이후 대테러 임무 등에서 발견된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정보개혁 및 테러예방법이 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보기관 간의 정보교류와 임무확대 부분을 보강했다. 또 현장에서 정보요원들이 파악한 법적 공백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합의 위해 여야 의원끼리 자주 만나

‘거브트랙’의 조시 타우버러 대표는 미 의회에서 어떻게 여야가 합의를 이루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 의회도 종종 여야가 대치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모색하죠. 합의가 도출된 경우를 살펴보면 개별적인 논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여야 의원끼리 개별적으로 자주 만나 합의를 도출하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여야 회동 자체가 잘 성사되지 않고, 성사되거나 합의를 이끌어내더라도 취소하거나 합의내용을 번복하는 사례가 많다. 지난 2014년에는 누리예산 문제를 두고 여야가 합의했다가 합의내용을 번복했고, 올해 초에는 북한인권법과 원샷법(기업활력제고법)을 여야가 합의했다가, 야당이 선거구 획정 문제를 조건으로 내걸면서 전면 백지화했다.

한국의 야당은 안보와 관련된 법의 반대는 물론이고 인권법에도 반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항상 약자의 편에 서고 국민의 인권을 위해 싸워왔다는 야당의 기치(旗幟)와는 다소 상반된 행태이다. 지난 2015년, 알렉스 글래드스타인 미국인권재단(HRF·Human Rights Foundation) 전략기획실장은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동물보호법은 통과시키면서 북한인권법은 통과시키지 않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북한인권법이 11년째 계류 중이다. 동 인터뷰에서 글래드스타인 전략기획실장은 “한국의 탈북자 2만5000여 명을 보호할 수 있는 아무런 법이 없다”며 한국 국회의 안일한 태도를 개탄스러워했다.

한미 정치상황을 잘 알고 있는 미국 로욜라대 법학박사(J.D.)인 로렌스 펙(Lawrence Peck) 씨는 “한국과 미국의 야당을 비교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과 한국의 국회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입법 과정만 보자면 분명 미국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수월한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도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지만, 미국 의회는 주요 법안을 유사시 빨리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지난 2월 10일과 12일 미 상원과 하원은 대북제재법을 곧장 통과시킨 바 있다.) 이런 빠른 입법이 가능한 이유는 대통령이 거부권(Veto)을 빈번하게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여당이 밀어붙여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 때문에 입법을 장담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미국의 공화당(야당)이 통과시킨 법안들을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한 사례가 꽤 있죠. 현재 야당인 공화당은 의원수가 2/3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여당인 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만 합니다. 여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 법안은 우여곡절 끝에 통과를 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럴 경우, 야당은 법안 상정 자체를 재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법안을 입법하는 것보다 여론의 이목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죠.

미국의 의원들은 법안에 투표할 때, 당 대표의 방침이나 대통령의 정책방향을 이정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 대표나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노골적으로 법안 통과나 반대를 요구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압박에도 의원들이 당 대표나 대통령의 뜻에 반대로 행동할 수도 있죠. 보통 이런 경우는 해당 의원의 지역구민들의 요청에 의한 것입니다. 지역구민들이 의원실에 진정서나 탄원서 등을 제출해 의원의 마음을 돌린 경우입니다. 의원도 그 내용을 중대하다고 판단하면 의원은 당이나 백악관의 방향에 맞설 수도 있는 겁니다.

현재 한국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는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은 야당도 적극 동참해 통과됐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미국의 국회선진화법(?) 해프닝

국회선진화법이 식물국회를 만들어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여당의 주장에 야당은 여당의 의회 독재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한국의 국회선진화법은 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이라고도 불리며, 국회의 입법 과정을 보다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속칭 ‘날치기 통과’를 막고 입법 과정을 체계화시켜, 여야의 물리적 충돌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국회의원 간의 물리적인 충돌은 잦아들었지만, 여야 간 언성을 높이거나 막말 발언은 여전하다.

미국에서는 한국의 국회선진화법과 동일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의회 제도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볼 때 의회개혁법(Congressional Reform Act)이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의회개혁법은 미국에서 한때 이슈가 된 바 있다. 의회개혁법은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이 2011년 미국의 CN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던진 말이 시발점이 됐다. 그는 인터뷰에서 농담처럼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적자를 단 5분이면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의회가 재정과 연관된 모든 법안을 통과시키면 모든 적자가 감소한다. 현재 의원들은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아 재선에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당시 의회가 이런 연방정부 셧다운을 반복하자, 미 의회의 안일한 태도에 못마땅했던 워런 버핏은 국민들을 대신해 인터뷰 도중 의원들의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연말에 의회가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가동을 멈추게 된다. 이른바 연방정부 셧다운(Government Shut down) 제도이다.

이후 미국 내에서는 워런 버핏이 의회에 의회개혁법을 보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국회의원의 연임(재선)을 막고, 예산안 등 법안 처리를 제때 하지 못하는 무능한 의원은 급여를 받지 못하게 하라 등의 내용이다. 의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이후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이메일이 미국 전역에 유포됐다. 또 대국민 의회개혁법 입법 촉구 서명운동(Petition) 바람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US뉴스는 “워런 버핏과 소문만 무성한 의회개혁안”이라는 기사에서 “워런 버핏의 의회개혁법 제출과 서명운동은 잘못된 정보로 만들어진 소문에 불과하다”고 단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동일한 사안에 대해 워런 버핏의 대변인에게 문의한 결과, “의회개혁법 의회 제출 및 서명운동은 워런 버핏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 의회개혁법은 실체 없는 허위로 판명났다. 아마도 미국 국민들이 ‘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를 간절히 원했던 탓으로 풀이된다. 이런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기대는 한국과 미국의 국민 모두가 바라는 법안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국내에서도 한때 의원수 줄이기, 특권 내려놓기 등이 선거 전, 국민들의 환심 사기용 포퓰리즘 정책으로 종종 나오기는 했지만 실제 적용은 미지수다.⊙

소수당의 절대무기, 필리버스터 논란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는 지난 2010년 ‘필리버스터(Filibuster)의 역사’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세라 바인더(Sarah Binder)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교수인 그는 필리버스터의 탄생에 얽힌 내용들을 설명했다.

1. 필리버스터는 실수로 탄생했다.

필리버스터의 유래는 미 상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전 소수당의 의견을 존중하고자 발언 기회를 주는 데서 시작됐다. 따라서 이 필리버스터의 시작이 미국의 건국 초기 상하원 규정집(Rulebook)에 포함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바인더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필리버스터의 탄생은 실수의 산물이라는 것. 바인더 연구원은 필리버스터가 1806년 탄생하기 이전인 1805년 발생한 사건을 지목했다. 당시 규정집 안에 쓸모없는 법과 동일한 법이 반복적으로 담겨 있어, 일부 의원들로부터 규정집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 때가 있었다. 이 주장을 수용해 규정집의 많은 부분을 지워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당은 법을 통과시킬 때 소수당의 의견을 물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삭제됐다는 것이다. 이 규정이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소수당의 의견을 존중해 줄 수밖에 없어졌다는 것이다. 바인더 교수는 건국 초기 규정집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의 의견 존중’이라는 프레임이 강했던 탓에 소수당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부분은 아예 담겨 있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2. 필리버스터 남용 방지, 토론종결

필리버스터 사용이 점차 많아지자, 필리버스터를 제한하는 토론종결(Cloture) 규정을 1917년 만들었다. 이 토론종결 규정을 만든 이유는 다수당의 통치를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수당의 쓸데없는 고집 피우기를 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중도성향 정치단체인 ‘노 레이블스(No labels)’에 따르면, 필리버스터의 사용은 1970년대부터 그 빈도가 높아졌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필리버스터는 몇 년에 한두 차례 나오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10년 내에 필리버스터가 600회 이상 사용됐다면서, 근래에 필리버스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필리버스터가 최근 빈번하게 사용되는 이유에 대해 ‘브루킹스연구소’의 바인더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여야가 국가적 거사 앞에 주요 결단이 통일되었던 반면, 최근에는 여야의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 필리버스터 없애야 하나?

최근 미국에서 필리버스터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US뉴스는 제112회 의회에서만 70차례의 필리버스터가 사용됐다고 통계를 냈다. 이를 두고 공화당의 쓸데없는 태클 걸기를 문제 삼아 민주당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필리버스터를 손질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여야는 필리버스터가 소수당의 의견 존중인가, 법안 처리의 발목 잡기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필리버스터는 탄생 이래 집권당의 여야가 바뀔 때마다 계속적인 개혁요구를 받아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국회선진화법이 사실 그 내막을 보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금지와 필리버스터를 합쳐놓은 꼴’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국회선진화법 안에 너무 많은 제약이 들어간 탓에 법을 만든다는 국회의 기능조차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Chosun News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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